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북, 일본에 러브 콜... 해빙 조짐

김정일 "대화 용의있다"... 수교회담 8월 개최 합의

북한이 일본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7월 28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볼 때 그 동안 경색됐던 북일 관계도 일단 해빙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 백남순 외무상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무성 장관은 7월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수교문제를 논의할 국장급 협의를 8월중 개최하기로 구체적인 일정도 합의했다.

양측은 2년 만에 이루어진 회담에서 공동 발표문을 통해 인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 회담도 개최키로 결정했다.


북한, 잇단 화해제스처

일본측은 수교 교섭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를 북한측에 요구해 왔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월 26일 ‘요도호 납치 관련자’의 일본행 여부는 자신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며 북한 당국은 이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일본이 무죄를 보장해야만 송환할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요도호 납치범을 일본에 인도함으로써 미국의 테러국 지정 해제와 함께 일본에도 ‘성의’를 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일단 7월 착수한 경제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백 외무상과 가와구치 장관의 합의들 중 핵심은 ‘과거청산’과 ‘인도주의적 현안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주의적 현안 해결이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쌀을 지원 받겠다는 의도다.

과거청산에 대한 북한의 해법은 2000년 4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9차 북일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과거사 사죄 △보상 △문화재 반환 △재일조선인 법적 지위 문제 등 4개항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특히 보상문제에 있어서 인적ㆍ물적 손해에 대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실효성 있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보상금을 받아내 이를 경제회생의 ‘종자돈’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청산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총론적으로는 관계 개선 재시동이라는 기틀은 마련했으나 기존의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각론 부분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개별 협상에서 분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교 교섭 문제와 관련, 양측은 과거 청산 문제 등을 둘러싸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측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과 미사일 발사 문제 등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과거청산 문제를 먼저 협의한 다음 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종전의 방침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8월 1일 “국교정상화 교섭에는 당연히 납치문제도 포함된다”고 말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이 국교정상화 문제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국교 정상화를 진행하면서 납치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북일 외무장관 회담 공동 발표문 요지.

△쌍방은 북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국교 정상화를 가능한 조기에 실현하고, 과거 청산에 관한 문제를 비롯 북일간의 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관계국간에 대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국교 정상화에 관한 제문제 및 서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외무성 국장급 협의를 8월 중 개최하기로 했다.

△인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번 적십자 회담을 8월중 개최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도쿄=신윤석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6:33


도쿄=신윤석 yssh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