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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경제는 몇점인가?] '反 재벌'은 선입견, 오해 풀어라

노무현 민주당 후보…"기업규제는 관치잔재, 과감히 폐지해야"

재벌에 대한 ‘노풍(盧風)’의 눈이 제주도에 상륙하면서 유연성과 포용력을 발휘했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7월 26일 전경련과 중기협이 공동으로 주최한 서머 포럼에 참석,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성장보단 분배에 무게를 둔 ‘노풍’의 경제관에 대해 우려해온 재계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노 후보는 ‘반(反) 재벌적’이라는 재계 일련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 ‘반 재벌적’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고 미움도 받았다”면서 “재벌의 경제성장 공로는 인정하며 그 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말을 안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제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출자총액제한제도와 대규모 기업규제에 대해 5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정 직후와는 달리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역사상 법대로 돈 쓰고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 돼 보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노 후보의 강연내용을 요약했다


시장경제는 부자가 존경 받는 세상

“모든 규율은 시장기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시장기능이 온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효율적인 경제질서 확립이 필요하다. 경제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경제주체의 몫이다. 그 몫을 다하기 위해선 경제주체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에 개입하는 정부의 권한과 기능은 적을수록 좋다. 기업인이 당당하게 돈을 벌고, 부자가 존경 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가문이나 학벌, 연고가 아니라 능력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
기업규제 개혁 전면 재검토

“관치의 잔재로 남은 기업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아직 관 주도시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많다.

공익적 가치에 심각한 위해를 주지않는 한 정부가 특정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규모나 입지, 사업요건, 가격 등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행정지도 형태로 기업에 요구하는 준조세도 근절돼야 한다. 요건과 범위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관청이나 담당자의 자의적 해석을 유발하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관료집단도 우리 경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우수 집단이다.

그러나 관료는 어디까지나 관료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관료의 속성이다.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원론적으로 모두 동의하지만 막상 당에 들어오는 민원을 보면 대부분이 규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야 말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처럼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기업의 크기가 아닌 행위와 관행이 문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의 권한남용 방지와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국가가 최소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해야 한다. 독과점에 대한 관리, 회계 및 경영공시, 투자자와 소비자ㆍ소수주주 보호제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시장기능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 또 경제의 특수성이나 시장기능의 미비로 한시적 규율을 둬야 할 경우가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시장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국가가 간여해야 한다. 재계는 이 제도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단 존치 시기와 조건을 달아 원칙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기업의 크기에 따라 경영을 제한하는 규제들은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의 크기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행위와 관행이 문제가 된다. 불투명하고 책임 없는 행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똑같이 규제돼야 한다.”


분배는 성장의 전제 조건

“분배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분배가 성장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또 분배 없는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 분배가 성장을 자극하고 다시 성장이 분배의 몫을 키우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다.

하지만 다른 대통령후보보다 분배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고 더 악화되기 전에 빈부격차 개선과 저소득층의 삶의 질 확보에 대해 좀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분배의 방식은 단순한 소득이전이 아니라 일할 기회와 능력을 확충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교육과 훈련제도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중요하다. 노사문제는 사용자가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근로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노사간 신뢰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법대로 돈 쓰고 당선된 최초 대통령이 될 것

“민주당에는 제왕적 통치자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치가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고비용과 저효율의 시스템을 혁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쇄신의 방향은 저비용 정치다. 돈 안 드는 정치제도, 투명한 정치자금, 생산적 정치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법정선거비용을 준수하겠다. 정치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해 내보이겠다. 역사상 법대로 돈을 쓰고 당선된 첫 대통령이 돼보겠다.”


‘MH 노믹스’ 골간은 통합과 참여의 경제다

“‘통합과 참여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1~2% 포인트 높일 수 있다. 노사관계의 기본은 신뢰다. 노사문제를 처리하는 공정한 규범을 세워야 한다.

법은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돼야 한다. 공정한 규범과 신뢰의 토대 위에 지도자가 중재와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노ㆍ사ㆍ정 대화를 통해 노사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높여나가면 노사관계는 안정될 수 있다.

지역문제도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몇몇 시설이나 기관을 지역에 따라 나눠주는 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영남이냐 호남이냐 하는 위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자주적인 권한과 재원, 두뇌를 확보해 중앙과 균형된 역량을 갖고 자생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8월 말까지 동북아 중심국 전략 제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시대를 우리가 주도하려면 남북간 화해협력이 기본 명제다. 정치ㆍ군사적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외국기업이 들어올 리 없다. 북한을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포함시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동북아 협력은 우선 3국의 경제 협력체 구상으로부터 출발하되, 느슨하고 낮은 단계의 제도화부터 진행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제시하고 당사국을 연계 시키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조정자로 역할을 담당하는 동북아 중심국 전략을 8월말까지 제시하겠다.”

제주=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8/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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