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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 타살 논란…전면 재수사

실종과정·사인 둘러싼 의혹 증폭, 영구미제 사건될 듯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원점에서 전면 재수사를 결정했다. 11년 6개월 만에 집 근처 야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지만 실종 과정과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부모들을 중심으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사본부장이 관할서장에서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승격되고 수사 인원도 16명에서 46명으로 대폭 늘었다. 실종 당시 수사에 참여했다가 다른 경찰서나 부서로 옮겼던 직원 가운데 6명이 수사팀에 보강됐다.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을 원점에서부터 하나하나 검토해 미흡한 부분을 재수사하고 혹시 빠뜨리거나 오판한 것이 없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북대 법의학 교실팀이 공동으로 사인을 규명하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유족들 “사인 납득 못해”

당초 사고사로 마무리할 것 같은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은 숱한 미스터리가 타살 가능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많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개구리 소년들의 실종 당일 최저기온이 3.3도였고 봄비로는 제법 많은 편인 8.2㎜의 강우량, 순간 최대 풍속 19.2㎙의 강풍으로 미뤄 점심과 저녁을 굶은 상태에서 탈진, 저체온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체온사는 동사와 달리 인체 내부 온도가 3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체온조절 기능이 완전 마비돼 사망하는 것으로 4∼9도의 물 속에서는 한 두시간, 대기중에서도 5도 이하면 발생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소년들이 살해당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저체온사로 보게 한 요인이다.

하지만 유골 발견 후 사고사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된 곳은 집에서 10리 가량 떨어진 와룡산(해발 299.6㎙) 기슭으로, 길을 잃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설사 길을 잃었다 하더라도 마을이 훤히 보이는 능선을 따라 하산하면 충분한데 굳이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기슭 웅덩이 같은 곳에 피해 있다가 변을 당했을까 하는 것이다.

더구나 발견 지점에서 300㎙ 가량 떨어진 산 아래에 민가들이 있었고 600여㎙ 떨어진 구마고속도로의 차량 불빛을 못 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두번째 의문은 가족과 군인, 경찰 등 7만명이 넘는 인원으로 일렬횡대로 서서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암매장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경찰은 목격자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수색을 실시했고 사체발견 지점에 대해서는 7개월이나 지나서 수색, 그때는 이미 토사와 낙엽으로 사체가 묻혔고 책임감이 떨어지는 전의경들이 다소 건성으로 수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두개골 함몰 등 정밀조사 부분 많아

세번째는 유골에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손상이 있고 한 소년의 셔츠와 바지가 묶인 채 발견된 반면 한 소년의 점퍼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골 한 구는 윗부분이 5∼6㎝ 함몰됐고 또 다른 하나는 좌측 관자놀이에서 오른쪽 귀밑 부분으로 구멍이 나 있다.

경북대 법의학팀(단장 곽정식 교수)은 “총알이 관통하면 총알이 뚫고 들어간 반대편 구멍이 훨씬 더 커야 하고 뼈에 금이 가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흔적이 없다”며 “두개골 손상부분은 흉기 등에 의한 외부충격 때문인지 자연물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판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영규군의 경우 셔츠 소매가 두번, 바지가 한번 묶여 있는데 대해 법의학팀은 “저체온사의 경우 여자의 경우 강간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이상탈의 현상이 종종 발견된다”고 설명하지만 옷이 묶인 점을 설명하기에는 논리가 부족하다.

이와 함께 유력한 타살증거로 대두하는 것은 실종 당시 와룡산 중턱에서 아이들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제보를 유족들이 듣고 경찰에 제보했지만 간과했다는 점이다.

유족들은 소년들이 도룡뇽을 잡으러 간 선원지 옆 산 아랫마을에 살던 함성훈(당시 11세)군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11시께 산 기슭에서 놀던 중 산 윗쪽 부분에서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겁이나 도망쳤다는 말을 전해 듣고 경찰에 알렸지만 아이들의 ‘야호’소리 일 것이라며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탄두는 사인과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9월 29일 저녁까지 사체 주변 반경 150㎙ 이내에서 모두 140여 발의 탄두가 발견됐고, 종류도 한국군 개인소화기인 M1, 칼빈, M16소총탄과 분대 공용화기인 M60, 대공화기인 캐리버50, 보병부대지휘관용인 45구경 권총탄 등이 섞여 있어 발견 지점에서 서남쪽으로 250㎙ 떨어진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군은 야외기동훈련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휴일에 사격훈련을 하는 일이 절대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발에 의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격장을 관리했던 50사단측도 1956∼94년까지 사격장을 운영했고, 당일은 기초의원선거에 따른 임시공휴일로 사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팀 “사인규명 장담 못해”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소년들은 도롱뇽 알을 주으러 산에 갔다가 봐서는 안 되는 2명 이상으로 보이는 어른들의 행위를 목격했고, 어른들이 목격한 소년을 살해하거나 상처를 입힌 뒤 입막음을 위해 모두를 살해하고 구덩이로 옮긴 뒤 묻었다는 가정도 성립한다.

하지만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수사본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되지만 사건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의학팀은 신원확인은 유전자 감식으로 거의 100% 가능하지만 사체가 너무 오래돼 사인을 밝히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건 당시의 제보 내용을 소홀히 다뤘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숨진 종식군의 집 안마당까지 파헤칠 정도로 샅샅이 뒤진 데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당시 제보를 되짚더라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납북설, UFO납치설까지 제기되면서 90년대 최대 미스터리 실종사건이었던 개구리 소년 사건은 설사 타살이라 하더라도 범인 색출은 물론이고 정확한 사인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유족들의 가슴에 피맺힌 한만 더하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입력시간 2002/10/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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