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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호남민심] "盧도 민주당도 틀려먹었당께"

[흔들리는 호남민심] "盧도 민주당도 틀려먹었당께"

싸늘해진 민심, 후보단일화 무산 땐 표심이탈 가속화 될 듯

“이러다가는 정권을 내줄 게 뻔합니다.” “‘노풍(盧風)’, ‘정풍(鄭風)’하는데 모두 제살 깎아먹기 아닙니까. 정말 누굴 찍어야 할 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입구에 늘어선 골목좌판. 올 대선 구도가 3자 대결로 굳어지고 있는데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살이 통통히 오른 전어를 팔던 40대의 한 아줌마는 “노무현이 갈수록 싫어지고 있다.

정몽준이 나온다고 하는데 ‘검증’도 안된 후보를 무조건 밀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이회창은 절대 못 찍겠고…. 정말 답답하다”고 넋두리를 했다.

대선을 80일 정도 앞두고 광주로 대표되는 호남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 경선 당시 ‘노풍’의 진원지로 ‘정권 재창출과 동서화합’을 바라던 염원은 거의 사라졌다.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을 지켜보는 광주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 있고, 착잡함과 울분마저 묻어 있는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자중지란이다. 그래서 바닥 표심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盧가 昌과 싸워 이길수 있겠나”

요동치는 호남 민심은 최근 이 지역에서 급속직하하는 노 후보에 대한 지지 열기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회사원 정원영(34)씨는 “노 후보가 과연 병역문제가 있는 이회창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갈수록 실망만 안겨주는 노 후보를 어떻게 믿고 찍겠느냐”고 말했다.

호남지역 민주당 각 지구당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노 후보에 대해 ‘심정적 지지’를 보냈던 당직자들조차 이제는 등을 돌리는 실정이다. 3일 이뤄질 노 후보의 호남지역 방문을 놓고 “경선 이후 나 몰라라 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광주에 와 지지를 호소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지부 김선문 사무처장의 말. “얼마 전만 해도 정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노 후보에 대해 싫증을 느끼고 찍지 않겠다고 한다. 당직자들조차 외면하기 시작한다. 정몽준 후보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노풍이 잦아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유권자들은 당내 경선 이후 노 후보의 석연치 않는 행보에 대한 실망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김현수(43)씨는 “영남표를 얻어 정권재창출하라고 지지했더니 경선 끝나나 마자 YS(김영삼)에게 찾아가 머리를 숙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때부터 노 후보가 싫어지더라”고 했다.

호남의 노 후보 ‘다시 보기’ 심리는 표심 이탈이 가속화시키고 있다. “노 후보에 대한 ‘환상’이 걷히면서 도덕성이나 정책 개발, 국정수행 능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는 광주 S중 박모(39) 교사의 말처럼 정권재창출을 위한 맹목적인 ‘노풍’ 분위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정풍’ 상승기류로 갈수록 혼란

‘정풍’은 노 후보에 대한 반사적 이익을 얻는 ‘반짝풍’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분석은 빗나가는 듯 하다. 정 후보 지지 모임인 ‘비전 코리아’ 광주ㆍ전남지역 회원이 3만4,000여명을 넘어섰고, 이 지역 대학 교수 200여명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중심으로 ‘정몽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결성됐다.

비전 코리아 장헌일 기획단장은 “최근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자체 여론조사결과 대선 후보들 중 국제 경쟁력, 참신성 등이 가장 낫다고 생각해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정풍이 상승기류를 타면서 민심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호남출신 후보 없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후보 단일화’마저 무산되면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광주대의 한 교수는 “호남 지역민들의 정서에는 이미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의 후보 선택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면서 “대선이 3자(이-노-정) 구도로 치러지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게 뻔하다는 생각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안경호 사회부 기자 khan@hk.co.kr

입력시간 2002/10/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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