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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DJ의 마지막 선택은

[데스크의 눈] DJ의 마지막 선택은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할 것인가. 탈당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대통령의 임기 말 당적 이탈은 우리 정치의 관례처럼 되어있다.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도 대선 3개월과 1개월 전에 각각 탈당한 바 있다.

김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대선까지 7개월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이 노무현 후보의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홍(弘)3 게이트’ 문제를 놓고 김 대통령을 물고 늘어질 것이고 대선 주자로 확정된 노무현 후보에 대해 ‘DJ의 적자(適子)’라며 집중 공세를 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5월초까지 대통령이 세 아들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는 5월9일 직후 탈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일단락 짓고 당을 노무현 체제로 전환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보도 그 동안 DJ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김 대통령의 탈당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청와대는 김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선숙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이후 일절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과는 상징적인 관계만 남아 있는데 굳이 탈당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 야당의 민주당 당적이탈 요구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당적을 이탈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는 계속 불거지고 있는 ‘홍 3게이트’의 파문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아들 문제와 관련, 청와대 비서관들 중 어느 누구도 김 대통령에게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특히 청와대측은 아들 문제로 김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어 탈당토록 한 뒤 사실상 대통령의 힘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의도인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일찌감치 불러와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아들 현철씨가 구속됨에 따라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외환위기 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조기 탈당을 청와대측이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들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고 앞으로 남은 월드컵과 지방 선거 및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기 탈당 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에게는 레임덕에 따른 실 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다했다는 의미에서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김 시대의 사실상 마지막 주자인 김 대통령은 우리 정치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완전한 중립 상태에서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한다면 여야 대선 후보들이 페어플레이를 통해 깨끗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치 역사상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한 대통령은 없었다.

오랜 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 정치를 발전시켜온 김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과 남북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업적을 남겼다. 대통령 단임제에서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여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선거 이후 항상 공정성 문제로 정쟁이 계속돼 왔다.

김 대통령은 이런 고리를 끊고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드 시키는 것이 마지막 과제일 지 모른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truth21@hk.co.kr

입력시간 2002/05/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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