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축제문화로 뿌리내린 응원의 미학

■ 월드컵, 신화와 현실
윤상철 등 엮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에서 첫 승리의 쾌거를 올렸던 그날(6월 4일), 한국은 초라한 난쟁이에서 멋진 거인으로 훌쩍 커버린 듯했다. 왤까. 그라운드가 전해준 승리의 쾌감 때문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4일 밤 서울 광화문 네거리는 대형전광판을 보며 길거리 응원을 하는 시민들로 넘쳤다. 붉은 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짝~짝 짝~짝 짝” 박수에 맞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광화문에 이런 인파가 운집한 것은 1987년 6ㆍ10항쟁 이후 처음이었다.

붉은 색은 반항과 반역의 상징이었건만 중년과 노년까지 붉은 색 셔츠를 마치 유니폼처럼 당당하게 차려있고 젊은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똑 같은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거리는 열광과 환희로 터져나갈 듯 했지만 훌리건에서 느껴지는 광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흐드러진 ‘난장’에 고도로 절제된 축제문화가 꽃을 피웠다.

한국을 업그레이드시킨 주역은 ‘붉은 악마’다. 그들의 응원문화가 새로운 축제문화를 탄생시켰고 시민사회를 한걸음 더 진전시킬 가능성도까지 보여주었다.

‘월드컵, 신화와 현실’는 붉은 악마의 사회문화적 함의를 포함해 돈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현대의 카니발이란 월드컵과 축구를 폭 넓게 분석하고 있다. 사회학 경제학 언론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15명이 참여해 각 분야별로 집필했다.

붉은 악마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한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최원기 박사는 “붉은 악마의 특징은 자생적 자발적 민주적 조직이란 점”이라며 “붉은 악마의 응원문화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정신주의와 물질주의, 한국중심주의와 세계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조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06/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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