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열풍] '엽기DJ'주인공 배칠수

'천의 목소리' 가진 성대모사의 귀재, 자유가 좋아 인터넷에 진출

“통쾌한 패러디라는 칭찬을 받을 때마다 좀 더 신중하게 소재를 찾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최근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엽기 DJ’의 주인공 배칠수(31ㆍ본명 이형민)의 활약이 눈부시다. 1999년부터 인터넷 최고의 인기 방송인 레츠캐스트(www.letscast.com)의 간판 프로그램 ‘배칠수의 음악텐트’를 진행해온 그는 이러한 인터넷 돌풍을 발판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중파 라디오 진행자로도 데뷔했다. ‘배칠수 김학도의 와와 쇼’(월~금 낮 12ㆍ20, 토 낮 12ㆍ05, FM 103.5mhz)이다.

뿐만 아니라 MBCㆍSBSㆍITV 등 무려 7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의 고정 코너를 맡고 있다. 진짜 배철수의 인기를 뺨치고 있는 셈이다. “시원시원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려 해요. 솔직함에서 나오는 ‘입 바른’ 소리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1999년 슈퍼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데뷔한 그는 천(千)의 목소리를 가진 재주꾼이다. 배철수를 비롯해 DJ, 이인제, 노무현 등의 유명 정치인과 이순재, 박영규, 이승엽 등의 성대 묘사가 뛰어나다.

선우용녀, 이소라 같은 여성 연예인의 목소리까지 그럴싸하게 들려준다. 데뷔 직후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의 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틀에 박힌 주제’가 싫어 인터넷 DJ로 진출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주어진 각본대로 말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주제로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인터넷 방송을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엽기 DJ의 성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방송 초기부터 시작한 ‘잃어버려야 할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패러디 코너를 통해 탄생했다. 이것을 일부 네티즌이 MP3로 복사해 온라인에 유통시키면서 대히트를 친 것.

그의 진가가 드러난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는 이례적으로 3년이란 장수를 누리며 570회를 넘기고 있다. 그는 ‘인터넷의 1년=공중파 10년’과 같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패러디 소재를 찾기 위해 신문과 책 등을 늘 끼고 산다. 머리를 많이 쓰는 탓에 “요즈음 매일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진다”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머리 숱이 많아 좀 더 빠지도록 내버려둔다”는 엉뚱한 말로 웃음을 준다. 방송을 하면서 제일 보람을 느낄 때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더욱 걸작이다. 통장에 월급 찍혀 나올 때란다.

“거침없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이 외면한다면 언제든지 방송을 떠나겠다”는 당찬 면모를 보이는 그는 “배한성 양지운처럼 목소리의 달인이 되고 싶다. 목소리 장기만 탁월한 것이 아니라, 진실된 소리를 담아내는 보이스 엔터테이너가 되겠다”고 전했다.

영화 '서프라이즈' 홍보에 나선 배칠수 "톡톡 튀는 재치가 맛깔스럽대요"
   
배칠수가 7월 5일 개봉되는 영화 ‘서프라이즈’의 홍보에 나섰다. 이 영화는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물. 20대 청춘 남녀의 발랄하고 경쾌한 삼각 사랑을 그렸다.

그는 이 작품의 예고편을 더빙하면서 김대중 대통령, DJ 배철수, 개그맨 최양락의 목소리를 번갈아 성대 모사하는 장기를 발휘했다.

예고편은 6월 4일부터 극장에서 상영되는 예고편에 삽입됐는데, 1분 40초간 펼쳐지는 톡톡 튀는 그의 재치가 맛깔스럽게 표현됐다는 평이다.

배칠수는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홍보 제의에 흔쾌하게 응했다”며 “영화는 목소리 연기가 기본이다. 앞으로 실제 영화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입력시간 2002/06/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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