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뉴스포탈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서울경제
KoreaTimes
주간한국  
www.hankooki.com  


 
주간한국 홈
구독신청
독자 한마디
편집실에서

 


   벤처 밸리 24시
   비만클리닉
   김동식문화읽기
   사이언스카페
   인터넷 세상
   한의학
   땅이름과 역사

맛이 있는 집 그림펀치 라디오 세상 스타 데이트 신나는 세계여행

[산 산 산] 정선 민둥산

 백두대간 봉우리들의 합창을 듣고 보라

강원도 정선 땅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민둥산(1,117㎙)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말 그대로 정상 부분이 벗겨져 있다. 나무 한 포기 없는 꼭대기 평원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산이 아니라 거대한 무덤을 대하는 것 같다.

산 꼭대기에 나무가 없는 이유는 산나물 때문이라고 한다. 정선 지역에서도 특히 이 산에 산나물이 많이 났다. 이듬해에 더 많은 나물을 뜯으려고 매년 한번씩 불을 질렀다.

요즘은 일부러 불을 지르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산나물은 많다. 봄에는 산나물 뜯기 대회가 열릴 정도이다.

계곡물도, 기암도 없는 이 산은 과거 등반 코스로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에 민둥산은 정선 땅에서도 가장 유명한 산이 됐다. 가을이면 대머리 정상에 펼쳐지는 억새밭이 먼저 산의 이름을 알렸다. 경기 포천의 명성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남 밀양의 사자평과 함께 한반도 4대 억새 군락지로 꼽힌다.

산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매력이 드러났다. 정상에서의 조망이다. 태백산이 코 앞에 있는 듯 우뚝 솟아있고, 연이은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파도 치는 바다처럼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증산읍과 동남천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요즘에는 억새꽃이 피는 가을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민둥산은 산행 코스가 길지 않고, 너덜지대 등 난코스가 없어 가족 나들이에 적격이다. 가장 긴 길을 선택해도 왕복 4시간. 어린아이는 걸리고 젖먹이는 업은 채 산에 오르는 사람도 많다.

산행은 증산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초등학교 옆에서 시작된다. 평탄한 길을 약 40분 걸으면 낙엽송이 빽빽한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10월 말이면 노란 색으로 갈아입는 낙엽송 길은 여름이면 짙은 녹음에 하늘이 가릴 정도이다. 걷는 맛이 삼삼하다.

약 20분을 더 걸으면 발구덕이다. 산 옆구리의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면 발구덕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길이 1차선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오도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 아래에 차를 놓고 발로 올라야 시간을 오히려 절약할 수 있다.

정선 지역에는 특이하고 예쁜 지명이 많다. 아우라지, 아살미, 구슬골, 먼저골…. 발구덕도 그 중 하나이다. 발구덕은 여덟개(팔)의 구덩이(구덕)라는 의미이다. 팔구덕에서 발구덕으로 음이 변했다. 구덩이가 많은 이유는 이 지역 전체가 어마어마한 석회암지형이기 때문이다.

지하수가 땅 밑의 석회암을 녹이면 표면의 땅이 함몰해 구덩이가 된다. 지질학 용어로는 돌리네(Doline)이다. 무심코 지나치면 평범한 능선 같지만 알고 보면 커다란 구덩이가 연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는 지형이다.

발구덕에서부터 길은 가파르게 변한다. 갈 지(之)자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정상을 약 400여㎙ 남겨놓으면 숲을 벗어난다. 길은 거의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무성한 잡초만이 길 양쪽으로 펼쳐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올망졸망 야생화가 잡초 사이를 메우고 있다.

민둥산 주변에는 아름다운 명소가 많다. 정선 소금강의 한 줄기이기 때문이다. 몰운대, 광대곡, 화암8경 등이 둘러볼만한 곳이다. 특히 화암동굴이 매력적이다.

화암동굴은 일제시대에 금광을 캐다가 발견한 석회암 동굴. 금광과 천연동굴을 연계해 국내 최초의 테마동굴로 조성됐다. 금의 생산과 소비 등 금에 대한 모든 것을 동굴 속에 박물관처럼 꾸며 놓았다. 아이들에게 유익하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7/11 12:04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