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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봄에는 병도 많다② 꽃가루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봄에는 병도 많다② 꽃가루

요즘 나날이 날씨가 따뜻해진다. 길거리의 가로수들도 겨울의 칙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서히 부드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버드나무의 연두색 잎을 보면 젊은 시절이 연상되어 서글픔마저 밀려온다. 길가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벌써 기지개를 펴고 있고 목련은 자신의 존재를 온 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순간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이제 꽃가루 때문에 환자들이 지내기가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은 속일 수 없다더니, 웃음이 나왔다.

봄철에는 갖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빈발한다. 알레르기 질환이란 주변환경의 여러 가지 원인물질의 자극에 의해 코 점막이나 기관지 점막 등에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화분증(花粉症)인데, 이는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부터 시작되며, 가로수나 정원수의 꽃가루가 번식을 위해 떠돌아다니다 공기와 함께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의 호흡기로 꽃가루가 들어오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 천식을 일으켜서 심하게 재채기를 하거나 눈물, 콧물이 쏟아지고, 심할 경우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기침을 하기도 한다. 꽃가루는 또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한다.

꽃가루가 눈으로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되어 눈이 가렵고 아프거나 충혈 되고, 눈물이 나거나 눈이 부시며, 이물감을 느끼거나 눈곱이 끼고 붓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절대로 눈을 비비지 말고 즉시 소금물이나 깨끗한 물로 씻어내면 증상이 쉽게 가라앉는다.

눈이 충혈되고 흐릿해지며 눈물이 자주 흐르거나 눈이 아플 때는 결명자 차를 보리차처럼 마시면 좋다.

꽃가루가 코에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킨다. 코가 심하게 막히고 재채기가 나며 물처럼 맑은 콧물이 흐르고 콧속이 간질간질거리기도 한다. 이것 자체는 심각한 병이 아니나 3-4년 되풀이하면 증세가 더 심해져 기관지천식이나 축농증 등으로 발전하여 치료가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때는 백목련 꽃망울의 즙을 콧속에 떨어뜨리면 콧속 점막에 단백질 응고물이 생겨 비염증상을 개선시킨다. 목련 봉우리를 신이화(辛夷花)라고 하는데, 통기, 소염 작용을 하므로 달여 먹으면 코 막힘이 뚫린다.

또 마른 수건으로 발끝에서 심장 쪽으로 건포마찰을 하면 피부가 단련되고 저항력이 생겨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할 수 있다. 발바닥을 문지르거나 발목 운동을 하고 따뜻한 소금물에 발을 담그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비파 잎에 꿀을 발라서 살짝 볶은 뒤 차로 끓여 수시로 복용하면 천식에도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꽃가루는 보통 대지가 식기 시작하는 저녁이 되면 구름형태를 이루다가 밤이 되면 가라앉기 시작해서 농도가 짙어진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 외출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부는 날은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모자의 털이나 강아지 털, 카펫 등에 꽃가루가 붙어 있다가 호흡기로 빨려 들어가는 수도 있으므로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원에 꽃가루가 날리는 나무가 있으면 제거하고 그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아니더라도 알레르기성 질환이 많아졌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 몸이 달라졌거나, 우리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는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도 이러한 노력의 한 가지일 것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2/04/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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