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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세계여행②] 이탈리아 로마

[신나는 세계여행②] 이탈리아 로마

한가로운 오후,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속으로 빠져들 것 만 같다.

서성대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도에 메모를 하면서 수다스럽게 떠드는 여행자들, 햇살에 취해 잠이든 사람들까지. 세계 각 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의 이방인들이 만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지식과 영감을 얻기 위해 스페인 광장을 찾아오기도 한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로마. 교황이 살고 있는 곳이며 예술가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도시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고대 유적지 사이로 최신식 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걸어 다니고 있는 로마.

지난 2,000년 가까이 역동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등의 격언이 말해주듯이 로마는 근대 도시의 대명사이다.

전설에 의하면 로마라는 도시는 레무스와 쌍둥이 형제로 태어나 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레물루스에 의해서 팔리티노 언덕에 건국되었다고 하는데,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테베레강을 따라 7개의 언덕위로 펼쳐져 있다.

또 이탈리아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카톨릭의 총 본산지로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역사의 무대에서 다양한 드라마가 펼쳐졌던 도시로 로마는 그야말로 보석과도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 오랜 역사와는 대조적으로 로마의 규모는 의외로 작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 2∼3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제대로 돌아보려면 적어도 3일의 여유가 필요하다.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임으로 알찬 계획을 세워 꼼꼼히 다녀보는 편이 좋다. 로마를 보지 않고 유럽을 떠나지 말라는 배낭족들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세상에는 실제로 가보지 않아도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한 도시의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배경이 되었던 로마는 이러한 도시들 중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가진 곳이다.

영화의 스토리가 유럽 순방에 나선 공주가 우연히 신문기자를 만나 하루동안 로마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기에 로마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 판테온, 콜로세움…. 앤 공주가 신문기자 조와 함께 다닌 길들만 엮어도 웬만한 여행사에서 준비한 시내투어 못지 않게 알차다.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앤 공주에게 한 기자가 “이번 순방 중 어느 도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라고 묻는다.

앤 공주는 “ 영원히 로마를 기억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유럽 여행을 마친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도 공주와 똑같은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로마는 누구나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부러 마음먹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로마를 감싼 대기에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특유의 향기를 뿌려 놓은 건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계단은 늘 사람들로 넘쳐 난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는 아침부터 도시가 네온사인에 뒤덮이는 밤까지. 계단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저 걸터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부터 열심히 지도를 들여다보며 다음 행선지를 궁리하는 사람,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 영화 속의 앤 공주처럼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인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정의 내릴 수 없는 군중.

저마다 다른 곳에서 와서 잠시 이 곳에 머문다. 스페인 계단에서 여기를 둘러싼 하늘과 바람, 사람들을 감상하다가 저마다 다른 곳으로 떠난다. 계단 아래에는 늘씬하게 배 모양으로 생긴 분수가 있다.

베르니니가 디자인한 조각배 분수란다. 로마 곳곳에 크고 작은 분수가 많지만 이것처럼 단아한 멋을 가진 것도 드물다. 배 한가운데에 퐁퐁 물이 솟아올라 배를 가득 채우고 뱃머리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목이 말랐는지 한 여행자가 이 물을 마신다.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게 여행자들의 버릇이지만 로마 분수대의 물은 마셔도 좋단다.

여기서 십 여분 거리에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가 있다. 그야말로 거대하다. 해마가 끄는 조개껍데기 전차에 올라탄 바다의 신이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 같은 자세로 서있다. 분수가 솟아올라 고이는 풀은 분수라고 하기엔 너무 넓다.

해신에 어울리는 바다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돌아 서서 동전을 하나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근거 없는 얘기 때문. 관광으로 먹고 사는 로마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생각으로 지어낸 말일 테지만 이유가 어떠한들 무슨 상관이랴. 다시 로마에 오고 싶어서, 사랑을 이루고 싶어서 동전을 던지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로마의 명소 가운데 대부분의 여행자를 실망시키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진실의 입이다. 중세시대의 건축물인 코스메딘의 성모 마리아(Santa Maria in Cosmedin) 성당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 중 열에 아홉은 실망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입 속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으려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진실의 입은 고대 로마시대 맨홀 뚜껑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고작 맨홀 뚜껑이었던 것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로마를 대표하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로 등극한 것이다. 순전히 영화의 힘일 수도 있고, 영화에 편승해 홍보를 잘 한 로마인들의 지혜 덕분일 수도 있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도 어느 땅이든 파헤치기만 하면 옛 유적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도시 전체에 들어선 건물들도 우리에게 익숙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세월이 흔적이 배어 나오는 석조 건물이라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고대 로마제국의 공화정이 있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 대부분 허물어지고 지금은 기둥 몇 개, 벽의 일부 등만이 남아있지만, 남아있는 것들의 규모만으로도 옛 영화가 상상이 간다.

하늘을 떠받치고 선 거대한 기둥 위로 새하얀 구름이 넘는다. 로마 제국의 전성기 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건 하늘뿐인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운 기둥이나 개선문 장식의 일부였던 돌 조각 사이를 걸으며 옛 로마를 상상해본다.

포로 로마노 바로 옆에 콜로세움이 서있다. 바로 옆이라 해도 포로 로마노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입구에서 이동하자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콜로세움의 위용은 대단하다.

로마제국의 전형적인 원형 극장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른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조차 그럴듯해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럴듯한 외관과는 달리 많이 파괴된 모습이다. 지금은 평화로움 그 자체인 이 자리에서 사자를 상대로 한 처절한 검투사들의 싸움이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로마의 쇼핑 명소 콘도티거리

로마의 코르소 거리와 스페인광장을 잇는 콘도티 거리는 로마 최대의 패션거리이자 상업지구다.

늘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스페인 광장이 가까운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특히 주목을 받는 데는 이탈리아 최고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위치상으로는 코르소 거리의 중간쯤에 있어서 서쪽은 코르소 거리와 직교하고 동쪽은 스페인 광장을 언덕으로 만난다.

언덕 위에는 성 삼위 일체 성당이 우뚝 솟아 시선을 사로잡고 콘도티 거리의 동쪽 언덕 위에는 스페인광장이 놓여 있다. 그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명동과도 같은 비슷하다. 도로는 승용차가 겨우 지나갈 수는 정도로 좁고 오가는 사람은 어깨를 서로 부딪힐 정도로 많다.

인파가 많은 곳이면 자신의 몸에 페인트를 바르고 독특한 포즈를 취하는 행위 예술자(퍼포먼스)들과 거리의 악사들이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좌·우측 매장들이 바로 FANDI, GUGGI, ARMANI 등 유명 브랜드 브띠크.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의 의류, 시계,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지만 여행경비를 쪼개가며 다녀야 하는 여행자들에게 그림의 떡인 셈이다. 특별한 날에는 매장에서 간단한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해, 관광객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 실용정보

항공편- 이탈리아의 관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 공항으로 인천에서 직항편으로 이탈리아 국적기인 알이탈리아항공(AZ)이나 대한항공(KE)을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12시간이 걸린다.

기후- 고온건조, 저온다습한 지중해성 기후, 연평균 기온 15.6℃

통화- 단위는 리라(Lira), 현지에서는 Lit.로 표시한다. 100 리라 = 약 90원. 2002년 3월 1일부터 유럽 단일통화인 Euro가 시행되고 있다.

시차-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와의 시차는 약 8시간. 서머타임이 적용할 때에는 7시간의 시차(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9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글ㆍ사진 전기환(여행작가) travy@tchannel.co.kr

입력시간 2002/04/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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