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중·한 경쟁적 구도, 바람직하지 않다

상호 보완·협력관계로 균형적 발전 이어가야

“형제간에도 다툼이 있듯 중ㆍ한 양국관계가 발전하는데 있어 때론 분쟁이 생기는 것은 정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의견차나 분쟁이 생기면 대국적 견지에서 상호이해와 양보의 정신에 따라 협의를 통해 냉정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 빈(李 濱) 주한 중국대사>

중ㆍ한 수교 10주년을 맞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정서적으로는 ‘오랜 형제의 나라’로, 냉 험한 시장ㆍ통상 현실에서는 ‘또 다른 아시아 국가(一般來 說, 一個 別的 亞洲國家)로 밖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한ㆍ일 월드컵 경기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필승~코리아’를 시 샘하듯 중국 일부 언론의 흑색보도는 8월초 탕자쉬안 중국외교부장이 방한했을 당시 중ㆍ한 외교관계의 향후 주요 협력과제로 ‘언론보도 협조’가 이슈가 될 만큼 양국민간에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겼다.

중국인들에게 한국ㆍ한국인은 과연 어떻게 와 닿고 있는지 국내에서 활동중인 중국 외교관ㆍ언론인ㆍ유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3억 인구의 다양성 이해돼야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3월 부임한 왕린창(王林昌) 인민일보 서울특파원은 “최근 한국에서는 중국경제의 급성장만을 부각, 과대 평가하다 보니 중ㆍ한 경제관계를 보완ㆍ협력적인 관점에서보다 이해타산을 먼저 따져보고 경쟁적인 구도로 몰아가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한국민의 정서가 한편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을 우려했다.

왕 특파원은 “양국은 향후 10년 관계에서는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남북 군사문제ㆍ문화ㆍ교육ㆍ체육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면적으로 관계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중ㆍ한 관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향후 중국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역사적으로 일본은 주변국을 침범하면 그 나라의 ‘뿌리’를 뽑으려 했지만 중국은 지역 특성의 고유문화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중화사상을 은근히 내세웠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구진준(顧金俊) 경제일보 서울특파원은 “한국의 외환위기이전까지만 해도 중국경제발전 과정에서 한국의 기업발전을 모델로 삼았고 일부에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며 “그러나 한국이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인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의 교훈은 중국 부실국영기업 처리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국관계에서 한국민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중국의 다양성과 다극화 현상’을 꼽았다. “남한 전체 크기 만한 성(省)이 30개에나 되는 중국은 인구만 13억 여 명에 달한다. 하나의 사건이 갖는 의미가 중국전체를 대표한다고 보는 시각은 중국을 가장 오해하기 쉬운 발상이다.”


통상문제 정치적 해석은 곤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통상문제에 대해서는 그 근본원인을 먼저 짚었다.

조우창팅(周長亭)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 일등서기관은 “마늘분쟁 등 잇따른 양국 통상문제는 근본적으로 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으로부터 출발했다”며 “이를 경제적으로 풀기보다는 ‘중국의 통상패권주의’라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한 부분”이라고 두 손을 저었다.

왕샤오링(王孝玲) 경희대 사회학과 대학원생은 “월드컵 기간 중국인 1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았지만 사실 그 3분의 1인 3만5,000명으로 줄은 데는 1인 당 200만원을 예치하게 한 한국의 이중잣대가 근본원인”이라며 “불법체류자에 대한 경계로 한국을 찾으려는 중국 관광객들을 막은 ‘소탐대실’의 한 사례 ”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23 17:36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