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남한산성 산과 들

남한산성은 등산과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서울 근교의 명소다. 봄이면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향긋한 향이 성안을 감싸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의 울창한 산림이 산 전체를 둘러 싸 찾아오는 이들을 시원하게 맞이한다.

특히,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형형색색 제 색깔을 뽐내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찾기에 적합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로 항복의 예를 행한 치욕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남한산성은 그 아름다움과 역사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또 많은 이들이 찾는 만큼 다양하고 많은 음식점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음식점들이 난립하고 호객행위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지금은 등산로와 음식점들이 있는 곳이 나뉘고 정리가 되어 큰 불편은 없다.

이들 음식점 중 시원한 통유리가 눈길을 끄는 2층집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깔끔하고 정갈한 맛의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산과들’이다. 올해 6월 22일 문을 연 얼마 되지 않은 집이지만 맛깔 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로 벌써 많은 단골이 생겨 남한산성을 찾을 때마다 이 집을 들르곤 한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산정식’과 ‘들정식’이다. 이들은 전통 한정식에 퓨전 요소를 가미시킨 것으로 요리코스와 식사코스가 시간을 두고 나뉘어 나온다.

이 중 들정식은 1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잘 차려진 한정식을 맛 볼 수 있어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는 메뉴다. 식사를 시키면 우선 콩죽과 물김치, 야채샐러드, 수육무침, 전, 잡채, 도토리묵, 순두부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손두부는 유명한 남한산성 손두부로 산성 안에 있는 손두부 집에서 국산 콩을 이용, 옛날 제조방식으로 만든 재래식 손두부다. 수육무침은 수육과 국수를 고추장 소스로 비벼먹는 것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개발한 것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독특한 음식이다.

이 집을 처음 찾는 이들은 이것으로 상차림이 모두 끝난 것으로 알기 쉽다. 하지만 이들 요리를 다 먹으면 밥과 된장찌개, 시래기찌개, 생선구이와 젓갈, 계절나물 그리고 장아찌와 누룽지, 숭늉이 또 나온다. 이것이 식사코스다. 1만원이라는 가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다.

산정식의 경우 여기에 샤브샤브 냉채와 홍어, 닭마늘구이, 황태구이가 추가되어 나온다. 마치 잔칫상을 차려놓은 듯하다. 산나물에서 나오는 요리와 밑반찬들은 앞서 수육무침처럼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개발한 것이 많다.

그래서 다른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요리를 접하고 맛 볼 수 있어 새로운 맛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모든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아 다른 음식점 보다 다소 맛이 밋밋할 수 있지만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면 2층으로 올라가 보자. 2층은 손님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와도 1층에서만 식사를 판매하고 2층은 사용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1층에서 식사를 한 후 2층에 올라 차 한잔을 마시며, 통유리 너머 남한산성의 빼어난 경관을 바라보며 쉴 수 있게 되어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운치를 더해 더욱 좋다.


▦ 찾아가는 길 :

하남시에서 경기도 광주시로 가는 43번 국도를 타고 가면 광지원리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08번 도로를 따라 1km 정도 가면 남한산성 매표소에 도착한다. 매표소를 지나 산성로타리 방향으로 3km 올라가면 오른쪽 편으로 2층 건물 ‘산나물’이 보인다.


▦ 메뉴 :

산정식 1만7,000원, 들정식 1만원, 토종닭(도가니, 백숙, 도리탕) 3만3,000 ∼ 3만5,000원, 수육무침 2만원, 샤브샤브 냉채 2만원, 홍어 2만원, 닭마늘구이 1만5,000원 등이다. ☎ 031-749-6328

김주성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9/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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