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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느낌표 이론(!)

모든 조직의 성패는 리더에 의해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요즘 기업들은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연구하느라 바쁘고 어떤 정치인들은 자신을 히딩크에 비교한다.

직업을 표현하는 영어가 몇 가지 있는데, 생계를 위한 직업을 나타내는 occupation, 전문적인 직종인 profession,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부름을 받아서 일하는 천직을 나타내는 vocation 등이다.

성직자, 교육자, 정치가 등은 소명의식을 필요로 하고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동시에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일들을 occupation으로 생각하는지 아무나 달려 드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론을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느낌표 이론. 느낌표(!)를 한번 머리 속에 그려보자. 아래에 점이 있고 위에는 작대기가 있다. 작대기의 가장 위쪽이 어떤 영역에서 최고라는 인정을 받는 정점이라고 하자.

그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점 부분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 작대기 부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느낌표의 점과 작대기 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은 바로 그 두 부류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즉, 진정한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며 리더로서의 특성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교육과 훈련을 받고, 노력을 해도 점 안에서 맴돌 뿐이지 결코 작대기 부분으로 진출할 수 없다. 그러나 타고난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 점안에 머물 수도, 작대기의 아래부분에 머물 수도, 혹은 윗부분까지 갈 수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배우고, 카리스마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노력)"이라고 했지만, 이 이론에 의하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 1% 없이는 아무리 99%의 노력을 기울여도 진정한 천재는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요즘 뜨겁게 달아 오르는 '히딩크 리더십' 배우기는 미안하지만 시간낭비다. 타고나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이면 누군가를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느낌표를 어떤 영역에서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영역에서 점인지, 어떤 영역에서 작대기에 해당하는지를 되도록 빨리 알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이끌거나,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면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영역에서 느낌표인지를 최대한 빨리 알아내서 그에 따라 사람을 쓰고 인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머리 쓰는 것이 점이라면 몸을 써서 실제 일을 해내는 데는 작대기일 수가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작대기인기 점인지 아는 것 같다. 모르는 경우도 물론 있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고 능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문제는 알면서도 아닌 척 하거나 욕심을 낼 때다. 결국, 진짜 천재, 진짜 리더, 진짜 교육자, 진짜 정치가는 지극히 소수이며 우리 대부분은 점들이다.

작대기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반드시 쓰임새는 있게 마련이니까.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에 나오는 ‘목수론’을 보면, 목수들 중에도 기술의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기술에 맞춰서 사람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 능력있는 십장(什長)의 역할이라고 했다.

또한, 집을 지을 때 목재들도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것은 대들보로 사용하고, 어떤 것은 집 입구의 문틀로 사용하고, 어떤 것은 눈에 띄지않게 뒤쪽을 받치는 데 사용하고, 또 집에다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하는 동안 집을 받치는 데 사용하다가 공사가 끝나고 나면 불쏘시개로 사용되는 것들도 있다.

물론, 우리는 웬만하면 멋있게 잘 보이는 쪽에서 얼굴 역할을 하는 걸 원하지만, 모두가 문틀로만 쓰이길 원하면 집은 어떻게 짓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 실체가 무엇이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묵묵히 자기 할 일들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능력도 열의도 없으면서 꼭 남 위에 서려는 사람들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나의 작대기 영역에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하루 빨리 내 작대기를 찾아서 떠나야 할지.

김 언 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입력시간 2002/06/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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