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톱 프로의 이유있는 스윙 폼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 제주도에서 벌어진 CJ나인브릿지클래식은 세계 최정상의 골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인브릿지 골프장의 시원스런 전경을 배경으로 멋진 스윙을 하는 톱 프로선수들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곳에서 당당히 기량을 펼치는 한국 낭자들의 모습은 너무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성적과 관계없이 미국 LPGA 최고 권위의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럽기만하다.

가까이서 선진 골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방송을 열심히 봤는지 출전 프로들의 스윙 특성을 모두 다 외워 버렸다.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티샷하기 전에 굳어있는 몸은 어떻게 푸는지, 버디를 잡았을 때나 1m도 안 되는 파 퍼팅을 놓쳤을 때의 표정은 어떻게 변하는지… 톱 프로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밀히 관찰해 보았다.

박세리, 박지은, 소렌스탐.

세계 정상급인 이 세 선수 스윙의 공통점은 간결한 스윙과 절제된 동작 속에서도 최대의 파워를 뿜어 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백 스윙의 톱에서 왼쪽 어깨가 오른쪽 다리 무릎까지 정확히 오고, 톱 위치에서 손의 위치가 가슴 선을 넘어가지 않는다. 임팩트 순간 세 사람은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왼쪽 벽(왼쪽 무릎과 허벅지)이 정확히 정면을 보고 있다.

이런 스윙을 미국에선 ‘Up of Body Swing’이라고 말한다. 이 스윙의 장점은 하체를 고정한 채 상체 위주로 하는 스윙 플랜이다. 일종의 야구 스윙처럼 업다운 라인에서도 자유자재로 공을 칠 수 있는 스윙 폼이다.

겉 모습만 보면 각기 틀린 스윙을 구사하고 있지만 구석구석 동작들을 살펴보면 원리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Up of Body Swing’이 최상의 스윙 플랜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대다수 외국 톱 프로들은 상체 위주의 스윙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PGA 프로들 중에 타이거 우즈, 저스틴 레너드, 어니 엘스도 상체 위주 스윙을 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골프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아마추어들이 이들 톱 프로들의 스윙을 그대로 흉내 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들의 스윙은 기본 동작을 완전히 몸에 익힌 상태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소렌스탐은 임팩트와 동시에 고개를 드는 ‘헤드 업’을 하는데 아마추어들이 이것을 마냥 따라 하면 곤란하다. 소렌스탐은 머리를 볼에 고정 시키지 않아도 일정한 스윙 플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스윙이 확실하게 안정돼 있다. 반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몸이 왼쪽으로 밀려가는 것을 막고 정확한 임팩트 포인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팔로우가 진행될 때까지 볼을 응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톱 프로들을 그대로 따라 해도 상관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골프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여유로움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최정상 프로답게 시종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한 홀, 한 스윙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스윙이 끝난 다음에는 주변 분위기를 즐기듯 걸음걸이 마저 가벼웠다.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라고나 할까. 같은 프로 입장에서 은근히 부럽기까지 했다.

이들은 마치 ‘니들이 골프가 뭔줄 알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역시 최정상급 프로들에게는 뭔가 그들만의 장점이 있다.

입력시간 2002/11/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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