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스쿨]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38세 회사원 P씨는 169cm, 78kg으로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주위에서 심심찮게 뚱뚱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체중감량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정상 체중이었으며,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테니스, 수영, 등산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종합 검사를 시행해 보니 당뇨, 고혈압도 없었고 다른 종합 피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이었다.

체지방 역시 체지방률이 23%로 정상이었다. 전혀 살을 뺄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되어 이대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문제없다고 얘기한 후 돌려보냈다.

실제로 이 환자는 허리가 35인치로 두꺼웠지만 CT 촬영 결과 대부분이 피하지방이고 내장지방은 많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금식을 통해 살을 뺀다면 소중한 근육만 주로 잃어버리고 별로 나쁘지도 않은 피하지방만 조금 빼내어 실제로는 건강만 상하게 될 것이다.

요즘 많이 하는 지방흡인술은 피하지방만을 빼내는 것이기 때문에 대사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미용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K양은 31세로 키 157cm, 몸무게 56kg으로 정상범위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었으나 허리둘레가 32인치였고 배도 조금 나왔다. K양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출생체중이 2kg이 조금 넘는 미숙아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무척 마르고 병치레를 많이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보약도 먹고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후에 조금씩 배가 나오는가 싶더니 최근에 직장 신체검사에서 당뇨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본원에 내원하였다. 이 환자는 배가 자꾸 나오길래 몇 차례 다이어트로 체중 조절을 하려했으나 번번히 실패하였다고 한다.

체지방 측정결과 체지방이 32%나 되었고 근육량은 평균 이하였다. 본 필자는 이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체중감량을 할 것을 제안하였다.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고 균형된 식사를 통해 양질의 단백질과 섬유소를 섭취할 것을 처방했고 약간의 성장호르몬 요법도 실시하였다.

이환자는 태아기에서부터 청소년시기까지 영양결핍 시기를 겪어 근-골격계 및 췌장 등의 장기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이 되어 과잉의 영양 섭취 때문에 배가 나와 당뇨병까지 조기에 발병이 된 것이다. 전형적인 거미 타입의 체형을 가진 경우다.


성장기 저체중서 성인비만이 문제

비만은 지방이 과다 축적되어 생기는데 지방축적에는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주로 문제가 되는 지방은 내장지방이며 피하지방은 대사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피하지방은 어릴 때부터 살이 찌거나 운동과 더불어 찐 경우에 주로 축적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스모 선수 같은 경우로 대부분이 피하지방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흔히 피부를 꼬집거나 잡아당기면 피하지방이 만져지게 된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장형 비만은 태아나 성장기에 정상 또는 저체중이다가 성인이 되어 체중이 늘 때, 팔과 다리는 가냘프면서도 배속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세포는 혈액 속으로 지방산과 여러 물질을 많이 방출하는데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훨씬 많이 분비한다.

이들은 근육이나 간장에서 인슐린의 효과를 떨어뜨려 세포가 포도당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인슬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포도당이 세포내로 들어가지 못하면 혈중의 포도당이 높아져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진다. 이를 고인슐린혈증이라고 하는데, 만일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가 그 자극을 감당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발생한다.

혈액 속의 인슐린 농도가 증가되면 신장의 염분배출이 잘 안되어 체내에 염분과 수분이 축적되고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심장박동이 증가되고 혈관이 수축되어 고혈압이 발생된다.

또한 고인슐린혈증은 혈중의 중성지방농도를 증가시키고 인체에 유익한 콜레스테롤(HDL-C)의 농도를 감소시키는 이상지혈증이 나타나며,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관상동맥에서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일으키고 뇌동맥에서는 뇌졸중을 초래하게 된다.

최근에 국내의 40대 이상 성인에서 외견상 별로 뚱뚱하지 않으면서 복부비만이 급속하게 증가되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남재현 프렌틱터내과원장·의학박사

입력시간 2002/08/16 11:3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