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열풍] 시사 개그로 다시 뜬 최양락

DJ·JP·YS소재의 정치퀴즈로 '제2전성기'

”통렬한 풍자가 인기 비결이죠.”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총재 등 정치인들을 재치있게 패러디한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FM 95.9MHz, 오후 8시 10분)의 시사 개그 ‘3김 퀴즈’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도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들 정치인들을 희화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최양락(41). 그는 지난 4월 프로그램 개편 때 데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라디오 진행자로 변신, TV 개그와의 차별화된 매력에 푹 빠져 있다.

“TV는 10대 위주라 정치 소재의 시사 풍자가 인기를 얻기 어려워요. 게다가 1~2회 방송하다 반응이 없으면 바로 퇴출되죠. 반면 라디오는 서서히 달아올라 탄탄하게 입지를 쌓아가는 장점이 있죠. 특히 ‘3김 퀴즈’는 퇴근 시간에 맞춰 방송돼 30~4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은 것 같아요.”

최양락과 엽기 DJ 배칠수가 함께 진행하는 이 코너는 3김의 독특한 목소리 흉내를 기본으로, 특징적인 캐릭터를 잡아내 청취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아는 척은 많이 하는데 늘 결과가 안 좋은 DJ, 머리는 안 쓰고 감으로만 덤비는 YS, 어려운 말은 많이 하는데 실속은 없는 JP 등이 주요 캐릭터의 특징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늘 다투고 언성을 높이고 세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사실 요즘 정치인 풍자는 좀 맥이 빠져요. 군부 정권 시절에는 억압 받던 시기라 더욱 짜릿한 맛이 있었죠. ‘아침 이슬’ 부르면 왠지 더 폼 나는 것 같고, 조금만 정치를 비틀어도 반응이 팍 왔었는데. 이제 3김 시대는 다 끝나가는 터라…”

1981년 MBC 공채 시험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고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 그는 ‘남 그리고 여’ ‘코미디 모의국회’ ‘고독한 사냥꾼’ 등으로 80년대 코미디 중흥기를 이끌었다. 90년대 들어 한 차례 슬럼프를 겪은 뒤 가족들과 1년간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바둑을 ‘알까기’로 둔갑시킨 독특한 개그로 한 때의 아픔을 딛고 개그계 복귀에 당당히 성공했다.

그는 예전부터 TV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정치 소재 풍자개그를 곧잘 선보였다. 때문에 정치권으로부터의 남모르는 외압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네로 25시’라는 한 개그코너에서 당시 정권의 중간평가를 소재로 했다가 “유감입니다”라는 당 사무총장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적 실세를 대상으로 하는 풍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에 대한 테이프를 들으며 성대 묘사를 연습해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시사 패러디의 진정한 묘미가 살아나지 않을까요?”


■3김 퀴즈 대본 맛보기

최양락: 한 주간의 화제를 퀴즈로 풀어보는 3김 퀴즈, 오늘도 세분의 퀴즈 9단이 나오셨습니다.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 ‘서시’를 끝까지 외우는 분에게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김영삼: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이번 문제는 학실히 자신있습니다.

최양락: 네 그럼 한 번 외워보세요

김영삼: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최양락: 아니 말만 많으시고..나보기가 역겨워가 왜 나와요?

김대중: 에 나가 누차 말씀드리지만…YS 저 사람이 한편의 시를 왼다는 것은 이승엽 선수가 월드컵 나가서 해드트릭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에요. 한마디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것이죠.

김영삼: 내가 왜 시를 못 외워..부산시 대구시 광주시 다 외워..

김대중: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아…님은 갔습니다…

최양락: 처음에 좋다가 갑자기 님의 침묵이 왜 나와요?

김대중: 나가 원래 시작은 좋은디 항상 끝이 안 좋아요.

김종필: 여기 정답이요…하여간 무식들 해가지고, 중산층이 비웃어요. 시를 많이 읽어야 세상도 시처럼 아름다워지는 거에요. 자, 그럼 시작하겄어유. 서시 윤동주…여기까지 외웠어요…

입력시간 2002/06/21 20:4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