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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특집-여행] 9월의 실속 휴가

휴식의 참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떠날 때가 됐다. 여름 한철 퍼붓는 소나기처럼 피서객이 몰릴 때 진정한 휴식은 없다. 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참다운 휴식이 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들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휘감는다.

하지만 한낮에는 물속으로 뛰어들어도 좋을 만큼 햇살이 따뜻하다. '놀 줄 아는 사람'들은 이때를 기다려 떠난다.


  • 삼척 덕풍계곡
  • 가을바람과 밤 별들의 천지

    동해와 등지고 선 응봉산의 깊은 골에 자리한 오지 계곡이다. 여름 한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호젓한 이 계곡은 하늘빛을 빼닮은 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기 좋다. 밤이면 주먹만한 별들이 떨어지는 민박집에서 가을바람을 미리 느껴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삼척 가곡면 풍곡리에서 덕풍마을까지 6km는 트레킹 삼아 걷기 좋다. 차가 오갈 수 있지만 넉넉한 걸음으로 덕풍계곡의 비경에 흠뻑 취하는 것이 좋다. 덕풍마을까지는 1시간 30분 걸린다.

    덕풍마을에서도 좀더 깊은 곳을 찾는다면 용소골로 간다. 용소골은 휴가철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적막강산인 곳이다. 1용소와 2용소까지 가는 40분 동안 빼어난 풍경이 연이어 나타난다.

    명경수에 발을 담그면 돌고기와 참피라미가 발등을 치며 논다. 물고기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도 천하태평이다. 수경만 있으면 물비늘 속으로 한가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맘껏 구경할 수 있다. 반나절쯤 세상과 연을 끊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풍경에 마음을 주다 보면 서늘한 해그늘이 잡아 끈다. 돌아갈 시간이라고.


    길라잡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강릉까지 간다. 동해고속도로와 울진으로 가는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근덕면 동막리 삼거리에서 좌회전, 427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신리 지나 가곡면 풍곡리에 닿는다. 5시간 30분 걸린다.

    덕풍계곡에서 호산이나 원덕해수욕장까지는 30분 거리다.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며 놀다 저녁에 덕풍을 찾아도 된다. 신리의 너와집과 남근 장승으로 유명한 근덕면 신남마을의 해신당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덕풍계곡 입구에 있는 모로쇠농원(033-572-4424)은 계곡물소리가 정겨운 산장이다.


  • 안동 병산서원
  • 낙동강 청류에 마음을 씻고

    답사여행 신드롬을 일으켰던 유홍준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서원이다.

    병산서원은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하회마을 동쪽 구석에 자리했다. 하회마을의 유명세에 밀려 여행객의 손때가 덜 뭍은 병산서원은 서원 건축의 백미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병산서원을 찾은 답사객들은 하나같이 ‘오히려 글공부 하기가 싫어지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산서원의 아름다움은 만대루에서 바라볼 때 완성된다. 만대루에서 바라보면 낙동강이 크게 굽이 돌아나가는 뒷편에 병풍처럼 병산이 둘러섰다. 강물 안쪽으로는 은모래가 깔린 드넓은 백사장이 있고, 서원 오른쪽으로는 몇 아름도 넘는 기품 있는 솔숲이 있다. 건듯 바람이 불면 오죽(烏竹)이 서로 몸을 부딪쳐 스산한 울음을 토한다.

    병산서원은 풍산 류씨의 시조격인 서애 류성룡(1542∼1607)이 1572년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문을 열었다. ㅁ자형의 단순 구조로 여타의 서원에 비해 규모도 적다. 그러나 꾸밈을 지극히 절제한 간결미가 돋보인다.

    세월의 강을 건너면서 갈라터진 만대루의 기둥은 수수함이 배어 있다. 출세에 연연치 않고 자연을 벗하며 마음을 비워내는 일에 몰두했을 옛 선비들의 고운 심성이 느껴진다. 병산서원은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정책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의 하나이다.

    병산서원의 특이한 볼거리는 서원 왼쪽에 있는 ‘머슴 뒷간’이다. 지붕없이 달팽이집 모양으로 똬리를 틀어놓은 모양이 재미있다. 예전에는 싸리나무를 엮어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간에 돌로 무늬를 준 흙담이다.


