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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못생기면 용서 안되는 '성형 공화국'

룸사롱에 가면 탤런트 항시대기?

“예쁘면 뭐든지 용서할 수 있다.”

한 성형 예찬론자의 말이다. 성형수술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심리는 공인을 자처하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전문직 여성, 심지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까지 똬리를 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형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부작용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흥업소 종사자나 트랜스 젠더들도 성형 열풍에 합류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최근에는 가상의 캐릭터조차 젊은 여성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성형 공화국’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탤런트와 똑같이 수술해주세요”

강남의 모 성형외과 김모 원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을 전문직 여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의 얼굴을 인기 탤런트 N씨와 똑같이 만들 수 없겠냐고 물어왔다. 김 원장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잘 타일러 보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연예인을 닮은 이른바 ‘닮은꼴 성형수술’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신드롬은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강남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압구정동 주변에서 “젊은 여성들로부터 이 같은 제의를 받지 않은 전문의는 ‘왕따’로 통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 정도다.

연예인 고객이 많기로 소문난 압구정 P성형외과의 김모 원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비슷한 문의가 들어와 업무를 못할 정도다”고 하소연했다. 이 경우 무조건 수술해주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들어보고 나서 가능한 것만 들어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밤 업소에 종사하는 ‘나가요 걸’들로부터 종종 이 같은 수술을 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미심(美心)’이 발동해 수술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유흥정보 웹진 나가요닷컴(nagayo.com)의 운영자 목모(38)씨는 “그 어떤 곳보다 유행에 민감한 곳이 화류계”라며 “미인과 닮고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라고 말했다.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삼성동 G업소의 최모 실장(30)은 “연예인 닮은 아가씨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단골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 아가씨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2 하리수 꿈꾸는 ‘걸’

최근 들어 트랜스 젠더들도 이 같은 성형 열풍에 합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2의 하리수’를 꿈꾸며 성전환 수술 뿐 아니라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성형수술은 오히려 기회인 셈이다.

이태원 Y 트랜스 젠더바. 이곳은 화려한 조명과 인파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40여평 남짓한 가게 전면에는 무대가 마련돼 있고 무대 주변으로 ‘쭉쭉빵빵’ 미녀들이 앉아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다름 아닌 트랜스 젠더들이다.

태생이 남자인 터라 이들의 평균 신장은 1m70cm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 더해 정기적으로 여성 호르몬까지 주입해 외모나 몸매의 곡선도 웬만한 연예인들은 뺨칠 정도다. 김모(35)씨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트랜스 젠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로 전에 남자였나 싶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눈에 띠는 점은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트랜스 젠더들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낯익은 얼굴들이다. 가수 박지윤, 베이비복스 멤버 간미연 등 연예계 스타들과 빼닮은 트랜스 젠더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트랜스 젠더인 사실을 숨긴다면 진짜 연예인이 옆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한 마담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탤런트 김소연, 영화배우 이지현과 닮은 트랜스 젠더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성형맹신주의 부추기는 연예가

이처럼 트랜스 젠더들이 특정 연예인과 흡사한 얼굴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형 수술이다. 대리만족을 원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자 업소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일 정도다.

트랜스 젠더만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종업원은 “이태원에는 현재 2∼3개의 트랜스 젠더바가 있다”며 “이곳은 애초부터 특정 연예인을 닮은 트랜스 젠더들을 컨셉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성형 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이름이 오르내리는 트랜스 젠더들은 자신이 ‘원판’임을 강조한다. 가수 박지윤을 닮은 한 트랜스 젠더는 “가끔 손님들에게서 비슷한 소리를 듣지만 일본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것만 빼고 수술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성형 열풍 이후의 후유증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눈치다. 젊은이들에게서 ‘예쁜 것은 선이고 미운 것은 악’이라는 외모 만능주의가 인식될 경우 좋을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성형열풍의 진원지가 연예가임을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김준호 성형외과 전문의는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종종 연예인들의 성형수술 사실이 나온다”며 “이 경우 젊은 여성들에게 ‘성형 맹신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버 공간도 성형열풍

‘성형 열풍’은 사이버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이 젊은이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게임속 미소녀가 젊은 여성들의 ‘질투 어린’ 시기를 받고 있다. 가상 캐릭터지만 이들을 닮으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 필 성형외과 김인곤 전문의는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요즘 ‘게임에 등장하는 미소녀와 똑같이 수술할 수 없겠냐’는 내용의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김 전문의는 “성형 미용학적으로 봤을 때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예쁘게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오히려 기형에 가깝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업계에서는 관련 기술의 발달을 원인으로 꼽는다. 온라인 게임 ‘뮤’를 운영하는 웬젠의 최영민 팀장은 “모션캡처 등 3D 표현 기술이 급속히 정교해지면서 머리카락 한 올이 움직이는 모습 등 게임 캐릭터들이 실사에 가깝게 제작되고 있다”며 “이 같은 모습이 여성들의 감수성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개성이 강한 젊은이들의 심리상태가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한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튀기 좋아하는 신세대들에게 있어 게임 캐릭터를 닮은 수술은 심리적으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로배우, 스크린 밖에서 맹 활약
   
유흥업소 진출 러시, 생활고 돌파구 위한 '최후의 카드'

“에로배우는 부업이고 룸 살롱이 주업이다.”

에로 배우들의 룸 살롱 취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AV(Adult Video) 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배우 생활과 유흥업소 일을 겸하는 에로 배우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배우’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손님을 접대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일부 배우들의 경우 2차로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에로배우 K양은 요즘 명함이 두 개다. 평소 때는 ‘에로배우 ××’라고 적힌 명함을 꺼내 들지만 밤이 되면 명함 내용이 180도 뒤바뀐다. 예전 같으면 창피할 법도 하겠지만 명함을 꺼내 드는 그녀의 손은 오히려 당당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에로 배우들이 급기야 배우라는 체면도 팽개치고 유흥업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나가요걸’로 데뷔(?)한 배우들만 J, K, L양 등 여러 명이다. 이중에는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U양과 한때 수많은 ‘AV 마니아’를 몰고 다녔던 J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들은 에로 배우지만 한때나마 대중의 인기를 먹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가요걸’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며 이직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에로 비디오 시장의 불황을 이유로 꼽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성인방송 등의 확산으로 에로비디오 시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배우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술집 등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로배우 타이틀, 화대 2~3배 껑충

업계에 따르면 이들에게 있어 더 이상 체면은 없다.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배우로써의 자존심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일반 유흥업소 접대부들과 똑같이 손님에게 술을 따르며 웃음을 판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H비디오 제작사 양모 대표는 “이들은 애초부터 애로배우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에로배우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고 본심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목돈을 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들이 손님을 접대하면서 받는 돈은 일반 ‘나가요걸’들과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 2∼3배 비싼 화대를 받는다. 일부 업소의 경우 일부러 이 같은 내용을 특화시켜 남성들을 유혹하기도 한다는 게 양 대표의 귀띔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차 하면 도매금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눈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검찰 수사 등 뒤숭숭한 상황에서 일부 탈선 배우들로 인해 더 시끄럽게 됐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연한 2차 "돈 많이 받잖아요"

놀라운 사실은 돈에 눈이 먼 일부 에로 배우들이 2차까지도 공공연히 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한번 2차를 나가서 받는 돈은 50∼60만원. 적지 않은 액수이기 때문에 2차를 뛰는 배우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물론 소속사들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눈감아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비디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배우들에게 충분한 돈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성문화 평론가 이명구씨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에로비디오 시장의 ‘겨울’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어렵더라도 업계가 스스로 나서 자정 캠페인을 벌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석·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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