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화] 삼성 기술력의 현주소와 과제

세계 최고 기술력… 차세대 사업 개척 서둘러야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각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다. 먼저 삼성은 지난해 D램과 S램, TFT LCD에서 각각 29%, 26%,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이 분야의 1위 기업임을 새삼 각인시켜 줬다.

통신 역시 96년 CDMA 첫 상용 서비스에 힘입어 CDMA 휴대폰은 전세계 시장의 26%를 차지하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의 삼성전자의 명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 플레이어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 부문의 최강자는 소니로 대략 25%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도시바 마쓰시타와 함께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해 삼성전자는 ‘DVD콤보’를 시판해 1년간 115만대를 팔면서 단일 품목으로 DVD 플레이어 시장의 4.4%를 점유, 경쟁업체를 긴장시켰다.

PDP TV 역시 삼성의 앞선 기술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PDP는 올해 세계 시장 규모가 50만대에 달하며 매년 10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63인치 PDP HDTV를 내놓는 등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2005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99년 620만대를 수출해 세계 시장의 19%를 점유한 전자레인지는 2000년 일본 샤프를 물리치고 ‘월드 베스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도 대만,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시장 점유율 21%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삼성이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삼성은 디지털미디어, 반도체, 통신, 생활가전 등 4대 사업군 중 디지털 미디어 분야가 상대적으로 뒤 떨어진다.

특히 컴퓨터는 IT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이지만 여전히 마이너로 머물러 있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다. 이 시장은 연간 1,500억 달러로 메모리와 TFT LCD, 이동전화단말기 시장보다 훨씬 크지만 브랜드로 승부하기엔 델과 HP, IBM 등 메이저의 아성이 두텁기만 하다. 또 OEM쪽으로는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삼성의 ‘일류주의’가 먹히지 않고 있다.

삼성은 한때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목표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게임, 콘텐츠 산업에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컨버전스와 홈 네트워크 등 기존 하드웨어산업의 디지털화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분야로 떠 오른 지 오래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양대 메이저를 상대로 삼성이 협력과 경쟁이라는 상반된 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어떻게 소프트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 밖에 아직 명확하게 차세대 사업을 찾지 못한 점도 삼성 신화의 걸림돌이다. 삼성은 메모리, TFT LCD, 통신 단말기로 이어지는 사업 라인업을 통해 오늘과 같은 성공을 이뤄냈다. 이들 사업은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벤치마킹 대상이 없다. 삼성이 스스로 찾아내고 개척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포스트PC, ASIC 반도체, 디지털 가전 등을 새로운 사업으로 꼽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내부적으로도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5/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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