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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지어주는 나눔의 사랑이죠"

해비타트 운동 '사랑의 집짓기'로 땀 흘리는 가수 윤형주

“땀 흘려 전하는 사랑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8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건축 현장에서 만난 가수 윤형주(54)는 집 없는 영세민들의 보금자리가 될 주택들을 바라보며 가슴 벅찬 표정을 짓는다. 그는 1995년부터 한국 해비타트(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ㆍ이사장 정근모)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밝아지는 아이들 모습이 가장 큰 기쁨

“8월 4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번개 건축 행사로 대구와 천안을 포함한 전국 4개 도시에서 모두 54세대의 주택을 세웠습니다. 1,200여명이나 되는 자원 봉사자들이 참가했지요.”

그는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건축 현장으로 달려온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며 “특히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값진 노동으로 실천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번개건축 2002’로 이름 붙여진 이번 행사에서 일주일 동안 대구, 천안, 태백, 아산 건축 현장을 순회하며 이벤트와 공연을 총지휘했다.

개ㆍ폐회식, 후원자의 밤, 자원봉사자의 밤을 기획하고, 부인 김보경(50)씨와 함께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활동도 펼쳤다. 매년 8월 첫째주의 ‘한국 해비타트 주간’ 행사를 제안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7년 전 ‘행동하는 사랑’이란 해비타트 정신에 감명을 받아 이 운동에 동참했다는 그는 그 동안 필리핀이며 아프리카 오지까지 달려가 철근을 나르고 벽돌을 쌓는 노력 봉사도 수 차례나 했다.

윤형주는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며 얻는 가장 큰 기쁨으로 “매년 밝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꼽는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세요. 처음 입주할 때만 해도 얼굴에 그늘이 가득한데 다음해에 만나보면 몰라보게 밝아진 모습에 그렇게 마음이 흐뭇할 수가 없어요. 해비타트 운동은 단순히 집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을 바로 세워주는 것이에요.” 그는 올해 입주 예정인 가정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년을 기대한다.


국적ㆍ인종을 초월한 인간애

7년 동안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이름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도 인상에 남는 자원 봉사자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루마니아 등 먼 거리에서 찾아오는 열성 참가자들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그 먼 길을 온다는 게 대단하지요. 게다가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어렵게 와선 관광 한 번 가지 않고, 공사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다 가는 것을 보면 국적과 나라를 초월한 끈끈한 인간애를 느껴요.”

그는 또 큰 감동을 준 자원봉사자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기억한다. 2001년 해비타트 주간에 우리나라를 찾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틀 동안 군산, 아주, 파주, 태백 등 공사 현장을 잠시도 쉬지 않고 헬기로 순회했다.

그런 직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몸으로 현장에 다시 나와 직접 못을 박으며 지치지 않는 정열을 과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렇게 헐벗은 이웃을 섬기고 자신을 낮추는 대통령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고 한다.

그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난 뒤 더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못을 잘 박는 할아버지”라고 떠올린다.

윤형주는 사실 요즘 몸이 둘이라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바쁘다. CM송 제작회사 ‘한빛기획’과 주차사업 대행사 ‘인파크’, 이벤트 회사 ‘더 팀’ 등 운영하는 사업체만 3곳이나 된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쉴새 없이 울린다. 회사의 결재 서류가 쌓여있는 까닭이다. 휴가는 커녕 봉사활동에 시간을 낸다는 것이 보통 결심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는 한국 해비타트 이외에도 세계선린회, 호스피스회, 한세노인재단, 백혈병환자돕기 모임 등에 열심으로 참여해 봉사하고 있다.

남을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를 어렵사리 들추어낸다. 1975년 겪은 대마초 사건이다. 포크 1세대 가수로 1970년대 통기타 문화를 이끌며 인정 절정에 있다가 구속됐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저의 재능이 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오만함을 버리고 하늘이 주신 능력을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고생한 만큼 사랑을 가져가는 일

이러한 깨달음을 후배 연예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한다. 8월 8일 밤에는 장필순, 한동준, 사랑과 평화 등의 인기 후배 가수가 자원 봉사자들을 위한 문화의 밤 행사를 위해 아산 건축 현장을 찾았다.

이날 윤형주는 “출연료를 받는 무대에만 서지 말고, 사회 봉사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라”고 충고하면서 내년부터 해비타트 자원 봉사활동에 적극 참가할 것을 약속 받았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직장이나 기업 단위의 봉사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주말에 내려왔다가 봉사하고 올라가곤 하죠. 고생한 만큼 사랑을 가져가니까 이보다 좋은 마음의 휴식처가 없어요.” 윤형주는 앞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집을 짓는데 보다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무주택 서민에게 집을…1970년 미국서 시작

해비타트 운동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1976년 미국의 기독교 실업가인 밀러드 풀러가 주창한 집짓기 자원 봉사 운동이다.

최근까지 전세계 83개국에서 12만 세대 이상의 주택을 지었다. 한국 해비타트는 1995년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출발해 서울, 아산ㆍ천안, 대구ㆍ경북, 군산, 파주, 태백, 의정부에 지회가 설립돼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 국내 250세대, 필리핀에 160세대의 주택을 건축했다. 자원 봉사자들의 노동과 기부된 자재, 후원 기금을 통해 지어진 집들은 무주택 가정에 무이자,ㆍ비영리의 원칙으로 저가에 판매된다.

입주 가정은 건축실비(장기 무이자 상환: 약 18년간 월 12만원 내외)를 자력으로 상환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집이나 다른 이들의 집을 짓는데 최소한 500시간 이상의 노동으로 동참해야 한다.

배현정 기 자hjbae@hk.co.kr

입력시간 2002/08/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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