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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복부인이 떴다] 돌아온 복부인…부동산대란 현실되나

'부동산 불패' 인식 되새기며 아파트 투기주도

“뭘 해도 아파트 투자 만한 게 없는 데 안 하면 나만 손해죠”

정부의 부동산 투기 종합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9월 5일 낮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APT 3단지내 종합상가. 이 곳은 최근 재건축 붐과 함께 최근 한달 사이 집값이 5,000만~6,000만원이나 폭등한 관심 지역이다. 뜨겁게 달아 오른 부동산 열기와 달리 이곳 상가 1층에 나란히 있는 10여개 부동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연락처를 적어 놓은 부동산 주인들의 명함만이 두둑하게 꼽혀 있었다.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명함을 집는 순간, 길가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부동산 주인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다가와 “아파트 알아 보려고 오셨습니까” 하고 물으며 다가왔다. 그는 “세무서에서 조사를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전화로 할 것은 다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주인에 따르면 이 곳 15평형 아파트는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5,000만원이 오른 4억원을 호가 한다는 것. 이 곳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억8,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주인은 “하루하루 아파트 값이 올라 아마 한 달 뒤면 또 5,000만원은 뛸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최근 정부의 재건축 규정이 강화 되면서 재건축이 확정된 이 곳으로 복부인들이 몰려와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집주인들도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해 매물을 내놓지 않아 돈을 주고도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주인은 “5년 후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소 6~7억원은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돈을 들고 찾아오는 아줌마들이 하루에 몇 명은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로 1억원 못챙긴 주부는 팔불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최근 1년여 사이 전에 없던 폭등 양상을 보이면서 강남을 주 무대로 한 소위 ‘복부인’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건축된 지 20~30년 된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집중 매입해 집값을 올려 놓은 뒤 시세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전형적인 ‘1980년대 복부인식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일부 부동산들이 가세, 실제 재건축이 불투명한 아파트까지 덩달아 가격을 올려 놓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두세 달에 5,000만원, 6개월이면 1억은 기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나돈다.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워낙 단기간에 폭등하다 보니 요즘 아파트로 큰 돈을 못 번 사람들은 상대적 허탈감에 빠질 정도다.

강남에서는 ‘아파트로 1억 이상 못 챙긴 주부는 팔불출’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백화점식 각종 부동산 투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맞벌이를 하다 지난해초 전업 주부가 된 박혜정(36ㆍ가명)씨는 요즘 전 직장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퇴직 후 1년반 만에 두 배 이상 재산을 불린 서씨의 뛰어난 재테크 수완 때문이다.

지난해초 10여년 다니던 회사를 나온 직 후 박씨는 한동안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그러다 “자가용 값이나 벌어보라”는 한 여고 동창의 권유에 따라 강남 대치동의 13평짜리 재개발 예정 아파트를 구입했다. 당시 이 아파트의 시세는 2억7,000만원. 이 아파트에는 5,000만원의 전세가 놓여 있어 박씨는 명퇴금과 모아둔 적금을 합치고, 은행 대출을 받는 등 총 2억3,000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그 해 여름부터 재개발 아파트 붐이 일면서 박씨의 아파트는 9개월 만에 무려 1억3,000만원이 오른 4억원으로 치솟았다. 한편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박씨는 올해 초 4억5,000만원에 이 집을 처분했다.

불과 1년만에 세금을 제하고도 약 1억5,000만원 상당을 차익을 번 것이다. 박씨는 자신에게 아파트 구입을 권유했던 여고 동창은 무려 이 같은 방법으로 아파트를 5채나 구입, 8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린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박씨는 몇몇 여고 동창들과 함께 강남 지역 재개발 예정 아파트 투자에 뛰어 들어 1년반 만에 4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박씨와 남편이 10년여간 직장을 다니며 번 재산의 몇 배가 되는 거금이었다.

