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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핫 이슈 '개헌'] '개헌 공론화'를 공론화 하라

학계 "헌법은 운용 주체자의 의지가 중요", 개헌문제 찬반 팽팽

국가 권력 구조개편 문제에 대해 법학자와 정치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논란을 거듭해 왔다. 교수를 비롯한 국내 학계는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둔 채 운용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측과 전면적인 권력 구조 개헌을 주장하는 쪽으로 나눠져 있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 등 현행 헌법을 둘러싸고 나오는 문제점은 헌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입법ㆍ사법ㆍ행정의 완전한 3권 분립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의 대원칙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굳이 헌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예로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에 대한 임면(任免) 제청권을 행사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장ㆍ차관을 임명하는 것은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헌법 규정과 달리 현실 정치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남용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권한 남용 등 법운용의 문제일 뿐”

한양대 최진우 교수는 “현행 헌법이 최상의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레임덕이나 대통령에 대한 책임정치 같은 문제로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자꾸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도 헌법 규정에 따라 제대로 운영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한국의 대통령제는 실패했고 그 고통을 국민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 땅의 대통령제의 비극이지만 언제나 최선인 정부 형태는 없다”며 “내각제는 총리 독재와 재벌이 국가를 장악하는 우를 초래할 수 있고, 이원 정부제는 집행부의 수장이 둘이라 머리가 둘인 뱀의 운명을 불러 올 수 있다. 현재 헌법에 따라 대통령제를 제대로 운영하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손쉬운 것을 놔두고 판을 뒤집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현행 권력 구조는 한국적인 정치ㆍ역사의 특성상 대통령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제도가 독재 정권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민주화ㆍ세계화된 요즘 시대에는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이다.

고려대 김병국 교수는 “현행 헌법 중 권력 구조와 관련해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임기 말 권력이 누수 되는 레임덕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 전임 대통령의 5년간 통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불합리하다”며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대통령에게 통치 기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레임덕ㆍ책임정치 미흡 등 문제 많아”

서울대 백창재 교수는 “대통령 중심제는 중남미와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험했듯 권력 집중, 의회와 대통령의 대립이라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내각제로의 개헌에 관심이 있다”며 “그러나 국민 여론은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있어 대통령제로 개헌할 경우에는 4년 중임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중앙당이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공천권과 정치자금에 대한 권한을 대폭 축소해 1인 보스 정치를 이념ㆍ정책 중심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개헌 논란에 대해 서울대 최대권 교수(헌법학)는 “그간 우리나라는 헌법을 자유와 평등 및 번영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안고 제약이나 억제의 장치로 생각해 무엇이 잘못되면 마치 헌법 탓으로 돌리곤 한다”며 “프랑스는 1789년 인권선언을 아직도 헌법이라고 생각하고, 영국은 아예 성문 헌법이 없지만 국가 법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헌법은 운영하는 주체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헌은 한 국가의 권력 구조를 뒤집는 역사적 과제다.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심사 숙고한 연구ㆍ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현행 권력 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의 개헌이 필요한 지를 근본에서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개헌 공론화’에 앞서 ‘개헌 공론화를 공론화’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6/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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