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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에이즈 테러 공포…당신도 혹시?

[르포] 에이즈 테러 공포…당신도 혹시?

'에이즈 괴담' 진원지 여수는 지금

여수발 ‘에이즈 괴담’으로 한반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에이즈에 걸린 한 윤락녀가 수천명의 남성과 성 관계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남성들이 불안에 떨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동안 이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5,000여명 정도. 그러나 윤락녀의 행적이 전남 여수서 경북 포항, 영주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어 사상 최악의 ‘에이즈 테러’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견해다.


“혹시 그여자 아닌가?” 문의 쇄도

‘에이즈 윤락녀’구모(28)씨가 거쳐간 도시는 현재 경남 김해를 비롯해, 고성, 경기도 화성, 전남 여수, 경북 포항과 영주 등으로 알려진다. 구씨는 그동안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법으로 보건 당국의 눈길을 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놀라운 사실은 구씨와 관계를 가진 남성 중 상당수가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물론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병이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여수시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에이즈 감염은 그날의 신체 상태나 섹스 형태에 따라 좌우될 뿐 섹스 횟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 번의 성 관계로 에이즈에 전염될 확률도 0.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윤락녀 구씨가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 경우 관계를 가진 남성이 에이즈에 감염됐다 해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여수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윤락녀와 성 관계를 가진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을 경우 윤락행위 등 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남성들이 불안에 떨면서도 검사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씨가 2년 정도 머문 여수의 경우 보건소나 경찰서로 구씨의 생김새나 가명, 업소 등 시시콜콜한 사항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역전 인근에서 성 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보고 신원 파악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에서 부인이나 다른 여성과 성 관계를 가질 경우 더 큰 재앙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윤락녀의 얼굴을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복안이 경찰서에 출두하는 사람에게 윤락녀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다. 경찰서측은 “자진해서 경찰에 찾아온 사람에 한해 법적 처벌을 하지 않고 윤락녀의 얼굴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인근 공단, 고등학교까지 피검사 ‘난리’

이처럼 전국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남성들은 지금 여수발 에이즈 공포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특히 보건 당국은 구씨가 오래 동안 머무른 도시에 ‘에이즈 비상령’을 선포, 감염자 색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근 공단은 물론이고 고등학교까지 단체로 피검사를 벌일 정도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희대의 사건을 저지른 윤락녀 구씨다. 구씨와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윤락녀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한결같이 구씨를 옹호하고 있다.

구씨의 성격으로 볼 때 에이즈가 걸린 사실을 숨긴 채 파렴치한 윤락행위를 벌일 인물이 안 된다는 것이다. ‘유리’라는 가명을 쓰는 한 윤락녀는 “여러 차례 미용실에 갔지만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내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나사가 약간 빠진듯한 평소 모습으로 볼 때 검사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윤희’라는 이름의 한 윤락녀는 “여러 차례 목욕탕에 같이 갔지만 에이즈에 걸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 윤락녀에 따르면 그녀의 몸매는 약간 통통한 편이었지만 피부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에이즈에 걸리면 나타나는 반점은 물론이고 점 하나도 없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카드빛등 생활고, 사회에 대한 복수심

그러나 여수역 주변서 영업 중인 한 여관 업주에 따르면 구씨는 평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자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졸업 후 가출해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집을 뛰쳐나온 후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은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한 신발공장. 그녀는 이곳에서 여러 해 동안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소개로 이곳에서 첫 번째 남편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아들도 낳았다.

행복할 것만 갔던 결혼 생활은 몇 년 가지 못하고 이혼했다. 이때가 그녀의 나이 23살.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억누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방에 취직하는 과정에서 에이즈까지 얻게 되자 사회에 대한 복수심이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일반인과 다른 비정상적인 어린 시절이 구씨에게 그릇된 사회관을 심어주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의 김진세 원장은 “사회에 대한 원망이 강하게 각인된 상태에서 에이즈에 걸리자 복수심에서 이 같은 행위를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씨의 남편 박모(40)씨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박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지난 2000년 10월 가출할 때 자신 몰래 빛이 400∼500만원 정도 있었다”며 “모른 척 하고 넘겼는데 결국 이 돈이 부담이 돼 집을 나간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각은 담당 형사도 마찬가지다. 김해경찰서 조사계의 최성연(36) 경사는 “조서를 받는 동안 여자로부터 무언가 삐진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며 “그러나 악의적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씨는 6월 10일 김해경찰서에서 마산 교도소로 이감됐다. 구씨가 뿌리고 간 사건의 공포 때문인지 에이즈 파장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6/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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