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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경제는 몇점인가?] 난 新재계, 끝까지 밀어달라

[대통령 후보, 경제는 몇점인가?] 난 新재계, 끝까지 밀어달라

이회창 후보 "정치자금 안 내도, 편한 세상 만들겠다"

“정치권력이 힘이 있을 때는 말도 못하다가 권력이 약할 때 비판하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기업인은 시류에 영합하지 말고 정치권력에 대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뚝심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8ㆍ8 재보선을 앞두고 땡볕 대선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 당 대통령후보는 7월26일 자신의 경제철학과 정책방안을 밝히면서 대기업 오너들의 ‘줏대 있는 처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자신이 친 재계인사라는 점을 드러내듯 “기업인 여러분이 지난번 모아주신 후원 금을 잘 받았다”고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전경련 일부 지도부의 편향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일류경제를 향한 새로운 리더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후보는 경제현황의 문제점들을 꼬집으며 우선적으로 김대중 대통령과의 경제정책 차별화 짓기에 주력했다. 그는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제왕적 인치(人治)로 인한 관치경제’라고 규정한 후 자신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에 따른 법치에 의한 자유시장경제’를 부각시켰다.

또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증대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과거 기업간 사업교환(빅딜)과 관련해 “ ‘경제는 2류, 정치는 4류’라고 하는데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자율시장경제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의 강연내용을 주제별로 요약했다.


뒤바뀐 국정순위, 경제해결능력 갈수록 약화

“‘경제와 안보’가 국정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과제다. 경제와 안보가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 리더십의 경제문제 해결능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대통령은 경제에 전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98년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대통령은 ‘4대 부문 구조조정은 언제까지 완료한다’, ‘IMF를 1년반 만에 완전 극복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정의 우선순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99년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국내정치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5년이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사라지면서 구조조정 노력과 경쟁력 강화노력도 사라졌고 땜질식 정책이 판을 쳤다. 단기업적주의에만 매달렸다. 문제를 미룰 수 있으면 최대한 미루고 돈을 퍼부어 경제지표를 관리하는 정책이 동원되고 있다.”


관치경제로 구조조정 호기 물거품

“김대중 정부가 땜질식 정책의 수단으로 필요했던 것이 관치경제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시장에 대한 통제를 계속해야 미봉책이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반 동안 관치경제의 병은 깊어졌고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빅딜 정책’이다.

관치경제의 잘못 때문에 국민이 엄청난 부담을 지고 경제는 소중한 투자기회를 잃고 말았다. 관치경제의 피해규모를 따져보면 지금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권력형 부정부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당과 나는 당시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간 사업교환은 기업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정부의 빅딜 정책에 반대했다. 우리가 당시 의견교환을 위해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 김우중 전 대우회장 등은 ‘ (빅딜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정부나 대통령의 압력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 씁쓸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반도체 빅딜을 반대하던 대기업에 여신중단 압력을 가하고 그 재벌총수가 청와대에 불려가 (빅딜을) 강요 받고 돌아와 밤새 통곡했다는 얘기가 당시 공공연히 돌았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치경제가 강화되다 보니 구조조정의 호기도 물거품이 됐다. 말로만 시장경제를 외치고 속으로는 관치경제의 골병이 들고 말았다.”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가 경제의 핵심

“경제의 희망찬 내일을 위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다.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 경제가 앞으로 나가려면 성장엔진이 튼튼해야 한다. 10년 후의 우리 경제는 미래를 위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몇년간 가장 부족했던 것이 바로 투자다. 1970년대 후반 이후 97년까지 30%이상의 국내 총투자율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98년 이후에는 20%대로 떨어졌다.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도 투자가 우리 경제의 핵심이 돼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3만 달러의 시대로 도약하려면 투자전략이 핵심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 만큼 규제를 혁파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신 기업정책, 신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정부 가계부는 적자투성이

“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적자금 문제만해도 그렇다. 대우 부실 정리문제에 대해 1998년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문제를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2000년 총선 직전 정부가 부실문제에 빨리 개입, 필요하면 공적자금을 더 조성해서라도 부실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재경부장관은 ‘공적자금을 추가로 더 조성할 필요가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 후 선거 직전 6ㆍ15 정상회담을 발표해 온 나라가 온통 남북문제에 휩싸였다.

현재 공적자금 156조원 중 회수가 불가능한 부분을 메꾸고 매년 이자를 갚아가는 일만해도 우리재정으로는 정말 버겁다. 국민연금, 건강보험재정의 부실화를 막는 일도 어렵다. 쓸 곳은 많은데 새 정부가 넘겨받을 가계부는 적자 투성이다. 국민 개개인의 가계 빚도 심각한 수준이다.”


법과 원칙에 입각한 변화와 개혁 돼야

“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반드시 확립돼야 자율과 책임, 보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전한 시스템이 정착된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은 결코 급진적,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올바른 변화와 합리적인 개혁이다.

‘개혁을 위한 개혁’의 무모한 실험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의 인프라인 규제개혁기구,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감원 등 국가 기관들이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사분쟁이 일어날 경우 노사 모두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야말로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은 확실한 증거다. 시장경제의 바탕도 법치주의에 있다.


‘2류 경제 4류 정치’는 정치인 모두의 책임

“ ‘경제는 2류 정치는 4류’라는 시중 얘기는 정부와 경제인, 정치인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정치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기업인이 정치권력이 힘이 있을 때 말을 못하다 권력이 약할 때 비판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청문회장에서 ‘어쩔 수 없이 시류에 영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경제인이 시류에 영합할 수밖에 없게 한 정치권력도 나쁘지만 시류에 영합해놓고 정치를 비하시킨 데 대해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업인은 시류에 영합하지 말고 정치권력에 대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뚝심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경유착 끊고 거짓약속 않겠다

“일류경제를 위해선 일류정부가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일류기업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거짓약속을 하지 않겠다. 정치자금을 내지 않아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기업할 수 있는 편한 세상을 만들겠다.

여러분들의 정당한 후원금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해 필요하지만 행여 그 돈으로 정치를 산다고 생각한다면 사양하겠다.”

제주=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8/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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