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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핵 분열 중] 각 계파, 세력 재결집·생존 위한 몸부림

[민주당은 핵 분열 중] 각 계파, 세력 재결집·생존 위한 몸부림

’국민의 정부’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이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 공식 발족을 앞두고 침몰 직전의 난파선을 방불케 하는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각 계파 및 세력들이 신당 주도권이나 참여 지분, 민주당 당권, 차기 공천권, 포스트 호남권 맹주 자리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생존 투쟁에 들어갔다.

그간 친(親)노무현계, 중도파, 비(非)노, 반(反)노 등으로 구분됐던 각 계파 내부에서 조차 자신의 이해 득실에 따라 처절한 세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이른바 정치적 생명 줄을 이어가기 위한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 중심의 신당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민주당 신당 작업이 중앙 선대위 발족을 앞두고 갑자기 요동치고 있는 것은 친노와 반노 진영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오던 중도파가 ‘행동’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김원길 전 사무총장과 박상규, 곽치영 의원 등 수도권과 중부권 출신 의원들은 신당추진위 활동이 답보 상태를 보이기 시작한 이 달초부터 중도파 의원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동반 탈당 작업에 들어갔다.


중도파 ‘통합신당’ 움직임이 기폭제

이들 ‘탈당 불사파’는 박병윤 유재건 등 중도 세력과 이재정 조성준 천용택 의원 등 친노 진영과 잇달아 접촉하며 당내 공식 기구인 신당추진위와는 별도로 통합 신당을 추진할 세 규합을 시도해 왔다.

이들의 1차 목표는 수도권 40~50대 개혁 성향의 의원 20~30명을 규합한 뒤 탈당해 당 밖에서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신당을 축으로 정몽준 신당, 노무현의 신당과 합치는 ‘통합 신당’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속셈이다. 그 과정에서 ‘노풍’을 능가하는 바람을 불러일으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친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탈당 의사를 밝혔던 박상규 의원은 “노무현으로는 안 된다. 한 대표가 백지 신당을 약속해 놓고 안됐다.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 데 누가 들어 오겠나.”라며 “당장 탈당할 사람이 30명 이상은 된다. 살 길은 이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치영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 역할은 끝났다. 다수의 침묵하던 사람들이 나가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은 “밖에 신당 추진 기구를 만들기 전까지는 당내에서 자발적으로 신당 논의를 하겠다. 탈당 결의는 갖고 있으나 시기는 조정 하겠다.”고 밝혔다.

비노 성향의 최명헌 박양수 장태완 박종우 의원 등 자칭 ‘구당파’들도 당내에서 통합 신당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 민주당의 앞날에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는 김명섭 이윤수 이용삼 유재규 박주선 박상희 의원 등이 동조하고 있는데, 중도 성향의 탈당파와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 구성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신당추진 노력을 계속할 것을 주장하며 80여명 의원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탈당파들이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구당파는 현행 신당추진위 활동을 연장해 우선 가능성이 높은 자민련, 이한동 전 총리와의 통합 신당을 만들어 국민 통합 정당의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이다. 그 다음 대선 직전 노무현-정몽준-이한동 간의 막판 후보 단일화를 성사 시키자는 주장이다.

구당파의 박양수 의원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을 지키면서 단합하자는 것으로, 노 후보 중심도, 정 의원 중심도 아닌, 노무현-정몽준-이한동 중 한명을 단일 후보로 내세우자는 구당적인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중도계 의원 43명을 중심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서명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탈당 분위기를 주도했던 이인제를 중심으로 한 반노 진영은 중도파와 비노 진영의 움직임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당분간 관망 자세를 견지할 방침이다.

