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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프로젝트] 청와대 X파일

김정일 답방카드 등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 난무

남ㆍ북한을 중심으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게 요동 치면서 정가 일각에서 ‘대선을 앞둔 신북풍 그랜드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김정일의 남한 답방 등 전격적인 북한 카드를 활용해 정권 재창출 작업에 돌입했다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 것이다.


청와대·북측 '공감대 형성' 추측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이런 관측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이례적이다. 남북한은 요즘 무력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서해 교전 사건이 불과 두 달여전 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밀월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북한은 서해 교전으로 남측의 반감과 긴장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7월말 전화통지문을 통해 ‘얼마 전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 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서울에서 제7차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를 비롯한 대화를 전격 제의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에 대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측의 유감 표명을 사실상의 사과로 인정하고 적극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어진 남북 장관급 회담과 남북 경협위 2차 회의를 통해 남북은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북적십자 회담 개최, 경의선ㆍ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금강산댐 공동 조사 등 굵직한 현안들에 합의했다. 그간 북측 관행으로 볼 때 매우 신속하고 파격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런 갑작스런 유화 제스처는 국내 정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이 돌연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제의한 7월말은 집권당인 민주당이 반(反)노무현 세력과 친(親)노무현 세력으로 갈라져 분당 위기를 겪고 있던 때였다.

한 때 민주당의 희망으로 떠오른 노풍이 6ㆍ13지방선거 완패를 전후해 사실상 소멸,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오리무중에 있었다. 더구나 당시 민주당은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8ㆍ8재보선에서도 이미 참패가 예견됐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청와대와 북측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북한은 ‘햇볕 정책’에 기조를 두고 있는 현 ‘국민의 정부’가 차기 정권에서도 집권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와 북한 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놓고 입장은 다르지만 적잖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 긴급 상황에서 청와대와 북측 간에 보이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 됐을 것이고, 최근 북한의 일련의 유화 조치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박지원 실장이 주도”

다급한 것은 청와대였다. 현 정부를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어 대통령의 아들 둘을 구속시키고, 총리 인준을 두 차례나 부결시켜 조기 레임덕을 초래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려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을 청와대가 그대로 앉아서 지켜 보고 있지만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특히 박지원 비서실장이 병풍과 신북풍을 주도하고 있다”며 김 대통령 탄핵 공세를 펼치는 것도 이런 의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대북한 외교 전은 청와대의 이런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추측 된다.

특히 8월 들어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졌고,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9월 전격 북한 방문을 선언하는 등 그야말로 한ㆍ중ㆍ러ㆍ일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런 북한의 급격한 변화와 움직임 뒤에는 북한 자체의 필요성 외에도 김 대통령의 노력이 실려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의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 김 대통령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고 보도 했다. 이 신문은 ‘지난 4월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특보를 통해 김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ㆍ일 국교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주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이 북한을 움직여 국제 사회로 끌어들임으로써 국내 정세의 반전을 꾀하는 반사 효과를 기대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러시아소리방송도 8월 31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낙관적인 분석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보도해 이런 사실을 뒷받침 했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 땐 현실화 될 수도

현재 정가에서는 이번 부산아시안 게임(9월 29일~10월 14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가고 있다.

남북 당국자들은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 외무성 등 남북한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과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부산아시안게임을 전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깜짝 방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12월 대선 구도를 일거에 뒤바꾸는 결정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김 대통령 두 아들의 구속 이후 한나라당의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5년 묶은 병풍을 다시 끄집어내 반격에 나서곤 있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미동도 않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로서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선택인 북한 김정일 위원장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측 입장에서도 대북 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권 하는 것에 적잖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기왕이면 현 정권이 재집권해야 최근 북한이 실시하는 제한적 시장경제 정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가에서 나도는 청와대 그랜드 프로젝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학계 문화계 체육계를 총망라한 ‘탈DJ 신당’을 추진, DJ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단절한다.

민주당 신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 중심의 신당과는 당장 합치지 않고 탈DJ 이미지 제고에 주력한다. 대신 정몽준 신당이 9월 7일 남북 축구 개최 등을 통해 주가를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다.

청와대는 남북한 축구 경기와 9월말 아시안게임 개회식을 전후해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전격적으로 성사 시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입지를 더욱 강화 시킨다. 한편으로는 병풍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낙마를 추진한다.

그리고 대선 두달 전인 10월 중순께 노 후보와 정 의원 중 여론 지지도가 높은 쪽을 중심으로 ‘민주당 신당’과 ‘정몽준 신당’이 반(反) 이회창을 기치로 전격 통합하는 거대 신당을 출현 시켜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것이다.


민주당ㆍMJ 시나리오와 유사한 행보

공교롭게 최근 민주당과 정몽준 의원의 행보는 이런 시나리오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정몽준 의원의 영입이 힘들다고 보고 일단은 자체적으로 외연을 넓히는 신당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학계ㆍ여성계ㆍ경제계 등 각계 대표가 중심이 된 1군, 대선 후보군과 각 정당이 중심이 된 2군, 그리고 3군인 민주당 등 3개 진영이 합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신당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 의원이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대선 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우선 각계 인사들이 함께하는 통합 신당을 만들기로 했다”며 “하지만 정 의원이 추후 당대당 통합을 요구해 올 경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정몽준 신당과의 막판 빅딜 가능성을 털어 놓았다.

대선 구도 변화의 핵으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측도 9월 10일을 전후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원내 교섭 단체 수준의 독자 신당을 출범 시킬 것이 확실하다. 정 의원측은 그러면서도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제로 어느 당과도 연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대선 직전 민주당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그랜드 프로젝트는 한나라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신북풍 시나리오’와 유사하다. 그러나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가 이런 큰 그림을 그린 뒤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청와대는 장상씨에 이어 장대환씨가 잇달아 총리서리 인준이 거부됐음에도 최근 박지원 비서실장을 재신임하는 등 내부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해임을 요구하는 있는 김정길 법무장관을 지난번 내각 교체 때 재기용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병풍 이어 세풍으로 이회창 때리기

이와 별도로 청와대는 병풍과 함께 이회창 후보를 낙마 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던 세풍도 불을 지피고 있다. 대선 자금 모집의 전모를 알고 있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신병 인도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8월 30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제7차 공판에서 조지 스코빌 미시간주 서부지역 연방지법 판사가 이 전차장의 인도 여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청취한 뒤 최종 진술서를 서면 제출하라고 명령, 늦어도 10월 초에는 신병 인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 등 현재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청와대 프로젝트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12월 대선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자체가 워낙 가변적이고 불투명해 실제 가능성은 매우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9/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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