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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번지는 최규선 게이트

청와대로 번지는 최규선 게이트

DJ 3남 홍걸씨 연루 등 총체적 난맥상 드러나, 야당으로 불똥

희대의 브로커 최규선(42·미래도시환경 대표)씨가 결국 화약고인 청와대에 불을 당겼다.

최규선씨의 입이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씨를 넘어 청와대를 총체적으로 비틀거리게 만든 것이다. 최씨의 입놀림에 청와대는 물론 정국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야당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민주당 설훈의원이 "최씨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총재에게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폭로는 한나라당과 윤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설의원을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씨의 말 한마디가 진실을 가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밀항 권유설·돈거래 등으로 휘청

최씨는 19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청와대 이만영 정무비서관이 해외 도피를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최씨가 직접 이 비서관에게 이 같은 권유를 받은 것은 아니다. 최씨는 "최성규 총경(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11일 청와대에 갔다 온 직후 나에게 '청와대 이만명 비서관을 만났는데 최규선씨도 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최총경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며 출금된 상태이니 밀항이라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발언으로 청와대는 큰 충격에 휩쌓였다. 이 비서관은 "지난 11일께 친구인 최성규 특수수사과장이 사정비서관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왔다가 내 사무실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며 "그러나 최규선씨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한 적이 없으며 최씨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즉시 이 비서관을 소환해 진위를 조사했으나 6시간만에 이 비서관은 풀려났다.

그러나 검찰이 이 비서관에 대해 '해명성 수사'를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 비서관을 불러 상황파악을 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최총경이 해외 도주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최규선씨가 주장한 '청와대 대책회의'의 진실을 밝히는 데 달려 있다. 최씨는 "최총경이 청와대 대책회의를 한 뒤 최총경에게 해외도피 권유를 했다"고 밝혔다. 물론 청와대에선 완강히 부인한다.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쾌도난마식으로 칼을 대지 못한 채 어쩡쩡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자칫 검찰과 청와대의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잰 걸음으로 충분한 정황조사를 벌일 것으로 청와대로 칼을 겨눌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해외도피 권유 의혹보다 더 깊숙이 청와대의 폐부를 찌르는 것은 대통령의 수행비서인 이재만 행정관(3급)이 최규선씨에게 돈을 받고 대통령의 일정과 근황을 전달하는 '뒷거래'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재만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언제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지근 거리에 있는 인물. 외부행사 때는 대통령의 승용차 앞자리에 타고, 대통령이 과거 지팡이를 사용했을 때는 지팡이를 대신 들고 다녔다.

대통령의 일정은 2급 비밀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고, 청와대에선 대통령의 공식일정을 언론사에 알릴 때에도 문서가 아닌 구두 통보 형식을 택할 정도로 신중을 기해왔다.

이 행정관과 최씨의 유착의혹은 청와대 자체 조사결과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듯하다.

청와대가 이씨의 사표를 수리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씨를 부를 때 이씨의 자녀 이름을 따서 "00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했던 사이였고 수시로 돈을 주며 이씨를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씨가 대통령의 근황외에 최씨에게 전해 준 '고급정보'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씨와 이재만씨, 여권 실세의 보좌관, 국정원 간부 등이 '정보네트워크'를 구성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확인은 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청와대와 최씨의 연루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인 최성규씨의 도피에 권력 차원의 배후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여론의 시선도 청와대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상이 규명될수록 청와대가 궁지에 몰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정황탓이다.


문어발식 로비행각, 유탄 맞은 야당

최씨의 문어발식 로비행각은 결국 한나라당의 발목까지 잡았다. 윤여준 의원은 설의원의 폭로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총재의 금품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윤의원은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해 늦여름 미국에 거주중인 문모씨 소개로 최씨를 만난 이후 6,7차례 여의도와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사실은 있지만 집에서 만난 기억은 없으며,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씨는 나를 만나 처음에는 자신이 이 전총재의 방미 등 대미관계를 도울 수 있다고 했고 최근에는 홍사덕 의원의 서울시장 경선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이 전총재의 대미관계는 내 담당이 아니고 홍의원도 도울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최씨가 현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에 접근한 것은 확인된 셈이다.

최씨는 97년 15대 대선 직전에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 보좌역으로 여권에 합류하지만 이에 앞서 96년말에는 당시 여권 실세였던 최형우 신한국당의원에게 줄을 댔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행적은 '권력이 있으면 어디든 접근하는' 전형적인 로비스트의 행태이다.

결국 한나라당도 최씨가 다음 정권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했던 '먹이'였고, 결국 자금 수수설의 진위여부를 떠나 최규선 게이트의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문민정부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

검찰 주변에선 최규선 게이트가 '5년전으로 정국의 시계를 되돌린 것 같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한보사건이 문민정권에 치명타를 가하며 결국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감옥으로 보낸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한보의 정계로비로 여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았고 청와대는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했다. 아들 문제가 터지며 대통령인 YS도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검찰은 축소수사 의혹에 몰리며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았고, 결국 심재륜 중수부장을 정점으로 한 '드림팀'을 구성해 현철씨를 구속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다시 눈을 돌려 현재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의 아들들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데 이어 청와대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들을 조기 귀국시키고 철저히 조사하라는 여론의 들끓는 요구에 묵묵부답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로 검찰 최고위급 간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데 이어 현직 고검장이 수사기밀 누출 의혹을 받는 등 촤악의 상황. 검찰로서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권력에 맞서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규선씨 게이트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한치 앞도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선 "청와대가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정리하고 정도를 걸으며 파문을 수습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태희 사회부 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2/04/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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