    길라잡이-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서안동IC로 나온다. 예천으로 가는 34번 국도를 타고 풍산읍까지 와서 916번 지방도 풍천방향으로 5㎞ 가면 하회마을로 가는 진입로가 있다. 효부리에서 직진하면 하회마을, 좌회전해서 비포장길로 4㎞ 가면 병산서원이다.

    병산서원 별채(054-853-2172)에서 민박을 할 수 있다. 안동의 먹거리는 간고등어와 건진국시, 헛제삿밥이 유명하다. 헛제삿밥은 말 그대로 제사도 지내지 않고 맛보는 제사음식으로 하회마을의 식당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목석원가든(054-853-5332)


  • 서천 마량포구
  • 철 지난 바다에서 찾는 여유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 나오면 비인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 반도의 끝 마량 포구에 닿는다. 어느 곳이나 끝이라는 곳은 마음에 남기 마련이지만 마량 포구는 조금 유별나다.

    이곳은 서해에서는 유일하게 한 자리에서 해돋이와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비인은 육지가 바다를 향해 튀어나오다 낚시바늘처럼 꼬부라졌다. 비인만의 너른 바다 너머 군산 앞 바다에서 해가 뜨고, 서해로 해가 진다.

    해돋이를 기다리다 보면 밤새 고기를 낚은 배들이 하나둘씩 포구로 돌아온다. 동트는 여명 위로 갈매기들이 무리 지어 날고, 기운 좋게 파닥이는 싱싱한 고기들이 금새 선창에 부려진다. 경매에 부쳐지고, 활어차에 실려 가는 활기찬 포구 풍경이 졸음이 묻어나는 아침을 화들짝 깨운다.

    이윽고, 고기를 퍼담는 일에 지친 어부가 허리를 펴고, 담배 한 대로 피곤기를 달랠 무렵, 어부의 튼실한 어깨 위로 미끈한 해가 떠오른다.

    마량 포구에서 비인으로 나오는 바닷길은 초가을로 해무(海霧)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바다안개는 적당히 감출 것은 감추며 그리움처럼 번져나간다.

    안개 너머로는 바위로 담을 쌓아 V자 모양으로 만든 독살과 장대를 세워 그물을 V자 모양으로 만든 어장이 어슴푸레 보인다. 물 빠진 갯벌 위로 비스듬하게 누운 배는 휴식처럼 편안하고, 고기를 걷으러 안개 속을 휘적휘적 걷는 어부의 발걸음도 한가하기만 하다.

    마량포구에서 서해전망대 동백정과 해를 따라 썰물이 진 해변을 거닐며 해를 보내는 춘장대 해수욕장이 지척에 있다.


    길라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로 나온다. 서면으로 가는 길을 따라 20분이면 마량포구에 닿는다. 동백정 가는 길에 있는 홍원항은 9월이면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싱싱한 횟감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마량포구에서 서천읍으로 돌아와 602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한산모시관이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모시는 바람이 솔솔 통하는 초가을 옷으로 이곳에서는 모시의 원료가 되는 삼베풀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시옷을 만드는 전과정을 볼 수 있다. 서천읍 군사리 동원횟집(041-953-9880)은 '밥도둑'이라 불리는 꽃게장을 잘한다.


  • 보성 차밭
  • 당신도 드라마의 주인공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동자승이 황톳길을 걸어간다. 뒤에 자전거를 타고 어린 수녀가 온다. 수녀는 동자승을 스쳐 지나는 듯 하다가 자전거를 돌려 되돌아온다.

    그리고 동자승을 뒤에 태우고 황톳길을 내려간다. 종교적 지향을 뛰어 넘어 우정을 나누는 동자승과 어린 수녀의 모습을 그린 CF의 한 장면이다. 그 CF의 무대가 보성 차밭이다.

    자욱하게 퍼지는 산 안개가 가지런하게 골을 지어 펼쳐진 차밭을 감싸고 도는 풍경은 싱그럽고 청량하다. 녹차 향기가 그윽하게 퍼지고, 무엇보다도 황톳길을 걸으며 정갈한 차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이 맑아진다.

    보성차밭은 보성읍에서 율포로 가는 길인 활성산 기슭 봇재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 차밭이 들어선 이래 보성차밭은 전국 생산량의 으뜸을 차지한다. 활성산 기슭에는 동양다원과 대한다원, 꽃다원 등 수십 만평에 달하는 차밭이 펼쳐져 있다.

