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평양 門 활짝... 유럽경제가 연다

주한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9월17일 평양에서 대규모 산업박람회 개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의 시선이 9월 한반도에 모아지고 있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북ㆍ미간 대화재개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주도의 대북사업분야에서 정작 가장 먼저 결실을 맺게 될 곳은 다름아닌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다.


남북축구경기 합의 이어 야심찬 계획

EUCCK 산하의 EU코리아재단(EKF)은 부산 아시아 게임전인 9월8일 서울-평양 직항로를 통해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서울방문 및 남북친선 축구경기 개최 성사를 북측과 합의한데 이어 9월17~20일 4일간 평양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 세계유수의 150여 개 기업체들이 참여하는 ‘평양 국제 기술 및 기간시설 박람회(IT&IE)’ 개최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또 ‘휘파람’을 부른 북한 여가수 전혜영이 소속한 보천보전자경음악단의 11월 남한 공연 개최와 북한 주민들에게 IT 등 산업이론 및 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유럽기업에 취업을 알선하는 ‘조선 경제인 교육센터’를 중국 베이징에 개설,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이를 운영하는 EUCCK의 야심찬 대북사업구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장 자크 그로아 EUCCK 산하 북한위원회 소장은 8월3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남북간의 화해분위기 조성에 힘입어 5월 중순 EFK이사인 박근혜 한국미래연합대표와 함께 4일간 방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했을 당시 합의한 각종 EUCCK의 대북사업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 중에 있다”며 “우선적으로 남북 축구 대표팀간의 친선경기에 대한 서면 협의가 금명간 이뤄지고 실무책임자급 회의는 늦어도 8ㆍ15를 전후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아 소장은 특히 “‘조선 경제인 교육센터’ 개설 문제와 관련 방북 당시 김용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따로 면담까지 했다”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북한정부의 입장 확인과 지지를 확보한 상황에서 EKF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대로 준비한다면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6~92년 7년간 평양에 거주한 프랑스계 북한 전문가 그로아 소장은 94년부터 EUCCK 회원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며 북한의 사업환경을 파악하고자 하는 유럽기업과 북한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왔다.


세계 유수기업 150여업체 참여

9월 17일부터 평양에서 독일 뮌헨 박람회(MMI)가 행사주최기관으로 여는 ‘평양 국제 기술 및 기간시설 박람회(IT&IE)’에는 독일의 지멘스를 비롯 ABB, 로버트 보쉬사 등 건설과 주택ㆍ도시계획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다.

또 북한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비롯해 3만 여명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 산업전인 ‘IT&IE’는 최근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일부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행사라는 점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대외 무역부 등 북한 경제의 주요 6개 당 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평양 도심에 있는 5,000㎡ 규모의 부지에서 대단위적으로 열리는 이번 산업전은 북측이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에 앞서 세계시장을 향해 보이는 변화를 위한 첫 신호탄인 셈이다.

EUCCK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미 시작됐다”면서 “세계는 북한의 변화를 그들의 시각에 맞춰 조용하게 조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1년만에 방러... 극동지역서 푸틴 만날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월 말께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8월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질 이번 방문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의 기업체를 방문, 경제상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의 한 고위 관리는 7월 30일 김 위원장이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 대리인의 초청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리코프스키 전권 대리인이 4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은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방문 시점에 관해서는 아무런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8월 열차를 이용,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적이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7월 29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극동지역과 북한이 지역적 교류를 증진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대해 양측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말 께 극동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6:35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