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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가에 부는 '큰손 끌기'열풍

은행가에 부는 '큰손 끌기'열풍

“밖에서는 간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은밀하게 VIP 고객만을 상대로 하는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치과 병원장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틈 날 때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에게 달려갔다. 지쳐 쓰러질 만큼 상품 설명을 하고 e메일을 통해서도 매일 경제정보를 제공했다.

50여 차례를 만난 후 병원장은 나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타 은행 통장내역을 보여줬다. 그리고 도장과 통장을 내게 맡겼다. 25억원. 남의 논에 고인 물이 서서히 흘러나와 내 논에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 같았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영업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거액 고객잡기’ 성공담이 금융인 사이에서 화제다. 모든 시중은행들이 거액을 보유한 VIP 고객 모시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가운데 ㅈ은행은 9월부터 직원들의 섭외 능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제고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이 가진 ‘영업 비밀’과 성공ㆍ실패 사례를 보여주는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모든 직원들이 영업 성공담을 숙지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게 그 취지다. 금융권에 불어 닥친 ‘VIP 고객 모시기’ 전쟁을 실감케 한다.

ㅈ은행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례 게시자에 대해 고객전담 자산관리자(AM)의 성과 관리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특히 우수사례 선정자에겐 추가로 가산점 10점을 더 주는 등 인사상의 혜택도 부여한다. 또 월별 1건 이상 게시 직원에게는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비롯해 매월 최우수 사례 3건을 선정해 각각 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포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돈 냄새 나는 곳을 공략하라

한 게시자는 ‘돈 냄새 나는 곳’에 대한 정보 수집과 사전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웬만큼 알려진 중소기업 P사 사장의 부동산 매각자금 50억원이 주거래인 라이벌 은행에 잠겨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봄 개인 신용대출을 군말 없이 취급해 준 이래로 관계는 돈독했다. 주거래은행이 아닌 점이 한계로 다가왔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MMF의 수익률과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거의 전액을 유치했다.”

또 다른 게시자는 타 은행의 손님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때의 체험 공식을 이렇게 적었다.

“타 은행에서 이미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이전시키기 위해 100통의 전화를 한다. 그 중 성공 사례는 고작 2~3건이다. 이전 비용도 많이 들고 거래은행과의 관계도 있어 은행을 옮기는 것은 고객도, 직원도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적(?)으로 유치한 고객들은 예금, 대출 등 다른 금융거래의 확률도 높다.”

쓰디쓴 실패담 역시 영업사원들에겐 대응전략을 강구하는데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그놈의 부동산 때문에…’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게시자는 “3개월에 걸친 작업을 통해 한 고객의 여유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고객이 빌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돈을 빼갔다. 그러나 설득 끝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4억원의 펀드와 수천만원의 요구불 예금에다 25억 부동산 신규대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영업실적은 스트레스이자 보람인 은행원의 숙명”이라며 “이 같은 성공과 실패담을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면서 은행 전체의 영업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10/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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