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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공적자금의 大盜를 밝혀라

공적자금은 그 동안 156조원이 투입되었다. 얼마 전, 수혜 기업 가운데 10개 기업의 공적자금 비리 수사 결과가 나왔다. 투입 액수의 3.2%를 사용한 기업들이 법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은 운 나쁘게 걸렸다고 아쉬워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수사 결과를 보면서 정말 ‘빙산의 일각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청난 돈이 투입되었지만 어느 기업에 얼마나 돈이 들어갔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실무를 담당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어떤 기업들이 수혜 대상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공적자금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 공적자금의 투입 대상이 되었던 금융 기관들은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의 투입을 진두 지휘했던 행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비난의 화살을 맞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의 1차적인 책임자는 부실 기업들과 그 기업을 경영했던 사람들이다. 금융기관과 이런 제도를 용인한 행정부나 정치권의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차적인 책임 소재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따금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실은 변함이 없다.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10개 기업체의 부실 채무 규모가 드러났다. 새한그룹 1조 8,050억원, 보성그룹 7, 700억원, 세풍그룹 5,310억원, 대우자판 5,300억원, SKM 4,000억원, 서울차체공업 2,000억 등이다.

투입 대상의 3.2%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이번에 밝혀진 셈이다. 나는 156조원 전체에 대해서도 이 돈의 혜택을 받은 기업들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누군가 리스크를 감당해야 부(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에 실패한 기업이나 기업주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는 누군가 리스크를 질 때만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스크를 부담하는 주체를 보호해야 하는 것과 부실 결과로 투입한 공적자금의 규모를 밝히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아주 명쾌하게 기업별, 그룹별 부실 규모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지웠느지, 그리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기에 앞서서 기업주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담당해야 할 책임을 졌는지를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 순서이다.

나는 기업의 공금이 사적인 용도로 개인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 사례들이 이번 경우에도 여러 군데서 발견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기업은 망해도 개인은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살아가고, 부실은 고스란히 일반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넘어가는 일을 이번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의로운 일도 아니고 공정한 일도 아니다.

공적자금의 투입과 빚의 탕감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런 비리들을 관찰할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기업들의 명단을 찬찬히 살펴보라. 규모가 있고 힘이 있는 기업들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중견 규모의 기업들만 고스란히 법망에 걸려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지적이 잘못이기를 바라지만, 실질적으로 납세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운 기업들이 수사 대상에 빠져 나갔다는 가정은 지나친 것일까?

어느 현자가 말했듯이,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름대로 핑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적자금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세세한 자료를 가진 행정부의 관련 부처에도 핑계가 없을 수가 없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 또한 핑계가 없을 수가 없다. 그 기업을 이끌었던 사람들도 핑계가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과거사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도리이다. 이런 큰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과거에 일어난 일의 전후 사정과 자초지종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를 보면서 정보 공개와 공정한 처리가 중요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입력시간 2002/08/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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