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몸집불리기...어디까지 먹나

창립50주년 앞두고 '영토확장'에 급피치

창립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올해를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해'로 정한 SK그룹의 영토확장기세가 무섭다.

SK는 올해 초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공격경영'을 선언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 카드사업 진출과 한전 발전 자회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 입찰 참여를 선언했고 현대석유화학 두루넷 인수에도 뛰어드는 등 덩치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민영화를 마무리한 KT지분을 전격 인수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SK그룹이 이처럼 신규사업의 진출계획을 공식화함에 따라 발전 자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LG그룹 등 다른 그룹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너지·카드 분야로 영역 넓혀

SK그룹은 예상을 뒤집고 KT의 최대 주주가 된데 이어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확장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SK그룹 손길승 회장은 6월7일 충남 대덕연구단지에서 300여명의 중부권 지역 임직원들과 가진 '회장과의 대화'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에너지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발전 자회사와 가스공사 민영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회장은 또 "2,000만명의 고객과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신용카드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말해 전북은행의 신용카드 부문 인수추진 등 신용카드업 진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우선 SK그룹은 SK텔레콤을 앞세워 전북은행의 카드사업부 인수를 추진중이다. SK그룹이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면 LG·삼성카드가 과점하고 있는 신용카드 시장이 격변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을 앞세워 2000만 이동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판촉할 경우 신용카드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나 발전 자회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이 예상되며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 석유화학분야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재계는 KT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 때 최대 주주로 부상한 SK가 카드사업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새로운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 위한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

SK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정작 SK 경영진은 "현재의 수익구조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자사 직원들에게 심어주고있다.

그룹 어너인 최태원 SK(주)회장은 "현제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중장기적인 발전이 어렵다"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산다"고 주문하고 있다.

SK그룹은 수익구조가 내수 위주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적으로 50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출 비중은 26%(13조원)에 불과하다.

현금박스인 SK텔레콤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가입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앞으로도 큰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마련된 것이 'TO-BE'모델로 불리는 신규사업 개발이다. SK(주)가 에너지와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는 등 각 계열사들이 사업 전부문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로 'TO-BE'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래 생존책인 'TO-BE 전략'에 따라 한전 발전 자회사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매각,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등에도 적극 참여해 장기적으로 30년 후의 사업구조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공기업 인수가 비약적 성장의 발판

최근들어 가속화되는 SK그룹의 공격적 경영행보는 다시금 SK그룹의 성장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SK그룹은 80년이후 굵직한 공기업을 인수해 기업 외형을 키워왔다.

1953년 선경직물(현재의 SK글로벌)로 시작한 SK는 1970년대 말 까지 재계 순위 10위권 밖이었지만 80년대 들어 결정적인 시기마다 굵직한 공기업을 인수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80년 유공(현재의 SK주식회사) 인수전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경쟁기업을 따돌리고 승리하면서 섬유회사였던 SK는 단숨에 재계 5위로 뛰어올랐다.

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재의 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그룹의 축은 이동통신과 석유화학으로 재정립하며 재계 3위로 올라섰다.

이어 MA를 통해 신세기통신, 한덕생명, 국민생명, 대구전력, 대한송유관공사 등을 속속 인수하거나 최대주주가 되면서 현재의 SK그룹으로 도약해왔다.


'문어발' '업종전문화' 엇갈린 시각

SK그룹은 KT지분 인수전에서 승리한 뒤 부정적 여론에 재계로부터 견제를 받게 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SK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이노종 전무는 "다른 그룹글과는 달리, 우리에게 있어서 KT 지분 인수는 SK텔레콤사업의 안정성을 위한 최선의 방어책이었다."면서 "SK텔레콤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통신업계의 두 라이벌인 KT와 SK텔레콤이 서로 9∼1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채 상호견제함으로써 SK는 생존권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인수를 통한 SK의 사업확장을 삼성·LG등 다른 그룹들은 곱지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기업인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고 마구잡이식 사업확장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공기업을 인수해 훌륭하게 키워내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거싱다. 또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닌 정보통신과 에너지 등 업종 전문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도 SK의 저력으로 꼽히고 있다.


경쟁사와 충돌 불가피

앞으로 한전 발전자회사 민영화,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인수전등 굵직한 MA전에서 SK와 맞서야 할 대기업들은 SK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은 사업구조상 SK와 부딪칠 가능성은 적지만 SK텔레콤이 KT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재계의 판도변화나 통신기기 장비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의 경우, SK와 화학, 에너지, 정보통신 분야에서 주력업종이 겹치는 데다 발전자회사 및 가스공사 민영화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 SK를 견제하고 있다.

또 한전전력 자회사나 가스공사의 민영화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한화, 대생, 삼천리 등도 SK가 경계의 대상이다.

기존 카드업체 역시 SK의 진출에 대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미 국내카드 시장의 1억장이나 발급돼 경제활동인구 1인당 4장씩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카드업체들은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과 정유사업에 카드사업이 결합될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영서 내외경제신문 산업부기자

입력시간 2002/07/12 14:1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