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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산 산] 설악산 ① - 백담사 코스

 머리 쭈뼛…감동의 깊고 너른 품

설악산. 가장 많은 여행객이 찾는 산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산일까. 최고봉인 대청봉은 해발 1,708㎙로 남한 동쪽에 위치한 산 중에서 가장 높다. 산 위도 좋지만 아래도 아름답다. 그리고 동해바닷가와 붙어있다. 여행객은 많지만 99%가 산 아래에서만 놀다 간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 대략 6곳 정도의 정상 등정 코스가 있다. 인기 있는 코스는 3개 정도다. 먼저 백담사에서 오르는 길을 찾는다. 약 7~8시간 걸린다. 전문적인 산꾼이라면 하루에 올랐다가 내려올 수 있지만 평범한 등산인은 이틀을 잡아야 한다.

백담사 코스는 설악의 북쪽이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가 출발지이다. 백담사까지 약 8㎞는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백담계곡을 끼고 나 있다. 절반 정도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그러나 걷는 것이 좋다. 버스에서는 계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다. 산에 오르는 워밍업으로 제격이다.

사실 셔틀버스 덕분에(?) 백담사는 신도가 늘었고 대찰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예전의 서정적인 기풍은 많이 떨어졌다. 백담사가 유명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일제시대 승려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이 이 곳에서 수행을 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 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만해의 얼굴을 재현한 조각물과 기념관이 있고 전두환씨가 머물렀던 방이 기념관처럼 꾸며져 있다. 역사 속에서 결코 연결이 쉽지 않은 두 인물의 자취가 한 곳에 있다.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백담사를 거쳐 대청봉으로 가는 길에서는 불가사의한 풍경이 벌어진다. 9부 능선의 사찰 봉정암에 오르는 불교 신자들이다. 봉정암은 남한에 있는 5대 적멸보궁(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의 하나다. 기도를 하는 불자들로 언제나 북적댄다.

그러나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곳에 있다. 백담사부터 약 4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 구간의 ‘깔딱고개’는 등산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힘겨운 코스이다. 그런데 봉정암에 오르는 신도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그 중에 60~70대가 반을 넘는다. 동네 마실 가기도 힘겨운 다리를 옮겨 거친 산을 오른다.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신심(信心)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믿음의 힘에 새삼 놀란다.

코스 중간쯤에 위치한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면서 길은 가팔라진다. 칼날같이 솟은 용아장성을 왼쪽으로 끼고 오른다. 갑자기 만나는 거대한 물소리. 관음폭포이다. 대단한 위용이다. 소름이 돋는다. 다시 10여 분을 걸어오르면 폭포가 또 나타난다.

쌍폭이다. 이번에는 머리털까지 쭈뼛해진다. 쌍폭 전망대에서 다리를 쉬어야 한다. 그 위로는 ‘공포의 깔딱고개’이기 때문이다. 깔딱고개는 고개가 아니다. 절벽이다. 네 발로 오른다. 어지간히 힘이 좋은 사람도 숨이 턱턱 막힌다.

힘이 빠져 정신마저 혼미해질 즈음 우람한 바위 사이로 봉정암이 나타난다. 아마 한반도 땅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한 절집일 것이다.

봉정암을 지나면 다시 산세는 완만해 진다. 바쁘게 걷는 것도 좋지만 가끔 뒤를 돌아본다. 강원도 내륙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청, 중청봉을 거치면 대청봉에 닿는다. 소청봉부터 시선은 동쪽으로 향한다. 동해바다가 보인다.

먼 시선으로 툭 터진 바다의 풍광에 넋을 잃다가 발 아래를 보면서 화들짝 놀란다. 설악의 기암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다. 공룡의 등처럼 생긴 공룡능선이 압권이다. 가슴이 펑 터진다. 구름이라도 봉우리들을 휘감고 있으면 울컥 눈물이 솟는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6/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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