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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건전한 정책 논쟁의 장으로 노력

군사정권 시대 말기였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상ㆍ이념 문제에 관련돼 기사를 쓰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잘못하면 이념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무엇보다 취재 대상자가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멍에를 쓸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충 취재를 위해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도 매우 힘들었다. 일부 급진파 운동권 학생이나 재야 운동가들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노코멘트로 일관해 취재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달라졌다. 요즘 여당 대선 후보들간의 노골적인 이념 공방이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각계 전문가들은 TV 공개 토론회에 나와 열띤 이념 공방전을 벌인다.

이제 모두들 이념 문제에 대해 별 거리낌이 없다.

사실 이번 보ㆍ혁 문제를 취재하기에 앞서 기자들은 적지않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실제 취재 과정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념 문제에 대해 무척 진솔한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 학자들은 정치권 고위 인사의 이념과 성향을 적나라하게 지적해 오히려 취재하는 기자를 당황케 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사상ㆍ이념 논쟁을 벌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또 하나 싹트는 우려를 감출 수 없었다.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념 공방에 모두가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방을 ‘좌파니 수구니’하며 비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앞으로 유럽처럼 이념 논쟁이 한단계 성숙해지기 위해선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개혁, 진보, 중도, 보수, 수구 같은 이념적 개념은 상대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진보주의자 입장에서 개혁 세력은 급진적이며, 보수주의자에게 수구 세력은 구태의연한 기득권자로 비춰진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구분은 시대, 계층, 국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오용될 여지가 많다.

우리가 성숙한 시민 사회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아에 집착한 상황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 자신과 상대의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해 시대 상황에 맞는 건전한 정책 논쟁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4/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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