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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방선거를 잡아라] 정치권 제3세력, 태풍의 눈으로

진보정당 대거 출사표, 기존 정치권 불신으로 '승산있는 게임' 예상

민주노동당 녹색평화당 사회당 자치연대 환경연합 등 기존 정치의 대안세력을 자부하는 제3세력이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어느 때보다 승산이 있다. 기초는 물론 광역단체장까지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감정을 축으로 한 3김의 구심력이 약화 된데다 ‘홍3 게이트’ 등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등 변화의 욕구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3월 7일 지방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후보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를 구분하기 때문에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새로운 소수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졌다. 



울산서 최초의 광역단체장 탄생 노려

제3세력은 유력한 후보는 적극 지원하되 인지도나 조직력 등에서 밀려 당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후보들은 진보정당의 정책이 실현되는데 힘을 발휘할 정도의 득표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각 진보 정당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과격’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참신한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2004년 총선에서 본격적인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제3세력은 노동자의 정치참여를 표방한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서울 울산 경기 등 광역단체장 7명, 기초단체장 12명, 광역의원 64명, 기초의원 105명을 후보로 냈다. 

특히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울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진보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광역단체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또 기초단체장인 창원시장과 울산 3개 구청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 등이 서울을 비롯한 전략거점에서 선전해 5%이상의 정당지지율을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광역비례 대표의 지방의회 진출을 꾀한다는 전략도 세워두었다.

사회당은 서울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진 원용수 대표를 비롯해 울산 인천 등 3 곳의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냈다. 원 후보는 평소 좌파 대중정당화를 지향해 온 민주사회주의자로 1990년 민중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학생추진위원회 활동 중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사회당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한 젊은 활동가들을 전국 16개 지역구의 광역비례대표로 내세웠는데 최근 정당 인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녹색평화당은 서울에 임삼진 대표를, 인천에 신맹순 인천시의원을 각각 시장 후보로 냈다. 환경운동가 등이 주축인 녹색평화당은 5월 21일에야 정당 등록증을 교부 받는 등 뒤늦게 시작했지만 한국 최초의 녹색정당을 자임하고 있는 만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물론 광역비례대표 당선도 기대하고 있다. 



자금ㆍ인지도 약세 참신성으로 차별화

6.13 지방선거를 노리는 또 다른 제3세력은 정당 형태가 아닌 환경운동연합 지방자치개혁연대 한국청년연합회 같은 시민 단체들이다. 선거법상 무소속으로 분류돼 정당명부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난의 길을 택한 이들은 섣부른 정치세력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고집하며 많은 시민 후보들을 내세웠다.

지난해 4월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청년엽합 등 전국의 크고 작은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이 모여 창립한 지방자치개혁연대는 대구시장에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을, 광주시장에 정동년 조선대 교수 등 3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출전시켰고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 의원에도 많은 후보를 내세웠다.

‘녹색정치의 실험’을 기치로 내건 환경운동연합에선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5명, 기초의원 40명이 후보로 나선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경기 고양시를 녹색정치의 교두보로 간주하고 이치범 시장 후보를 비롯해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3명을 집중 포진시켰다.

제3 세력은 조직과 자금력, 규모, 인지도 등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등 기존 정치세력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약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존 정당과 차별화한 정당 색깔과 독특한 후보의 경력과 공약 등을 내세워 분전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사회당의 원용수 후보는 '평등 서울, 환경 서울, 해체 서울'을 3대 정책기조로 제시하고 공공보육 100%달성, 시내버스를 LNG 저상버스로 전면교체, 강남순환고속도로 전면 재검토, 동대문 운동장 녹지공원화, 서울시내 소재 대학 평준화 등을 내세웠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녹색평화당의 임삼진 서울시장 후보도 '녹색혁신'을 기치로 행정체계부터 각종 도시계획과 건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환경 개념을 접목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3세력은 진보진영의 전략적 제휴도 활용하고 있다. 환경연합의 이치범 고양시장 후보는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과 연대하고 있고, 지방자치개혁연대의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는 지역 환경연합과 공동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진보진영 응집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그러나 제3세력의 정치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기존 정치권의 벽이 의외로 높고 제3세력은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3세력의 각개 약진식 후보 등록은 진보진영의 난립 또는 적전(敵前) 분열로 비추어져 진보역량의 응집력을 떨어뜨리고 진보성향의 표심을 분산시켜 사표로 전락시킬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 김민석,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이문옥 부패추방운동본부장, 사회당의 원용수 대표, 녹색평화당 임삼진 공동대표가 출전했고, 인천시에선 김창한 민주노동당 후보, 김영규 사회당 후보, 신맹순 녹색평화당 후보가 일전을 벌일 태세다.


‘김민석이냐, 이문옥이냐.’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를 놓고 사이버 공간에서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하여 ‘옥석논쟁’. 이문옥 후보의 ‘옥’자와 김민석 후보의 ‘석’자를 결합한 조어이지만 두 후보의 옥석을 가리자는 뜻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논쟁은 문화평론가이며 민주노동당 당원인 진중권(39)씨가 최근 한 인터넷뉴스 사이트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책 이름에서 ‘노무현’ 대신 ‘이문옥’을 집어넣은 ‘이문옥 외면은 또 다른 국민 사기극’ ‘이문옥과 자존심’이란 글을 올리면서 점화됐다.

 ‘정치인을 욕할 뿐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기득권층의 허위의식을 제 생각으로 착각하는, 말하자면 국민 전체가 거대한 사기극에 휩싸여 있으며, 그 희생자가 바로 노무현’이라는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진씨는 “노무현이 국민 사기극의 희생자라면 이문옥 역시 또 다른 국민사기극의 희생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진씨는 또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민석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동운명체라는 주장은 “미신에 가까운 가설”이라며 적어도 진보진영은 깨끗하고 진보적인 이문옥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강준만 교수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최근 발간된 월간 ‘인물과 사상’이란 잡지에 게재한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진중권의 질문에 답한다’를 통해 진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진씨의 물음이 ‘질문을 빙자한 선거운동’이라며 인물도 중요하지만 당선 가능성(김민석 후보가 더 유력하다는 의미)도 고려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5/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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