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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충북 진천군 문백면 농다리

[땅이름] 충북 진천군 문백면 농다리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전설은 이렇게 전한다.

용인에 사는 큰 아들이 진천으로 개가한 어머니를 모시고자 했으나 진천의 작은 아들이 극구 반대했다.그래서 큰 아들이 하는 수 없이 관아에 소송을 냈다.

관아에서 이렇게 판결했다. “너의 어머니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진천에 의부가 있으니 거기서 살고 죽은 후에는 용인에 모시도록 하라.”이 말은 농업이 으뜸이었던 시절에 진천은 들이 넓고 기름지며 가뭄과 큰 물이 들지 않아 농사가 잘돼 생거진천(살려거든 진천 땅에 살고) 이라 했고, 용인은 사대부들의 유택이 많은 산세가 준수한 땅이어서 사거용인(죽은 후 용인 땅에 묻히라)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다.

진천들을 가로지르는 미호천(渼湖川)과 그 가지내인 백곡천(栢谷川)은 유구하게 만성(萬姓)을 길러온 지령(地靈)의 젖줄이다. 농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고 지평(地平)에 점점이 곡선을 그린 야산은 조용한 전원풍을 연상케 하니 지나는 길손으로 하여금 절로 귀거래사(歸去來辭) 구절이 나올법한 그런 고을이다.

미호천은 문백면 구곡리를 거치면서 상산8경(常山8景)의 경관을 하나 둘씩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구산(龜山) 마을 동구앞 농다리(籠橋)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돌다리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져 있다.

농다리의 이름값이 높아진 것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오랜 연륜보다도 지금까지 손질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 불가사의한 완벽성 때문이었다.돌로 쌓아 오랜 세월을 버텨온 이 다리는 충북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오늘날까지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사학자들은 낭비성에서 도당산성으로 통하는 군사적 요로에 자리한 점으로 미루어 삼국시대에 축조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에 반해, 마을 주민들은 고려 고종 때 세운 다리라고 전하고 있다.

이 다리는 오랜 세월동안 큰 물난리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버텨 ‘신비의 다리’로 알려져 있다. 전체 길이가 93.6m이며 너비가 3.6m. 돌로 쌓아 1.2m높이의 교각을 만들어 세웠고 교각과 교각사이의 폭은 큰 걸음 폭. 처음에는 스물 여덟 칸으로 축조됐으나 세월이 흐르며 토사매몰로 양쪽 두 칸 씩이 줄어 현재는 스물 네 칸이다.

진천지방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붉은 빛을 띠는 자석(紫石)을 모아 지네(百足蟲) 모양으로 만들었기에 ‘지네다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음양의 이치에 따라 교각을 쌓고 그 자리에 장대석을 얹었다. 돌과 돌을 서로 잡아 당기도록 교묘하게 쌓고, 작은 돌로 세운 교각은 나라안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어 토목공학적 연구가치도 높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이 다리에는 별난 전설이 있다. 고려 고종 때 임행(林行) 장군이 그의 출생지인 이 고을 구산동(현재 구곡리)앞 세금천(洗錦川)에서 눈보라가 치는 겨울아침에 세수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젊은 부인이 친정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차가운 물을 건너려는 효심에 감탄, 용마를 타고 하루 아침에 이 다리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 다리는 나라안에서 변고가 있을 때마다 큰소리로 울었고 특히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합방 당시는 며칠간을 울어 마을 사람들이 밤잠을 설쳤다고….‘진천’에 긴(진)다리(지네다리:long다리:籠橋)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홍환 현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2/05/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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