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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한화갑…본심은 어디에?

신당 창당 문제 놓고 안개 속 행보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본심은 뭘까. 한 대표가 신당 창당 문제를 놓고 진의를 가늠하기 힘든 ‘안개 속 행보’를 계속하면서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물음이다.

신당 창당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 지금까지의 한 대표 행보를 보면 이 의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7월 초부터 더듬어 보자. 이인제 전고문 계열의 반노무현 후보 성향 비주류 의원들 을 중심으로 “이대로 가선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신당 창당론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박상천 정균환 의원 등 중도파 핵심 중진들도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측은 “모두 노 후보를 흔들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적과 동지 뒤바뀌며 갈팡질팡

이들 사이에서 한 대표의 위치는 공식적으로는 중립이었지만 ‘노ㆍ한 체제’의 틀 속에서 노 후보에 경도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의 측근들이 공ㆍ사석에서 “노 후보 외에 과연 대안이 있겠느냐”고 말했던 것은 모두 한 대표의 친노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7월말 들어 한 대표 주변에선 변화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중도파 신당 창당론자인 김영배 상임고문과 교신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김 고문을 창구로 내세워 은밀히 당 외곽세력과 신당 창당 교섭에 들어갔다는 미확인 소문들도 나돌았다.

한 대표는 급기야 8ㆍ8 재보선전이 한창이던 8월 초 공식적으로 “재ㆍ보선이 끝나면 모든 정파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참여하는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며 당 공식기구에서 이를 정식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백지신당론’의 깃발을 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순식간에 적과 동지의 위치가 달라졌다. 한 대표와 대립했던 중도파, 비주류들은 한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노 후보측은 한 대표의 진의를 의심하면서 큰 불만을 표시했다.

이 같은 한 대표와 비주류ㆍ신당파 간의 밀월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8ㆍ8 재보선이 끝나고 신당 창당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다시 한 대표와 비주류ㆍ신당파 관계는 경색됐다.

일부 중도파 의원들은 동조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비주류 의원들이 신당 창당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한 노 후보의 선 사퇴 문제에 한 대표가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 후보의 선 사퇴를 요구하면 신당 창당은 될 수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이러자 노 후보측과 비주류측 모두 “그러면 그렇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노 후보측은 “한 대표는 역시 우리 편”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었고, 비주류측은 “역시 한 대표의 신당 창당론은 노 후보 지지도의 업그레이드용에 불과했다”고 확신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얼마 있지 않아 다시 변했다. 신당 창당 작업 초입부터 정몽준 박근혜 이한동 등 당 밖의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민주당 주도 신당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은 게 계기였다. 비주류, 중도그룹 신당파들은 다시 노 후보 선 사퇴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 때까지 신당창당준비위와 당발전위로 이원화해있던 추진기구의 통합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노 후보 선사퇴 요구는 뿌리치면서도 신당창당추진위로의 추진기구 단일화를 관철시켜 신당파들의 불만을 눌렀다. 신당 추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거듭 당안팎에 과시한 셈이었다.

8월말 들어 한 대표 주변의 기류는 다시 급변했다. 정몽준 의원 등의 냉담한 반응이 계속되자 그는 “정 의원 없이도 신당은 한다”고 공개 발언해 신당파들을 자극했다. 이를 받아 신당파들은 “백지신당은 포장에 불과했고 결국 한 대표와 노 후보측이 합작해 ‘노무현 신당’을 만들려 했던 게 본심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노 후보 참모들은 “당헌에 대선 후보 등록 100일전까지 선대위원회를 발족하도록 돼 있다”며 “신당 논의와 상관없이 이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기세를 올려 신당파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달 30일 “한 대표가 나에게 대통령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는 노 후보 발언은 ‘노무현 신당론’을 둘러싼 비주류측의 반발을 더욱 확산시켰다. 노 후보는 한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오늘 한 대표와 주례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한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고 공개해 버렸다.

비주류는 물론 김영배 신당추진위원장까지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나 한 대표는 며칠 뒤 이뤄진 김 위원장과의 조찬 회동에서 노 후보 발언을 전면 부인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김 위원장은 “한 대표가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신당추진위에서 내 얘기를 밝혀도 좋다’고까지 말했다”며 노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한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노 후보측은 “할 얘기가 없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은 반면 비주류측은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이어 4일에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의 경선 참여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신당 창당에 의욕을 보였다.

이처럼 한 대표의 지난 두 달여 행보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일부에선 “신당 창당 문제를 놓고 한 대표가 너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분당 막으려는 고육책” 항변

이에 대해 한 대표측도 할 말이 많은 듯하다. 한 측근은 “비주류측의 대선주자 문호 개방, 노 후보측의 후보직 보장 요구를 모두 수용해 이탈자 없이 신당이 되도록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노 후보측을 달래면 비주류가 튀고, 비주류를 무마하면 노 후보측의 시선이 곱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서 당의 분열을 막고 신당도 되게 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중심 없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는 푸념이다. “어쨌든 그 때문에 8ㆍ8 직후 곧 분당될 것 같던 민주당이 지금까지도 제 틀을 유지하고 있고 신당 창당 작업도 계속되고 있지 않느냐”는 항변도 뒤따른다.

한 측근은 “한 대표는 백지신당론을 내세울 때만해도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것이 어려워지면서 ‘노 후보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한 대표의 어려운 처지를 수긍하면서도 “분당 방지와 신당 창당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말한다.

“차라리 분당을 각오하고 노 후보를 확실히 밀든지, 아니면 노 후보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시킨 다음 외부 대선 주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든지 택일하는 게 한 대표 본인이나 민주당을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더 낫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 한 대표의 선택이 주목된다.

신효섭 기자 hsshin@hk.co.kr

입력시간 2002/09/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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