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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민 배심원단이 본 총리 인사청문회와 도덕성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에 이어 장대환 총리 내정자도 결국 도덕적 흠집 때문에 국회의 인준을 얻는데 실패했다. 장상 전 총장의 경우 우리 국민들은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발탁과 더욱이 명문대학 신학교수 출신의 총장이라는 점에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장상씨의 계속적인 말 바꾸기와 자기변명, 책임전가, 각종 위법과 탈법의 사례 등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상실을 그대로 나타내 보였다.

장대환씨의 경우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검증하였으나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는 청와대의 발표와 더불어 그가 50대의 능력있고 역동적인 언론사 사장이라는 점에서 국민들 또한 높은 기대감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청문회를 앞두고 장대환 총리 내정자의 도덕성에 대해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또 다시 허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실련은 장대환 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의 내용을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청문하는 의원들의 자세와 자질을 모니터링할 목적으로 '100인 시민 배심원단'을 구성하였다.

시민 배심원단은 학계 34인, 일반시민 33인, 변호사 10인, 종교계 7인, 대학생 6인, 여성전문인 3인, 기타 전문인(교사, 의사, 회계사) 7인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 시민 배심원단은 모니터링 기준을 도덕성과 국정수행능력으로 대별하고 도덕성의 항목으로는 재산형성 과정의 적법성, 준법성, 청렴성, 국적과 병역문제 등을, 그리고 국정수행능력 항목으로는 전문성, 개혁성, 민주적 리더십 등을 선정하였다.


부도덕한 사회지도층의 전형 보여줘

이틀간의 청문회를 모니터링한 후 시민 배심원단의 응답자 83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장대환 총리 내정자가 도덕성이나 국정수행 능력 면에서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 총리 내정자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도덕적이다(5명, 6%), 도덕적이지 않다(70명, 84.3%), 잘 모르겠다(8명,9.6%)고 응답했고, 국정수행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있다(24명,28.9%), 없다(37,44.6%), 모르겠다(22명,26.5%)고 답했으며, 종합하여 장대환 내정자가 총리로 적합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적합하다(14명, 16.9%), 적합하지 않다(60명, 72.3%), 모르겠다(9명,10.8%)고 응답하였다.

이와 같은 시민 배심원단의 의견이 꼭 국민일반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일반 시민들의 의중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경실련은 이상의 시민 배심원단의 의견과는 별도로, 장대환 총리 내정자에게 제기되었던 많은 의혹들에 대한 불분명한 해명, 위장전입, 재상등록 누락, 각종 세금탈루, 부동산 취득경로 및 자금출처의 불명확함, 회사재산을 담보로 한 개인대출의 정당성 등 우리사회의 일부 부도덕한 지도층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총 망라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각종 세금 탈루에 대한 위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가 총리가 된다면 법치와 공권력의 신뢰하락, 국민들의 준법의식에 대한 악영향, 국민들에게 희생과 협력을 요구할 시 그 정당성의 결여로 인해 국정운영이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으며,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가 총리가 된다면 오히려 국가의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공직작 자격기준의 후퇴를 초래케 할 것이 명약관화하여 총리인준에 반대하게 되었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 '한심'

지금 두 번에 걸친 총리 내정자의 국회인준 부결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에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와 상대방 헐뜯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장대환 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의 병역면제를 둘러싼 병풍과 맞물려 그 본질에서 벗어난 점이 없지 않았는데 인준 부결 이후 이제는 양당간의 사활이 걸린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한마디로 피곤하고 짜증날 뿐이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인준 부결의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현재 상황은 두 번씩이나 석연치 않은 인사과정을 통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사를 총리로 내정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다. 또한 장상씨나 장대환씨의 경우 자격기준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국회인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되었다는 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공백과 국정혼란 그리고 국가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운운하며 그 정치적 책임을 다수당인 한나라당으로 돌려서는 안되며, 인준부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어떻게 검증했는지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두 번에 걸친 인사청문회를 통하여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백합이 썩으면 잡초가 썩는 것보다 오히려 더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상실에 매우 실망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두 번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일반 시민들이 우리나라의 사회지도층들이 정말 이런 줄 몰랐다며 이민이라도 가서 살고 싶다는 말들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생계형 범죄보다는 치부형 범죄를 저질러야 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말을 하고 있을까.

그리하여 차기 총리의 첫 번째 인선기준을 도덕성에 두고, 충분한 검증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인사가 총리라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후임 총리 인선시 과거의 잘못된 인선과정을 반복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과 검증절차를 거쳐 누가 보더라도 총리감으로 인정할 마한 인사를 후임 총리로 내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로부터 자문받고 후임자를 추천받아 정부기관을 통한 검증절차 뿐만이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도덕적 잣대 높이는 계기 삼아야

어떻든 두 번에 걸친 인사청문회의 교훈은 고위공직자가 되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평소부터 자기 자신과 주변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당사자와 사회지도층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주었다는 점에서 그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다.

서구 선진사회를 지탱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사회적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도덕적 의무와 책무 또한 높아진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뿌리를 내린 데 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이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정착되야 할 시점이다.

송병록 경희대 교수,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입력시간 2002/09/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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