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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공순이'가 역사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응원을 위해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를 가득 메운 오늘의 젊은이들 중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로 인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숱한 고난을 겪고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역사적 역할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인식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청 앞 광장에서 최루가스를 마시며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대신에 거리낌없이 '붉은' 악마가 되어 축제 한 마당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고정에서 한 번도 역사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에 크게 힘입고 있음이 상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저자의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지난해 미국 코넬대 출판부에서 출간된 하와이대 구해근 교수의 'Korean Woriers: The Culture and Politics of Class Formation'을 중앙대 신광영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최초이 계급형성론적 분석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 이책은 EP 톰슨의 유명한 저서인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톰슨은 산업화 광정에서 공업 노동자들의 등장과 그들이 독자적인 계급으로 형성되어가는 과정이 산업화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대단히 중요하며, 그 과정은 단지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요소들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형성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압축 성장을 했고, 그 경제발전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학술적 논의와 저술들이 생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담당한 역할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한국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불의가 엄청났으며 억압적인 권력에 대한 그들의 저항정신은 실로 대단했음에도 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빈약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수출주도형 산업화 정책을 구사낳 196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진행된 한국 노동운동의 발전과정은 설명하고, 한국 노동계급의 형서과정을 비교 연구적인 관점에서 분석했다.

즉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운 세대의 산업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과정, 그들의 억압적인 공장노동에 적응하는 동시에 노동자로서의 권리의식과 집단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계급의식을 발전시켜온 여정 등을 살펴본 것이다.

사회계급은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생활체험을 기초로 형성된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경험은 유교 문화적 전통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권위적 국가 권력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문화 정치 권력이 노동자들의 정체성과 의식을 한편으로 억압하고 한편으로 촉진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공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공순이' '공돌이'라고 지칭되는 등 노동자를 경멸하는 문화적인 이미지와 국가의 강제적 산업전사라는 타의적 정체성을 극복하고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발전시키게 되었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 노동자들의 높은 투쟁력과 정치의식은 공장 내의 비인간적이고 전제적인 작업관계로부터 생겨났다는 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는 단지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만이 아니라 다양한 억압 요인들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는데, 이런 점은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에 더욱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노동자 계급 등장이 1987년 대투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라고 보고 있다. 특히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노동운명 전면에 섰던 여성들에 대한 재평가인 셈이다. 이책이 나오기까지에는 10년이 걸렸다.

저자는 그동안 꾸준히 한국을 드나들며 자료를 수집했다. 풍부한 1차 자료 및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 돋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간에 한국 노동계급은 수출주동형 산업화 기간 동안 엄청난 억압에 반대해서 싸워온 놀라운 저항정신과 한국 사회를 좀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한 그들의 역할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저자는 결말을 짓고 있다.

저자 말대로 이책은 노동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이유없이 거부감을 느끼는 중산층이 읽을 만하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2002/09/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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