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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님' 의혹, 바닥 아직 멀었다

'영식님' 의혹, 바닥 아직 멀었다

홍걸 구속·홍업 사법처리도 시간문제, 수사방향 예측불허

의혹의 ‘화수분’이었던 ‘최규선 게이트’가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구속사태까지 불러왔다. 그러나 아직도 홍걸씨를 둘러싼 의혹들의 상당 부분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어 향후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차남 홍업씨 역시 검찰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가 사법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5ㆍ18 22주기와 DJ아들의 구속

5월16일 서울지검은 동이 트기 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전 8시가 되자 취재진의 숫자는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AFP, AP, NHK 등 외국 언론사들도 기자들을 급파, 취재경쟁에 동참했다.

열기와 긴장감을 깨뜨리며 검은색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청사 로비 입구로 진입한 시간은 오전 10시. 취재기자들은 수첩과 볼펜을 꺼내들었고 사진기자들은 카메라 조리개를 다시 맞추며 피사체의 등장을 기다렸다. 드디어 의혹이 처음 제기된지 한달 보름여만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조석현 변호사와 동행한 홍걸씨는 감색 양복에 감청색 넥타이를 맨 홍걸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애써 정면을 응시했으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불빛이 부담스러운 듯 이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기자들과 홍걸씨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말씀 해주십시오.” “부모님께 면목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국민들에게도 한 말씀 하시죠.” “죄송합니다.”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에 들릴 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소감을 피력한 홍걸씨는 곧장 11층 임상길 특수2부 부부장실로 향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8일 오후 8시45분 같은 장소에서는 똑 같은 풍경이 그대로 재현됐다.

외형상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홍걸씨가 청사로부터 밖으로 나왔으며 동행자가 투박한 검찰 직원 2명이었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그가 더 이상 자유의 몸이 아니라는 점.

이틀 동안 홍걸씨를 조사한 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는 이날 홍걸씨를 지난해 4월과 7월 타어거풀스(TPI)로부터 체육복표 사업권자 선정 대가로 TPI주식 6만6,000주(13억2,000만원)와 3개 계열사 주식 4만8,000주(액면가 500원)를, 코스닥등록업체 D사로부터 경남 창원시 아파트 건축관련 민원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했다.

홍걸씨는 이날도 예의 주눅든 표정과 목소리로 “여러분들에게 누를 끼쳐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구치소행 그랜저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국에서는 김 대통령이 늘 정치적 부담인 동시에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던 광주민주화운동 2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TPIㆍ포스코와의 관계 등 의혹 여전

그러나 홍걸씨의 구속으로 그를 둘러싼 의혹이 명쾌히 밝혀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그가 주식 외에 최씨를 통해 28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나 검찰 조사결과 드러난 부분은 D사로부터 받은 5억원 뿐인데다가 그나마 대가성이 인정된 액수는 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가 S건설로부터 받은 7억2,000만원의 명목과 포스코와의 수상한 관계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검찰의 우선적인 타깃은 홍걸씨 로비의 실재 여부와 추가 금품수수 내역이다. 일단 홍걸씨는 “최씨로부터 사업권자 선정과정에 잡음이 많다는 말은 들었으나 내가 나서서 TPI에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탁은 못 받았다”며 자신의 개입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TPI가 선정 직전까지 수세에 몰려있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홍걸씨가 이를 뒤집는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걸씨가 TPI로부터 주식외에 현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최씨가 TPI대표 송재빈씨로부터 받은 24억원 중 주식매입 대금으로 지급된 3억원의 사용처만 확인된 상태라 나머지 21억원 중 상당부분이 홍걸씨에게 건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와 홍걸씨의 수상한 관계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당면 해결과제는 지난해 4월 포항강판과 포철기연 등 포스코 2개 계열사와 4개 협력업체가 TPI주식 20만주를 70억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한 과정에 홍걸씨가 개입했느냐는 부분이다.

이미 당시 최씨가 유상부 회장 등에 대한 요청을 통해 주당 2만원선에 거래되던 TPI주식을 주당 3만5,000원이라는 고가에 포스코에 넘긴 사실은 상당부분 확인된 상태다.

문제는 포스코의 주식매입이 지난 2000년 7월 유 회장과 홍걸씨의 만남에 영향을 받아 이뤄진 것이냐의 여부. 실제로 당시 만남을 둘러싸고 이희호 여사의 요청설이 나돌고 있는데다가 유 회장도 주식매입 전까지 홍걸씨의 벤처투자기업 설립과정에 상당한 조력을 아끼지 않는 등 이례적 호의를 베푼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짙어진 상태다.


수비위주의 대응, 동정여론 의식한 전략?

지금까지 홍걸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선선히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한데 이어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검찰출두 및 구속집행 과정에서 그가 보인 ‘나약한 막내’의 모습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는 뭔가 다르다”라는 동정여론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어차피 구속을 면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간파한데서 나온 계산된 전략이라는 평도 있다. 도덕적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되 법적인 잘못은 법정에서 명확히 가리자는 것.

홍걸씨는 지금까지 “최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온 상태라 향후 보강수사 과정에서 결정적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재판에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최씨의 꾐에 넘어가 범죄행각에 말려들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설혹 형량이 더 높은 조세포탈죄의 적용을 받은 한이 있더라도 이권에 개입해 거액을 챙겼다는 파렴치범 수준에 포함되는 알선수재죄의 적용은 최대한 피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철씨가 1997년 5월17일 구속돼 5개월여를 복역한 뒤 보석으로 풀려나 99년 광복절 특수로 잔여 형기 집행면제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홍걸씨측도 ‘김현철 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업씨 사법처리도 기정사실로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김종빈 검사장)는 홍업씨 고교동기 김성환씨가 강남구 신사동에 부인명의로 단독주택 2채를 33억원에 구입한 뒤 이 곳에 빌딩을 지으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 자금출처와 주택구입 경위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김성환씨가 문제의 차명계좌에서 대금을 지불했고 토지구입 직후 12억여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미뤄 김씨가 근저당 설정을 통해 홍업씨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김씨를 추궁중이다. 검찰은 홍업씨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월드컵 개막 이전에 소환해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박진석 사회부 기자 jseok@hk.co.kr

입력시간 2002/05/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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