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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보·혁을 아느냐] 무늬만 좌·우, 퇴색된 이념대결

프랑스 대선, 우파 시라크·좌파 조스팽 7년만에 맞대결

4월 21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右派)인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과 좌파(左派)인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7년 만에 재대결을 벌인다.

4월 5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1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1974년의 12명 이후 최다 후보를 기록한 이번 선거는 좌우(左右) 동거정부의 폐단에 대한 비판으로 200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인 후 처음 실시된다.

4월 21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5월 5일 결선 투표를 실시할 이번 선거는 특별한 쟁점이 없는데다 두 후보의 경쟁이 치열해 막판까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치열한 2파전 양상

이번 선거는 조스팽과 시라크 양자 간의 대결이다. 4월 9일 주요 여론조사 기관인 BVA와 IFOP이 렉스프레스와 파리 마치 등과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2차 투표 승자에 대한 상반된 전망을 내놓아 이번 선거의 혼전상을 반영했다.

BVA는 1차 투표에서 두 후보 모두 20%의 지지를 얻은 뒤, 2차 투표에서 조스팽이 52%, 시라크가 51.5%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IFOP은 2차 투표에서 시라크가 51.5%, 조스팽이 48.5%의 득표율을 보이고 1차 투표에서 시라크가 21%, 조스팽이 17.5%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계속 지지율에서 시라크에게 2~3% 차로 뒤져오던 조스팽은 올 2월 출마를 선언하면서 잠시 시라크를 추월했으나 최근 국내 치안 불안으로 다시 주춤한 상태. 엎치락 뒤치락하는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오차 범위 내인 2~5% 사이의 접전을 계속하고 있어 현재로선 1, 2차 투표 결과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3위권에 해당하는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 아를레트 라기예 노동자투쟁당 후보, 공화파를 자처하는 장-피에르 슈벤망 전 내무부 장관의 지지율은 각각 12~13%, 8~9%, 7~8%선을 보이고 있다.


좌·우파 대표적 정치인

현재 프랑스 정계의 좌ㆍ우를 대표하는 두 후보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우파인 시라크(69)는 총리 보좌관으로 출발해 하원의원 6선에 장관 4번, 파리 시장과 총리 2번에다 대통령까지 지내는 등 화려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좌파인 조스팽(65)은 외무부 관료로 출발해 대학교수와 파리시 의원 등 현장에서 성장해 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풍기는 이미지도 상반돼 낙천적이고 포용력 있는 인상의 시라크는 섹시하고 친화력이 강해서 여성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반면 청교도적이고 딱딱한 인상의 조스팽은 치밀함과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식인 층의 지지가 두터운 편이다.

두 후보의 부인들도 대조적이다.

귀족 출신인 시라크의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68)는 결혼생활 46년 동안 내조에만 전념한 전통적인 여인상의 대표격인데 반해 폴란드계 이민자 출신인 조스팽의 부인 실비안 아가친스키 여사(56)는 프랑스 국립 고등사회과학원(EHESS) 정치철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인 엘리트로 “남편의 대선 출마와 나는 무관하다”고 당당히 밝힐 만큼 독자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우경화 바람에 이념적 색채 바래

두 후보가 좌우 양 진영의 대표 주자임에도 불구 이번 선거를 전통적인 좌우 대결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전반적인 유럽 대륙의 보수 우경화 바람 속에 두 후보 역시 이념적 색채가 다분히 퇴색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시라크는 사회보장, 노동자 권리 등 좌파 정책을 수렴했고 조스팽은 감세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흡수해 양측간의 차이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두 후보는 모두 범죄 예방, 실업대책, 35시간 근무제, 연금제도 개선, 감세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전체 방향은 같고 각론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정도다. 범죄 문제에선 양측 모두 사회안정장관직 신설을 공약했으며 실업 문제 역시 개선을 약속하는 수준에서 대동소이하다. 그나마 차이를 보이는 35시간 근무제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자신이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조스팽은 근로시간 단축 강행을, 시라크는 단축에 따른 부작용 개선을 주장하는 정도다.

이는 최근 인근 국가의 잇따른 우경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이탈리아와 덴마크, 노르웨이에 우파 정권이 탄생한 데 이어 지난달 포르투갈 선거에서도 중도 우파인 사회민주당(PSD)과 대중당이 승리하는 등 유럽은 지금 거센 ‘우풍(右風)’ 에 휩싸여 들고 있다.


조스팽, 좌파 공략으로 승부수

주춤하던 조스팽은 4월 9일 지방유세에서 “2차 투표 승리를 가능케 하는 1차 투표 결과가 나오려면 1차 투표에서 좌파가 총동원돼야 한다”고 역설한 뒤 좌파 색채가 강한 새로운 공약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최근 다시 ‘좌향좌’를 선언했다. 오르는 듯 하다가도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시원찮은 지지율 때문이다.

그 동안 우파 성향의 유권자층을 공략해 온 조스팽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1차 투표 예상 지지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 이하로 내려가자 이같은 성적으로는 2차 투표에 진출하더라도 시라크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좌파 표밭갈이와 함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스팽의 이런 변화도 정치 무관심이라는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이 투표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리베라시옹지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정작 걱정해야 할 문제는 투표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관심의 배경에는 이번 대선이 정책보다는 재대결하는 두 실세 정치가의 인기투표 양상으로 흐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치안강화가 최대 공약

이번 프랑스 대선의 최대 이슈는 치안 문제이다. 선진국들 가운데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평가 받던 프랑스에 전통적인 좌우 이념 공방이나 경제 정책, 외교 문제 대신 매우 일상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치안이 전면에 나선 원인은 조스팽이 이끄는 사회당 집권 이후 범죄율이 급속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미 지난 99년 중반에 ‘인구 10만 명당 발생 범죄건수’가 미국수준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범죄 증가율은 유례가 드문 7.9%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95년부터97년까지 3년 연속 범죄율 하락을 기록했었다.

여기에다 최근 10대 집단 린치, 총기난사, 반유대 테러 등이 잇따르자 조스팽 총리는 급기야 자신이 범죄에 대해 관대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범죄 예방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시라크 측도 재빨리 범죄 예방과 치안 강화를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라크에게 치안문제는 국민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동시에 조스팽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더없이 좋은 무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4명중 3명이 치안 문제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식 국제부 기자 jawohl@hk.co.kr

입력시간 2002/04/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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