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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가 장관을 갈아치웠다고?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낙마로비 주장

일국의 장관이 과연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로 낙마했을까.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7월 11일 보험약가 인하정책에 반발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장관 경질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전장관은 ‘보건복지부장관직을 떠나며’라는 자료를 통해 “장관이 바뀌는 이유에 대해 어디에서도 분명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도와달라는 말 밖에 없었다”며 “이는 최근 우리가 추진해온 건강보험재정 안정대책의 핵심적 내용이 보험약가제도의 개혁이었는데, 이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공정한 고통분담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의료계 수가를 인하했으며, 마지막 차례는 국내외 제약사의 고통 분담이었다”며 “이에 대해 국내외 제약산업은 심각하게 저항했고 다양한 통로를 통한 압력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장관자리에 얼마나 있나 보자”협박

그는 이어 “누가 장관을 맡는다 하더라도 이 과제의 성공적 수행 없이 국민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보건복지정책을 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장관은 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제약회사 관계자들이 전화를 해서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줄 아느냐’는 내용의 협박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전장관은 그 동안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약품을 재평가해 약가를 낮추는 약효재평가사업과 고가약 사용억제책인 참조가격제를 추진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다국적제약사 등으로부터 통상압력을 받아왔다.

이 전장관은 노동운동가에서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을 거쳐 1월29일 취임한 후 한달간을 장관실에서 침대생활을 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과감한 인사 등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면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로비가 장관을 낙마 시킬 만큼 강력한 것인가. 실제로 제약 업계의 로비는 다른 업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금이 동원 능력이 있는 일부 다국적제약업체들의 로비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약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장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의료계를 상대로 각종학술대회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값비싼 해외여행을 덤으로 끼워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행태는 최근 의료계에 대한 접대 등의 한도를 규정하는 업계 자체의 공정경쟁 규약안 제정을 놓고 한국제약협회와 마찰을 빚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항공료와 여행경비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규약안을 별도로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었다.


다국적 제약사 가공할 로비공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의 한 다국적 제약사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종합병원 의사 등을 상대로 547차례에 걸쳐 식사와 술과 골프 등을 접대하고 2억 4,000여만 원의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밝혀져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의약품 채택과 처방량 증대, 경쟁품 구입 억제 등을 위해 의사들에게 이처럼 과다한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는 병원에 따라 최저 수백만원에서 최고 수천만원을 접대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3월 국내의 모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약품처방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국립병원 외과과장과 제약사 본부장을 사법처리하기도 했다.

압력설에 의혹이 증폭되자 다국적제약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약가 정책과 관련, 투명성, 형평성, 일관성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장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개혁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관련 단체들의 반발과 저항을 견디지 못해 중도 하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로비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7/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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