    진초록 고랑이 열 지어 산비탈을 차 오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다. 그래 사람들은 차밭을 거닐며 차 냄새를 맡고, 혹 안개라도 자욱히 끼인 날에는 차밭에서 옷자락도 마음도 이슬에 흠뻑 젖어 촉촉해지곤 한다. 그런 후에 맛보는 따뜻한 녹차 한잔,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보성에 자리한 차밭 가운데 하나인 동양다원은 차밭이 오만 평쯤 된다. 통나무로 지은 전통찻집에서는 무료로 차를 시음할 수가 있고, 차밭을 거닐 수도 있다. 대한다업은 늘씬하게 뻗어 올라간 전나무숲길을 거닐며 삼림욕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


    길라잡이- 호남고속도로 송광사IC로 나온다. 27번 국도와 18번 국도를 이용하면 보성읍. 18번 국도를 타고 율포 방향으로 8km 가면 차밭과 만난다.

    대한다원을 지나 봇재에 올라서면 차밭을 감상하는 다향각이 있다. 다향각에서 율포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 율포에는 1998년 개장한 해수녹차사우나가 있다. 온천욕을 즐기며 창 밖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감상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율포에서 장흥 수문포로 이어진 해안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율포의 먹거리는 키조개와 피조개가 알아준다. 바지락을 식초와 고추장에 매콤새콤하게 무쳐내는 바지락회도 별미다. 해변가든(061-853-1331)


  • 해남 일지암
  • 남도 답사 일번지

    남도의 끝에 위치한 해남은 땅의 끝이란 상징과 함께 지천에 널린 문화유적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끈다.

    불교의 남방전래설을 간직한 미황사가 달마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고, 서산대사가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라며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봉안케 한 대가람 대둔사는 두륜산 자락에 묻혀 있다.

    또한 국문학의 비조 고산 윤선도는 덕음산 자락 녹우당에 칩거하며 절창의 시를 지었고, 그의 후손 공재 윤두서는 조선시대 최고의 자화상을 그려 찬란한 해남의 문화를 꽃피웠다. 해남은 그러한 문화유산을 갈무리한 곳이라서 '남도 답사 일번지'라는 칭송을 받아왔다.

    대둔사에서 일지암까지는 산길로 40분 거리다. 두륜산 깊은 산중에 자리한 일지암은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머물며 차 문화를 꽃 피운 곳이다. 조선후기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퍼트렸던 그는 유학과 도교 등 다방면의 지식을 섭렵했고, 문장과 그림에도 뛰어났다.

    스승으로 모셨던 다산 정약용, 동갑내기로 도타운 우정을 나눈 추사 김정희, 남종화의 창시자 소치 허련과 신분을 초월하여 격의 없이 교류했다. 이들과의 사귐에 있어 차의 향기가 함께 했음은 물론이다.

    해차가 나올 무렵이면 추사와 다산은 초의가 보낸 차 심부름꾼을 애타게 기다리곤 했다. 초의선사는 입적할 때까지 40년을 일지암에 머물며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인 다신전(茶神傳)과 동다송(東茶頌)을 저술했다.

    초가로 이엉을 올린 일지암과 여러 겹의 주춧돌을 쌓아 만든 연못, 찻잎을 다루던 맷돌, 초의선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에 들던 돌평상, 마당 앞의 차밭이 어울려 이곳이 차의 성지임을 보여준다. 일지암 툇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노라면 40년 간 차와 함께 선(禪)을 일구던 초의선사의 꾸밈없이 소탈한 모습이 떠오른다.


    길라잡이- 호남고속도로 광산IC로 나온다. 13번 국도를 따라 나주-영암을 지나면 해남읍이 나온다. 827번 지방도를 따라 15분 거리에 대둔사가 있다. 대둔사 가는 길에 녹우당이 있다.

    해남읍에서 완도 방향으로 가다 813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송호해수욕장과 땅끝이다. 해남읍에 있는 천일식당(061-536-4001)은 남도의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떡갈비한정식을 잘한다. 곰배젓, 전어젓, 갈치젓 등 곰삭은 젓갈 맛이 일품이다.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badagun@lycos.co.kr

    입력시간 2002/09/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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