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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당당해진 여자의 성

[노트북을 접으며] 당당해진 여자의 성

“오르가슴(orgasm)을 느끼고 싶어.”

‘성’(性)을 밝히는 남성들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최근 들어 이런 발언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여성인 경우가 많다. ‘여자가 무슨 성을 얘기해’라고 용감한 발언을 던지는 남성이 있다면, 돌멩이 세례를 받을 지도 모른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여성의 성 의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기혼 여성은 물론 미혼 여성들도 성을 소재로 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런 요즘 여성들에게 ‘혼전 순결’논란은 낡은 구시대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성 담론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뜨고 있다. 미국 시트콤인 ‘섹스 앤 더 시티’와 ‘프렌즈’ 등은 20~30대 젊은 여성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등에 업고 케이블 TV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DVD나 비디오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러한 반응에 자극받은 각 방송사들은 아예 여성 시청자를 겨냥한 성 소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성 의식의 개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성이란 어른이 되면 저절로 잘 알게 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조사는 여전히 성 지식이 부족한 한국 여성들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었다.

조사 대상 여성 10명 가운데 3명이 인공유산을 경험했고, 인공유산의 60%가 피임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성공률이 낮은 질외사정법ㆍ주기(週期)법 등으로 피임을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성병에 관한 상식도 현저히 부족하다. ‘콘돔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성병이란?’ 질문에 정답인 ‘사면발이(음모에 기생하는 이)’를 맞춘 여성은 약 20%에 불과했다. 과반수 이상의 여성이 콘돔으로 예방되는 ‘에이즈’를 꼽았다.

여성도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성적 욕구로부터 스스로의 몸을 보호할 만큼 성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생각만 앞서는 ‘성’은 더 이상 곤란하다.

배현정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10/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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