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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년] 인터뷰/ 황병태 전 주중한국대사

"중국은 우리에게 절대절명의 파트너"

한ㆍ중 수교(1992년 8월24일)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무부의 재외공관장 인선 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주중 대사 만큼은 내게 생각이 있으니 남겨 놓으라”며 적임자가 있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1993년 6월 문민정부 1호 주중대사로 경제관료 출신이자 3당 통합의 막후협상 주역인 황병태(67) 현 경산대 총장이 부임했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던 당시 황 전 대사는 중국 외교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엉켜있는 북한 핵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중국 중시론’을 피력, 외교가에 큰 파문을 던졌다.

그는 북한의 핵 문제 등 안보면에 있어 미국 일변도의 외교노선에서 탈피, 중국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황 대사의 견해는 우리의 국방 및 외교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남북문제를 둘러싸고 남ㆍ북한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성사되면서 그의 ‘중국 중시론’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개혁ㆍ개방정책의 성과와 체제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높은 이는 바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입니다. 앞으로도 대북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한층 중요할 것입니다.

탈북자 처리문제에 있어 이를 한ㆍ중 외교문제로 부각시켜 우리에게 득 될 것이 무엇입니까. 시간이 흐르면 외교관행으로 정착될 것입니다. 중국과의 통상현안 역시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입니다.”

황병태 총장은 8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주창한 ‘중국 중시론’에 대한 신념에 변함이 없다. 최근 한ㆍ중 수교 10주년을 앞두고 중국 인민외교학교 초청으로 베이징(北京) 등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그 믿음은 더 견고해진 느낌이다.

황 총장의 이번 방중은 사실 중국 외교부 초청이지만, 주중대사 역임당시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그의 ‘차이나 커넥션’의 건재함을 입증한 셈이다.

1993년 6월부터 95년 12월까지 2년6개월간 주중대사를 역임한 황 총장으로부터 지난 10년간 한ㆍ중 양국 교류관계 발전에 대한 평가와 대중 외교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간과 말아야

- 전직 주중대사로 한ㆍ중 수교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 다를 텐데.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인민외교학교 초청으로 7월20~29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리슈칭 인민대회 외사 위원장과 조우창 중국 공산당 국제교류협회장, 우슈칭 베이징대 총장, 류신 사회과학원장. 류슈징 외교학교 총장 등 옛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줘 감회가 깊었다.

탕 외교부장이 2번이나 직접 저녁 메뉴를 선택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온 첫 주중대사라는 점이 중국인들에게는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탕 외교부장에게 ‘1993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10년이 지났지만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글자 토씨하나 바뀌지 않고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탕 부장은 빙그레 미소만을 보였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우리와는 달리 ‘두터운 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 역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의 의리를 피부로 실감할 정도였다.”

- 향후 한ㆍ중 관계의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지금까지의 한ㆍ중 관계에서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북한 문제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 북한이 모험적으로 가지 않게 중국이 중간자의 역할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본다.”

- 주중대사 역임 당시 ‘중국 중시론’을 주장해 파장이 컸는데.

“북한 핵 문제로 당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외교가가 잔뜩 긴장해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이 4자 회담에 참여하는 등 중간자 역할을 하지 않고 우리가 미국의 대북정책만을 쫓았다면 한반도는 한층 위기감으로 소용돌이 쳤을 것이다. 결국 ‘중국 중시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카드였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또 최근 북한의 변화가 과연 어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ㆍ중 수교 이후 중국을 수정주의라고 비난했던 북한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지난해초 상하이를 둘러보고 ‘상전벽해(桑田碧海)’나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는 표현으로 중국의 눈부신 급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멀어질 수 없는 너무나도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한일 월드컵 이후 일부에선 ‘중국의 시샘’을 꼬집는 경우도 있는데.

“탕 중국 외교부장에게 들은 월드컵 경기 에피소드를 말해주고 싶다.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가 한국과 독일간의 준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 멕시코 외무장관과의 만찬석상에서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한국’이라며 주 총리는 ‘한ㆍ독 전에서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독일과의 오랜 외교 우호관계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주총리의 이 같은 공식발언은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지만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들어내보인 점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의 13억 인구 중 월드컵에서 선전한 한국을 질투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중국지도부가 한국에 대한 끈끈한 정을 보였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탈북자 문제 외교적 확대는 모두에게 실

-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탈북자에 대한 처리문제로 한 중 북한 3국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외교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

“중국으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문제가 탈북자 처리 문제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로 한ㆍ중 관계가 악화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중국으로서도 탈북자 처리 문제는 인권문제로 항상 문제시 되고 있는 중ㆍ미 관계에까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외교관행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결코 외교문제도 비화하거나 확대할 경우 우리나라나 북한, 중국에게도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으로 탈북자들이 넘어오는 경우 이를 요란하게 떠들기 보다는 조용하게 그러나 투명하게 다루는 것이 외교적으로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

- 최근 마늘문제 등 중국과의 통상갈등이 심화될 조짐인데.

“통상관계는 냉엄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대 중 무역수지는 1993년부터 흑자로 전환, 올 상반기까지 333억1,000만 달러의 누적 흑자를 내면서 무역불균형 해소가 양국간 현안이 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비교생산우위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산업 부문에서 우위가 없는 경우 통상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철강과 자동차 등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 2004년 쌀 수입문제는 한층 더 큰 고민거리다.”

-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중국대사 역임 당시 중국정부와 한ㆍ중 산업 협력관계에 주력했다. 두나라는 비행기 통신 고화질TV 원자력발전 부분 등에 대한 기술ㆍ자본협력을 합의했다. 당시 한ㆍ중경협에 대해 ‘2인3각(두 사람이 한 다리씩을 묶어 같이 걸어간다)’ 체제를 이뤄가야 한다고 나는 주장했다.

그러나 귀임한 후 양국간 협의가 흐지부지돼버렸다. 당시 산업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했다면 우리나라 기업들로선 대중 무역에 있어 TV나 이동통신 분야에서 보다 ‘편안한 입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의 대중 통상전략은 한쪽에선 첨단기술ㆍ자본 협력을 이뤄가며 전통산업 중 비교 우위 부문에선 통상협력의 지렛대를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앞으로 절대절명의 파트너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첨단기술 활용하는 통상정책 펼쳐야

- 10년 사이 ‘메이드 인 차이나’는 해외시장에서 우리상품과 경쟁하는 등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중국과의 생산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이 많다.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첨단기술ㆍ자본 협력과 통상협력 등 두 잣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운영의 묘가 필수적이다.”

- 7월1일 경산대 총장으로 취임했는데 신임총장으로 향후 계획은.

“대학도 편한 시대는 지나갔다. 대구 한의과 대학으로 출발한 경산대학은 올 10월께 중국 베이징의 중의대학과 공동으로 ‘한의학의 세계화’란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방이란 곧 바이오테크 산업의 기초가 된다. 경북도와 대구시를 중심으로 경산대학의 한의학 발전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8/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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