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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한화갑 고문

[인터뷰]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한화갑 고문

"호남출신은 '차기'라는 민심 읽었죠"

대권을 접고 당권 도전에 나선 한화갑(63) 민주당 고문은 “광주 경선의 결과를 ‘이번에 호남 출신은 한번 쉬어라’ 하는 호남 사람들의 뜻으로 받아들여 경선을 포기했다”며 “본의 아니게 말을 바꾸게 돼 내심 괴로웠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한 고문은 “대선 경선에는 동교동계 전체의 지지를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출마했다”며 “따라서 지지도 받지 못한 동교동의 압력에 의해 중도 포기했다는 음모론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 고문은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정계 개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한 고문은 “노 후보의 주장은 구체적인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 정가에 떠돌던 ‘대선 경선 후 당권=한화갑, 대권=노무현’ 구도의 ‘개혁 후보 연대론’을 일단 부인했다.

한 고문은 “한나라당 이 회창 전 총재는 남의 당의 경선 경쟁에 편승해 근거 없는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등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민주당 어느 후보가 나와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한 고문은 민주화 운동 동지였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에 대해 “관계 개선의 노력은 몇 번 있었지만 인위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혀 여전히 갈등 관계에 있음을 인정했다. 다음은 한 고문과의 일문 일답.


광주결과는 “호남출신은 다음에”뜻


-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 들어 갔습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처음 시행되는 국민 경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잘 운영되면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국민 경선을 통해 우리 당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경선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향상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경선을 포기했는데.

“광주에서 1등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광주 시민들의 결정인데, 저는 여기에 세가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첫째, 무조건 자기 지역 사람이라고 표를 몰아주지 않는, 지역 감정 해소를 바라는 광주 시민의 결정이었고, 둘째로 광주는 현정권의 뿌리인데 ‘좀 더 잘해서 칭찬 좀 들어라, 너(한화갑)도 칭찬 못 받고 비판 받는 사람 아니냐’는 채찍이었고, 끝으로 국민 화합을 염원하는 광주 시민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지역적인 과거 관행에 집착하지 말고 국가 장래를 생각해서 화합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 광주 경선 결과가 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뜻입니까.

“광주 시민들이 ‘김대중 대통령 다음에 호남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느냐’ 하는 생각에 대해 저는 그간 정면 돌파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광주서 1등을 못한 것은 ‘호남 사람들이 이번에는 한번 쉬어라’고 결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사퇴 했습니다.

광주 결과를 보고 삼화(三和)주의를 이론적으로 체계화 시켰습니다. 첫째가 국민이 화합하는 동서화합, 둘째가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남북 화합, 셋째가 세계 평화를 위한 세계 화합입니다. 이런 광주 시민의 위대한 결정을 겸허히 수용했습니다.”


- 그렇다면 영남 후보 같은 특정 지역 후보를 밀겠다는 뜻입니까.

“그런 생각은 해 본적 없습니다. 다만 국민 경선에서 우리 당 후보로 된 사람은 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당원의 의무 입니다.”


- 이인제 후보가 한 고문 사퇴를 놓고 음모론을 제기 했는데.

“말이 안 됩니다. 저는 동교동에서 추천된 후보로 경선에 나간 게 아닙니다. 개인적 결정에 따라 혼자 나갔습니다. 후보 등록 이후에도 동교동계 전체가 저를 밀어준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지지 했습니다. 저를 밀어주지도 않은 사람들이 저를 낙마 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정계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정계 개편은 시기와 방법, 그리고 국민의 동의라는 세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노 후보의 정계 개편에는 구체적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정책 논쟁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유익하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정계 개편이 당내 경선이나 대국민 관계에서 보탬이 되는 지 되묻고 싶습니다.”


- 그럼 앞으로도 정계 개편이 어렵다는 얘깁니까.

“앞으로 문제는 그때 상황 변화에 따라 거론할 문제입니다.”


- 한나라당 이 회창 전 총재가 현정권을 좌파적 정권이라고 말했는데.

“현 정부는 2년 전 건국이래 처음으로 미국 프리덤 하우스로부터 인권과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는 확인을 받았다. 이런 나라에 어떻게 공산주의적인 인권 탄압이나 자유 억압이 있을 수 있습니까.

남의 당내 경선에서 후보들이 하는 말에 편승해서 여당의 소모적 정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면, 이 전 총재 역시 당리 당략을 위해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다.

민주 제도를 정착시킨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매도한다면 그것은 국제적 흐름을 모르는 지도자 입니다. 이런 지도자에게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도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이 전총재는 소모적 색깔 논쟁을 그만 두고 생산적인 정책 대결의 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본의 아닌 ‘말 바꾸기’ 가슴 아파


- 한 고문께서 최고위원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번복 했는데.

“출마하라는 강력한 당내 의원들의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그런(출마) 권유를 받고 내심 놀랐습니다. 제가 그런 요청을 받을만한 지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 것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당원들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소임을 다하지 않는 직무 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책임감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출마 제의를 받아 들인 것입니다.

또 그에 앞서 제가 존경해 오던 진주 출신의 한학자이신 김곡(金哭) 하병국 선생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중용 14편에 있는 ‘군자(君子), 소기위이행 불원호기외(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ㆍ군자는 현재 그 위치에 걸맞게 행동할 뿐, 그 외의 것은 원치 않는다)’라는 글귀를 보내 왔습니다. 이 뜻을 깊이 생각하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 그간 ‘말을 바꾸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아 왔는데.

“최고 위원 출마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간 ‘한화갑은 거짓말 안 한다’는 게 제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이번에 말을 바꾸게 됐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는)기자 회견에 갔는데 정말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럼 대선 경선전 소장파들이 추진했던 ‘당권=한화갑, 대권=개혁 후보(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중 1인)’식의 개혁 후보 연대론이 부활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 때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그런 문제가 거론됐는데, 제가 거부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끝까지 가느냐 마느냐로 고심하다가 ‘이번에는 쉬어라’ 하는 광주 시민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경선 포기가 개혁 후보 연대론의 부활은 결코 아닙니다.”


-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 나가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 전총재의 지도자로서의 한계가 다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권 최고와의 관계는 시간이 해결


-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민주화의 동지였는데 집권 이후 다소 소원한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자신이 많은 분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것은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관계 개선 시도는 몇 번 있었지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인위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 대표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까.

“그것은 대의원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경선에 나설 분들은 모두 버거운 상대입니다.”


- 그렇다면 차기에는 대권에 재도전하시는 것입니까.

“(이평수 보좌관이 나서 “반드시 차기가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하자, 겸연쩍은 듯 얼굴을 붉히고 웃으며)내일 일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 그렇다면 노 후보가 말하는 식의 정계 개편을 통해 이번에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게 그럴 만한 힘도 없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정계 개편은 시기, 방법, 그리고 국민의 동의 등 삼위일체가 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모든 것이 확실해 질 때 말하겠습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4/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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