박씨는 최근 정부의 단속이 집중되자 친척의 명의까지 동원해 아파트를 구입하고 있다. 요즘 박씨는 주(住)테크를 함께 하자는 전직 사우들과 친구들의 요청이 쇄도해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서울 인기 지역의 기형적인 아파트 가격 폭등 양상은 소심한 전업 주부를 복부인으로, 평범한 회사원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변질 시키기에 충분하다. 비가 샐 것 같이 허름한 고물 아파트가 재건축 예정지라는 이유 만으로 일반 아파트의 10배가 넘는 평당 5,000만원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소시민이 부동산 투기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가장 대중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이 사실상 탈진 상태에 있고, 경기 부양 정책에 따라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에 상태에 있어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송파구와 강동구에 30평형대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전업 주부 정미경(39ㆍ가명)씨는 “요즘 동창회나 부녀회를 가면 ‘누구 엄마는 어느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몇 억을 벌었다’, ‘어느 아파트가 앞으로 값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부동산 투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강남구에 관심이 쏠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송파구로까지 아줌마들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올해 들어서는 여고 동창 모임이나 부녀회 등에서 3~4명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전문적으로 아파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아파트로 한 몫을 잡지 못한 아줌마들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우울증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강남구와 서초구가 행정 당국의 집중적인 투기 억제 지역으로 주목 받으면서 최근에는 아파트 투기 열풍이 교통 여건이 좋은 송파구와 강동구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한 예로 재건축 예정지가 몰려 있는 송파구 잠실 1~5단지와 시영 아파트의 경우 15평형이 4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또한 재건축 후보지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34평형도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2배나 오른 5억원에 달한다. 둔촌동 아파트는 최근 건물 안전도 검사에 들어갔는데 결과가 ‘재건축 조기 가능’ 쪽으로 나올 경우 최소 앞으로 2억원 이상 더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8ㆍ9 부동산 대책 실효 못 거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간 은행이나 주식에 묻어 두었던 자금이 부동산쪽으로 일시에 몰려 나오고 있는 추세”라며 “전문적으로 아파트 투자를 하는 아줌마 외에 일반 주부들도 ‘우선 아파트를 사두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뿐 아니라 최소한 은행예금이나 주식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익이 높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은 단순히 재테크 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지난해 말부터 폭등한 대치동의 경우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주변 학군과 학원 등 교육 여건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대치동의 은마 아파트는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이 노후한 데다 주차 시설이 부족하고, 재건축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강남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데다 교육 여건이 좋다는 프리미엄이 작용,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 31평의 경우 2001년 3월까지만 해도 2억3,000만원이었던 것이 연말 4억원까지 오르더니 현재는 5억~5억1,000만원 수준을 호가한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갑자기 아파트 가격이 오른 데가 재건축도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아 이 아파트를 사려는 손님들에게 재테크로서는 큰 재미를 보기 힘들다고 충고한다. 그런데도 ‘아파트 값이 조금 떨어져도 상관없다. 아이들 교육이 우선이다’며 흔쾌히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의 8ㆍ9조치 직후 아파트 가격이 2,000만원 가량 내려 갔으나 곧바로 회복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추세 대로라면 ‘11월 부동산 대폭등설’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IMF 외환위기 상태였던 1997~1999년 사이의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 여파가 내년 초까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은행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 상태에 있고, 주식 시장이 준공황 상태에 있어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의 무원칙한 주택정책도 한몫

그러나 무엇보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믿음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 상태에서 부동산 만큼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 수단은 없다는 뿌리깊은 인식이 국민들에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뤄진 80조원의 가계 대출 중 절반인 40조원이 주택 구입에 쓰였다는 통계로 이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IMF 시절 ‘이제 부동산 투자는 끝났다’고 외치던 때 불과 3, 4년전 인데 부동산의 이런 갑작스런 부활에는 정부의 무원칙한 건설 경기 부양 정책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9/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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