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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는 집] 눈나무집 김치말이

 '아삭아삭' 입맛 당기는 이북음식

세련되거나 화려한 맛은 없지만 개성 강한 집들이 모여 있는 곳, 삼청동 길. 울창한 가로수와 차례로 늘어선 갤러리를 지나면 십 수년은 뒷걸음질쳐 들어온 것만 같다. 학교나 연수원을 제외하면 큰 건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웬만한 가게는 제각각 개성이 있어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묶어두는 곳, 잠시나마 들러보고 싶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삼청동길 금융연수원 맞은편으로 조금만 올라 가다 보면 예사롭지 않은 목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갈겨 쓴 글씨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설목헌(雪木軒)? 눈, 나무 그리고 집이라는 뜻인가…? 그 아래 눈나무집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 여기가 바로 눈나무집이구나. 이 집은 눈나무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 김치말이로 유명한 곳이다.

김치말이. 말 그대로 아삭거리는 송송 김치와 시원한 국물에 밥이나 소면을 넣어 먹는 평양식 서민 음식이다. 밥을 넣어 먹을까. 소면을 말아먹을까. 아무래도 고민이 된다. 마치 중국요리 집에서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시인 백광옥이 운영하던 곳을 5년 전부터 박영자(61) 사장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테이블을 늘리고 조금 큰 냉장고를 들여놓은 것을 제외하면 내부 장식 등 모든 것이 10년 전이나 다름없는데 음식 맛도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10년 전 손님이 아직까지 찾아오는 걸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처음엔 주인이 바뀌었다는 데에 실망감을 나타내다가도 김치말이 한 그릇에 다시 단골이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음식 솜씨가 예사는 아닌 것 같다. 서울 토박이에다 전업 주부였던 박 사장이 북한이며 전라도 음식 맛을 그대로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보니 “전주인과 먼 친척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인이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장삿속이 아닌 ‘집에서 가족에게 하는 것처럼’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 정직함 때문이다. 점심 시간이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샐러리맨들이 택시까지 잡아타고 찾아올 정도로 한 번 먹어보면 그 맛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는 날이 더 많지만 벽을 뚫어서라도 규모를 좀 늘리라는 손님들의 애정 섞인 투정이 고맙게만 들릴 뿐이다. 테이블을 5개에서 7개로 두 개나 늘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치말이와 함께 나오는 것은 반찬 서너 가지, 그리고 냉면기에 담겨 나오는 아직 자르지 않은 김치 한쪽. 집게와 가위를 들고 자신이 자르고 싶은 대로 잘라가며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집만의 인심이자 매력이다.

주메뉴가 김치말이, 평양만두, 빈대떡인데다 항상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두어 번은 웬만한 집 김장 수준으로 김치를 담가야 한다. 김치 맛이 생명이기 때문에 새벽시장에서 직접 배추와 싱싱한 재료를 사오곤 한단다.

언뜻 보기에 김치말이는 물김치만 있다면 어디서나 쉽게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이다. 그러나 눈나무집에서 맛보는 김치말이는 집에서 귀찮을 때 대충 떼워 보자는 심산으로 먹는 그것과는 다르다. 김치와 김가루, 계란 반쪽 그리고 참기름 몇 방울이 전부지만 먹는 사람의 판단을 아예 생략하게 만드는 어머니의 정성과 손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눈나무집의 다른 대표 메뉴는 전라도식 떡갈비와 소고기 빈대떡. 인절미처럼 모양을 빚는 전통 전라도 식과는 틀리게 빈대떡 모양을 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홀과 주방이 가까워 앉아 있으면 지글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떡갈비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것이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눈나무집의 빈대떡은 의외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돼지고기 대신 담백한 소고기와 으깬 생두부를 듬뿍 집어넣고 노릇하게 구운 것이 꼭 피자와 비슷하기 때문. 시원한 김치말이 한 그릇에 따끈한 빈대떡 한 장이면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간단한 행복이다.


■메뉴 : 김치말이 4,000원, 떡갈비 1인분 7,000원, 평양만두 5,000원, 빈대떡 6,000원

■가는 방법 :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 편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다 보면 poongcha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옆 건물 지하에 있다. 대중 교통 이용할 경우,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45번 마을버스를 타고 금융연수원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된다.

■영업 시간 : 명절 때만 휴무. 여름에는 오전 11시 30분∼밤 10시까지 문 연다.

☎02-739-6742

서태경(자유기고가 cookie2524@hotmail.com

입력시간 2002/06/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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