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AFTER PM6] 짜릿하고 색다르게…재즈카페로 간다

[AFTER PM6] 짜릿하고 색다르게…재즈카페로 간다


정장 차림, 넥타이 부대가 주류

재즈카페.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즈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리 썩 가깝게 와 닿지 않는 장소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인상적으로 색감을 불어넣기 위해 깔리던 음악이나 수많은 광고 속에 재즈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재즈카페 ‘원스인어블루문(Once In a BlueMoon)’은 재즈가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오후 5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원스인어블루문은 상호에서 느껴지듯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느새 이색적인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즈는 잘 모르지만 우연히 들렀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노래와 분위기가 좋아 가끔 오게 됐다”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처럼 원스인어블루문에는 음악이 있고 술이 있고 분위기가 있어 사람들을 모여들고 있다.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서는 직장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재즈를 지배하는 전반적 기조가 ‘자유’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너나없이 말쑥한 차림의 넥타이 부대와 정장차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소 어두운 실내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색소폰의 흐느낌 속에 심취한 듯 무대를 향해 앉는 사람, 희미하게 흔들리는 불빛 아래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렇게 재즈는 더 이상 예술(?)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만은 아닌 듯 우리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여기는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옵니다. 간혹 은발의 노신사들이 혼자 와서 음악을 듣다가 가는 경우도 있지요.” 총지배인 이호준씨의 설명이다.


예약 없이 왔다간 돌아가기 일쑤

올해로 문을 연지 4년 됐다는 원스인어블루문은 재즈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대중화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밖에서 봤을 땐 아담한 높이의 건물이지만 실내는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중앙 부분이 뚫린 3층 구조이다.

실내 어느 곳에서나 바로 옆에서 라이브를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도록 무대와 조명, 음향, 영상, 오디오시설을 고안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한다. 좌석이 160석 가량이나 되지만 메인 공연이 있는 9시 이후에는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았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도 종종 있다.

“술 한 잔 시켜놓고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고 푹 빠져 있을 때도 있다”는 40대의 김모씨. 자신을 재즈 매니아라고 소개한 그는 “음반을 통해 들을 땐 단순하던 음악이 재즈뮤지션들이 직접 공연하는 것을 보면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다”며 “회식 후 2차 장소나 모임 장소로 이곳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재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들렀다가 단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곳에선 재즈 문외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소프트한 수준의 재즈에서부터 척 맨지오니나 로라 피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정통 재즈뮤지션들의 공연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일만 잘 골라잡으면 색소폰 연주자인 이정식과 KBS 관현악단장인 정성조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일탈 꿈꾸는 직장인들의 해방구

“여기선 라이브도 볼 수 있고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다른 데보다 음식값이 싼 편은 아니지만 음식도 맛있고 음악도 좋습니다.” 동료들에게 한턱 낼 일이 있어 왔다는 강모씨의 말처럼 사실 재즈카페에서 식사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호텔 출신 주방장이 만들어내는 양식과 퓨전음식이 직장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같은 곡이라도 매번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재즈의 매력입니다. 애드립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죠. 그런 자유야말로 재즈의 최고 매력이죠.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쫓기듯 사는 직장인들에게 더 어필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라는 한 직장인의 말처럼 재즈카페는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해방구로 자리잡고 있다.

서명희 자유기고가 nari922@yahoo.co.kr

입력시간 2002/05/03 19:53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11월 제2855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11월 제2855호
    • 2020년 11월 제2854호
    • 2020년 11월 제2853호
    • 2020년 11월 제2852호
    • 2020년 11월 제2851호
    • 2020년 10월 제2850호
    • 2020년 10월 제2849호
    • 2020년 10월 제2848호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천년 세월 담아낸 보헤미안의 도시'체코 프라하 '천년 세월 담아낸 보헤미안의 도시'체코 프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