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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데이트] 장미희 "동화같은 영화에서 동화같은 연기 보여줄게요"

축구영화 '보리울의 여름' 으로 5년만에 스크린 나들이

영화배우 장미희(45)가 5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다. 1998년 ‘육남매‘와 2000년 ‘엄마야 누나야’ 등 TV드라마에는 간간이 얼굴을 비쳤지만 영화 출연은 97년 ‘아버지’ 이후 처음이다.

새 작품은 이민용 감독의 축구 영화 ‘보리울의 여름’(강제규 필름)이다. 그가 맡은 역은 깐깐하고 고지식한 원장 수녀로 축구 선수 출신 신부역의 차인표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성직자 배역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던 역할입니다. 괴롭거나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항상 일속에 파묻혀 내면을 다스리는 캐릭터입니다. 인간적인 성숙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배역이라 기대가 큽니다.” 시골 성당이라는 다소 규율적인 환경에서 축구를 통해 사람들간에 마음을 열고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찾아가는 과정을 훈훈하게 그린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감동이 있는 영화에 나오고 싶다’는 평소 그의 생각과 꼭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폭력이나 성적 자극이 난무하는 요즘 영화계에서 이처럼 ‘아름답고 동화 같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흥분을 느꼈다고 했다.

작품성에 대한 자부심만큼 연기에 대한 준비도 대단하다. 7월 13일 폐막된 체코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의 ‘한국의 밤’ 행사에 다녀오는 길에 그는 프라하 주변 성당들을 두루 찾아다녔다.

종교 전쟁을 치를 정도로 두터운 종교적 뿌리를 갖고 있는 체코 성당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서였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은 성당 곳곳에 해골이 걸려있어 일명 ‘해골 성당’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는 해골들을 보며 ‘그 안에 깃든 영혼의 자취’를 느꼈다.


연기는 내면의 모습 끓어내는 것

“연기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내 안의 나를 먼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배역에 따른 다양한 사람들의 캐릭터도 충실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연기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나이나 학력, 주소 등 이력서에 기재하는 사항들로 자신을 알리려 하지 말고, 무의식 속 내면의 모습까지 끌어내 보여줄 것”을 강조한다. 1989년 시작해 올해로 13년째에 접어든 교수로서의 활동은 연기와 함께 그의 삶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어려서부터 꿈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선 그 꿈이 너무 동떨어지게 보였는데, 이렇게 연기에 대한 재능을 밑바탕으로 교수가 됐으니 너무 감사하죠. 애초부터 선생님으로 출발한 것보다 더욱 기쁘네요. 만약 교수의 길을 가지 않고 연기에만 전념했다면 지금처럼 심리적인 안정을 이루기는 어렸웠을 겁니다.”

고교를 졸업한 직후인 1975년 TBC TV를 통해 장미희는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그의 모습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사리 찾을 수 없을 만큼 미미했으나 이후 스크린을 통해 명실상부한 스타로 떠오른다. 다름아닌 출세작 ‘겨울여자’에서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이화역을 맡았던 장미희는 청초미와 신비함, 그리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에로틱한 매력으로 당시 관객 50여만명을 동원하며 대스타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70여 편에 이르는 영화 및 TV 출연작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외에 연기의 실험성이 돋보였던 ‘황진이’, 새로운 촬영기법과 절제된 연기로 호평받은 ‘깊고 푸른 밤’, 연기적 완성도가 높았던 ‘사의 찬미’ 등을 마음에 들어한다.


일과 결혼 중 일을 택했죠

1970~1980년대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며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마흔 중반에 접어들도록 미혼인 까닭을 물었다.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일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혼자서 하는 일은 책임감 있게 잘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데, 둘이 더불어 사는 삶에는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철학과 테두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고려해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는 집에서 진돗개 삽살개 등 애완견과 고양이, 암수 한 쌍의 앵무새를 키워는 일에 대단한 정성을 기울인다. 애완동물을 단순히 기르는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가족으로 여긴다.

개가 새끼를 낳던 일을 떠올리며 “진통을 겪는 개의 배를 살며시 눌러주었더니 끈끈한 유대감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의 풍부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의나 촬영이 없을 때는 애완 동물 돌보기에서부터 빨래, 설거지, 걸레질 등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스스로 처리하느라 늘 분주하다. 밥, 야채, 생선 등 꼭 필요한 음식만 챙겨먹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까닭에 체중은 20대때와 다름이 없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즐긴다. 된장찌개에서 스파게티, 나물무침 등 웬만한 음식은 두루 할 수 있다며 “맛이 비교적 괜찮대요”하며 웃음 짓는다. 단 전혀 못 하는 음식이 한 가지 있다고 살짝 귀띔한다. “돼지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지 김치찌개는 도통 맛을 낼 수가 없어요.”

중년에 접어든 이에게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이 무척이나 천진난만하다. 여느 20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활기와 생동감이 묻어난다. “나이는 호적상의 숫자일 뿐이라 생각해요. 다시 20대로 돌아가라 한다면 무척 싫을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고, 해야 할 일도 보다 확실하게 보이는 게 굉장한 기쁨이에요.”

영화 촬영 때문에 여름 방학을 즐길 틈도 없지만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영화촬영 장소가 바로 휴가지란다. “작품을 선택하거나 연기에 임할 때 항상 팬들의 사랑을 기억해요. 그러니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할 겁니다.” 26년이란 오랜 연기 경륜과 따뜻한 인성에서 우러나오는 성숙한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08/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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