반노 진영의 한 의원은 “어차피 당내에 ‘노무현으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노 후보 사퇴 주장과 탈당 등 집단 움직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맨 마지막에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과 반노 세력 간에 ‘중도파가 전면에 나서고 반노 진영은 뒷전에 물러서 있는다’는 ‘밀약설’이 있다는 소문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런 중도파, 비노, 반노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노무현 후보측은 공세적 대응 방침을 천명, 선대위 조직과 신당 추진 세력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친노, 신당 추진 등 정면돌파 의지

노무현 후보측은 추석 전인 9월 18일께 선대위 위원장을 발표하는 등 늦어도 27일 전에 선대위를 출범,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노 후보측은 중도파의 탈당 소식이 불거진 14일 개혁과 통합을 위한 노동연대 초청 특강에서 “선대위가 정해지고 난 다음에 안전 진단을 해 못살겠다 싶으면 새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보와 기둥은 그대로 둔 채 바꾸는 것이고 재건축은 기둥까지 몇 개 바꾸는 것인데, 재건축과 재개발 정도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 민주당 탈당 세력을 억지로 붙잡지 않겠으며, 탈당이 본격화 될 경우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자신이 중심이 되는 신당을 추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노 후보는 “당내 장애물은 추석쯤에 정리하고,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간다”면서 “(당 내부에서)선거 운동을 못하게 방해하는 일은 다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근래 들어 반대파에 대한 가장 강경한 발언으로 그간 노 후보가 공언해온 대로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원칙은 지킨다”는 기조를 확고히 정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파의 신당 창당 등 흔들기 시도에 정면 대응하고, 선대위 구성 후에도 선거 운동에 장애가 되다면 당 주축 세력 교체까지 염두에 둔 재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이런 강경 드라이브는 쉽게 이뤄질 지 의문이다. 우선 한화갑 대표가 선대위 위원장을 거부, 당이 선대위와 당의 2원화 체제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친(親)노무현 후보 진영 내에서 조차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힘 겨루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정대철 최고위원과 김상현 고문의 잇단 돌출성 발언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 최고위원은 선대위 출범을 앞둔 상태에서 “노 후보 진영에서 DJ 가신 출신은 물러나야 하고, 노 후보도 한 대표에게 선대위가 발족하면 당무를 그만두고 고문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 노 후보 측근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8ㆍ8재보선으로 현역에 복귀한 김상현 고문도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한 대표의 백지 신당론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최고와 김 고문의 이런 강성 발언은 차기 당권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친노 중진들의 이런 공세에 대해 한 대표는 “말 같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노무현 후보도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적재 적소가 중요하다.”며 “그런 주장과 관계 없이 자리 재배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인적 검토가 끝나지 않았으나 적재적소가 우선이다.”라고 말해 한 대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노 후보 진영 내부에서 ‘탈 DJ를 통한 노무현 색깔 만들기’에 대한 요구가 강해 선대위 구성 때 대폭적인 물갈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진들 세규합 행보가 분열 부채질

이런 와중에 한광옥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 중도파 중진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통합 신당 출범에 앞서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당 분열은 더욱 가속화하는 느낌이다.

비(非)노 성향의 중도 세력들은 이인제계의 반노 세력과 연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데, 자칫하면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 발족을 계기로 당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핵분열 중인 당내 각 계파 및 세력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란 벼랑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같은 ‘아노미 현상’에 빠져드는 가장 큰 원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 이후 당을 이끌 확실한 구심점 부재에 기인한다. ‘국민의 정부’의 집권 이후 4년 여간 ‘포스트 DJ 0순위’로 꼽히던 이인제 의원이 올해 4월 국민 경선에서 뜻밖의 ‘노무현 돌풍’에 날아가면서, 민주당의 끝없는 방황은 시작됐다.

당내 세력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한 노 후보가 세력을 착근 시키기 전에 치른 6ㆍ13 지방선거와 8ㆍ8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의 뿌리가 흔들리면서 민주당 제 세력들이 생존과 당권 장악을 위한 세 규합에 나섰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당의 핵분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분열 양상은 언제든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면 곧바로 원상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변성이 높다. 노무현 후보 진영을 제외한 각 세력과 계파들이 한결같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모든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불안정한 세력 균형추가 노 후보든, 정 의원이든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어진다면 ‘반(反) 이회창 깃발’ 아래 재결집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 단일화만 이뤄진다면 민주당의 분열은 일시에 치유될 것이 분명하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위험한 모험에 뛰어든 민주당의 ‘해체 모여’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9/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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