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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함양의 정자

자연과 하나 된 은둔의 멋

뛰어난 선비들은 자연을 벗삼아 놀기를 좋아했다. 맑고 소쇄한 풍경을 찾아 떠돌기를 즐겨 했고, 풍광이 특별히 뛰어난 곳에는 자연을 벗삼을 수 있게 멋들어진 정자를 하나 지어 놓았다.

글공부에 지치고, 일에 심신이 피로하면 정자에 머물며 머리를 식혔다. 봄날에는 꽃놀이를 즐기며 주작을 나누었고, 여름날이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탁족(濯足)을 즐겼다.

가을이면 무심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계곡 위를 거슬러 가는 초생달을 보며 기개와 결기를 키웠다.

정자는 선비의 풍류와 고결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곳에는 칩거와 은둔을 즐기던 선비들의 우수, 시와 문을 주고받으며 벗과 노닐던 풍류가 배어 있다.


영남 선비들의 본고장

지리산과 덕유산이 머리에 있어 풍광 좋은 계곡이 많은 경남 함양은 영남 선비들의 본고장이다. 그 선비들이 들어앉아 풍류를 즐기던 정자가 지금도 여럿 남아 있어 담양의 정자와 함께 정자 문화의 쌍벽을 이룬다.

거창군의 수승대와 함양군 안의계곡에 자리한 농월정,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광풍루가 그것들인데, 문헌에 나와 있는 것만도 함양에는 정자가 150개가 넘는다. 이들 정자를 순례하다 보면 자연을 벗삼아 소일하던 선인들의 풍류가 느껴지고도 남는다.

안의에서 26번 국도를 따라 육십령 방향으로 4km 가면 농월정이다. 월연암이라는 너럭바위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정자의 모습에서 호방한 기운이 넘친다. 정자 앞의 바위 위로는 맑은 물이 쏜살같이 흘러내리며 포말로 부서진다.

달을 희롱한 정자, 농월정(弄月亭). 풍류가 물씬 풍기는 농월정이라는 이름과 실재의 경치가 완벽하리 만치 어울려 보는 이들도 무릎을 탁 치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농월정은 함양의 정자 중에서도 단연 풍치가 으뜸이다.

관찰사와 예조참판을 지내고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켰던 지족당(知足堂) 박명부가 노닐던 곳으로 그의 후손들이 세웠다. '달빛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드넓은 너럭바위인 월연암(月淵岩) 위에 정자를 세웠다.

물줄기가 크게 휘어져 돌고 한아름씩 되는 구멍이 숭숭 뚫린 너럭바위가 발치 아래 펼쳐졌으니 호방하고도 절경을 이룬다. 누각에 올라 오른쪽 바위를 보면 '지족당이 지팡이 짚고 신을 끌던 곳'이라는 뜻의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 之所)라는 힘차고 깊은 각자가 선연하다.

최근에 정자 건너편에 번잡한 상가가 들어서 미관을 많이 해쳤지만 그래도 호방한 풍경은 여전하다.

농월정에서 육십령 방향으로 3km쯤 더 가면 동호정이다. 다른 정자들처럼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그 나름대로 맛이 있다.

기세 좋게 뒤틀린 누각의 다리는 자연미가 물씬 느껴지고, 그 자연미는 누각을 오르는 계단에서 극치를 이룬다.

아름드리 통나무 자체를 다듬어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줄줄이 갈라져 차마 딛고 오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면 단청이 바래긴 했지만 화려하게 치장한 흔적이 역력한 처마의 모습에서 역시 퇴락한 정자의 고풍스런 맛이 느껴진다.


자연 속에 녹아든 인생

동호정에서 다시 3km쯤 더 올라가면 거연정과 군자정이다. 거연정은 함양에서 정자가 들어앉은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다. 화림동 계곡의 드맑은 물살이 흐르다 심연을 만들고 그 가운데 집채만한 바위 더미가 솟구쳤다.

거연정은 그 바위 위에 있으며 정자까지 가려면 아치형의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계곡의 풍경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풍경 안으로 들어간 자태가 특별한 매력이다.

그것은 누각에 올라 계곡을 바라보는 것보다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거연정을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운치가 있다. 거연정은 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숙이 머물며 소요하던 곳으로 후손 전재학이 세웠다.

군자정은 거연정의 풍류를 관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 터잡이를 한 자리는 볼품이 없지만 두 정자가 서로 어울려 하나는 바라보고 하나는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 있으니 선인들의 탁월한 안목이 느껴진다.


■ 길라잡이

농월정을 비롯한 정자가 모여 있는 화림동 계곡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의IC로 나온다.

안의에서 육십령으로 가는 26번 국도를 따라 가면 농월정과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을 볼 수 있다. 안의 면 소재지에는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 연암 박지원이 현감으로 재직시절에 자주 오르내렸다는 광풍루가 있다.

함양의 정자를 찾은 김에 거창 수승대까지 돌아보면 일정이 더욱 알차진다.

■ 먹을거리

농월정 입구에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농월정 입구에 있는 거창식당(055-962-4498)은 메기매운탕을 잘 한다. 진득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4인 기준 2만5,000원.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badagun@lycos.co.kr

입력시간 2002/07/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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