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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로비 관행 청산해야

[경제칼럼] 로비 관행 청산해야

한국의 가족주의는 유별나다. 지금부터 100년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 왕립 지리학자인 버나드 비숍의 기행문에는 당시의 한국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일가 가운데 누가 벼슬이라도 하면 온 집안 식구들이 그 벼슬아치의 집에 들락거리면서 출세를 함께 즐기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모습들이 비숍 여사에겐 무척 신기했던 모양이다.

10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조금 여유가 있는 집에 일가 친척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기억을 할 것이다.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서로 돕는다는 의미에서 가족주의는 어느 정도 생존의 덕목이었을 것이다.

산업화 사회가 되면서 가족주의는 연고(緣故)주의와 함께 얽히고 설키고 인사 청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와졌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공(公)과 사(私)가 불명확한 점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공사를 명쾌하게 구분할 수 없으면 굳이 공직과 같은데 나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냥 사인으로 살면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흘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와 비리는 대개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최근에 장안의 화제는 단연 대통령의 아들들에 관한 내용이다.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면 남의 자식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없다.

'정말 안된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깊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아들들이고 이런 사건이 한 집안에 한정되지 않고 그 범위를 휠씬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치공세의 좋은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본래 누가 정치권력을 쥐게 되면 장성한 아들들은 집요한 로비의 대상이 된다. 나는 오랜 동안 경제계에 종사했던 한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3공 때도 아버지에게 이권 청탁이 먹혀 들지 않으면 장성한 아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였다고 한다. 쉬쉬하고 넘어간 경우가 많지만 이런 로비의 결과로 아들들을 망친 경우가 한 두 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번에 로비의 대상이 되었던 김홍걸씨 역시 학교 생활만 오랫동안 한 사람이라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무엇인가를 추구하였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권력에 가까이 있다 보니 그 권력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다양한 금품 공세를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업이란 본래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사업세계가 그런 곳인가. 한국은 비즈니스 관행은 여전히 로비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특정 프로젝트를 두고 업체들이 격돌하게 되면 수없이 많은 음해와 모함이 난무하게 된다.

만일에 그런 프로젝트의 수주가 한 쪽이 얻게 되고 다른 기업이 완전히 잃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면 이 때 상인들은 거의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본인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수주전에 뛰어든다.

역시 뭐니 해도 정치권력의 영향력은 이 땅에서 건재하다. 복권사업과 관련된 소문이야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 아닌가. 그런 엄청난 이권을 나누어 주는데 사업 외적인 관계나 보상이 없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 거래가 없다고 생각하면 지나치게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자나 관계 그리고 군 출신들은 무척 순진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번에 홍걸씨의 사건을 지켜 보면서 '부당한 방법을 무릅쓰더라도 이익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질 나쁜 장사꾼들이 순진한 권력자의 아들을 철저하게 이용하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이미 전임 대통령의 아들 문제로 크게 홍역을 치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옛말이 있듯이 관련된 사람들이 좀더 철저하게 관리를 했어야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귀하게 생각하는 그 아들에 대해서 누가 나쁜 이야기를 했을 때 어느 부모가 그것을 곧이 듣겠는가. 게다가 보고의 대상은 최고권력자가 아닌가. 본래 권력자의 주변에는 주문자생산방식(OEM)의 보고가 난무하게 마련이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특정 채널을 타고 흘러가다 보니 이렇게 문제가 커지게 된 것이라고 추측하게 된다.

공인, 그것도 보통 공인의 자식들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겠는가. 그런데 그들은 모두 대통령의 아들들이기에 그만큼 가진 자의 책무, 지체가 높은 자의 책무를 짊어져야 한다. 유독 아들들의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입력시간 2002/05/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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