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라"

김지민 박사의 청개구리 투자법, 역발상 전략으로 증권가 화제

‘주식은 고점에 매수해서 저점에 매도해라.’ 누군가가 주식 투자자에게 이런 소리를 한다고 치자. 욕먹는 것은 둘째로 치고 운이 없으면 뺨까지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김지민 시카고 투자 컨설팅 대표(43)는 이 말을 당당하게 한다. 미국의 시카고 대학 유학 시절부터 교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금언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80년대 미국에 있을 때 당시 시장에서 신화적인 수익을 올린 투자자 한 분을 뵌 적이 있어요. 그 분이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시장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시장을 분석하기보다는 그대로 순응하고 따라가라고. 그 분의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한 덕분에 제가 작은 성공이나마 거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시카고 대학(경제학 박사)를 나온 전문가. 마음만 먹으면 교수로서 사회적인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그가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대학을 졸업하면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경험이 없는 학문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미국의 선물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거기서 조그만 성공과 커다란 실패도 맛보면서 실무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96년 1월, 귀국하자마자 바로 현대증권에 취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죠.”


가장 큰 병은 위기관리능력 부재

증권회사에 다니면서 그는 돈을 벌기보다는 잃는 것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곰곰하게 그들을 관찰했다. 결론은 그들 모두 잘못된 전략이나 무분별한 투자 방식으로 인한 주식병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투자 클리닉’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현대증권 이익치 사장께서 제 계획을 보시더니 ‘정말 좋은 생각’이라면서 꼭 한 번 해보라고 적극 밀어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수익과는 관계없는데도 아낌없이 도와주신거죠. 그 분이 아니셨다면 투자 클리닉은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의 투자 클리닉을 통해서 치료를 받은 투자자들은 1만 명. 덕분에 그는 ‘주식 명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대표가 사용한 만병통치약은 진심 어린 충고와 따뜻한 마음이었다. 투자자들의 질병도 천차만별. 그 중에서도 그는 손절매로 대표되는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가장 큰 병으로 킴쨈?

“투자자에게 손절매라는 것은 자신의 손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있으면 오를 것 같고, 원금도 회복할 것 같고. 하지만 그럴수록 손실은 점점 커지고 깡통을 차기 마련입니다. 장이 어려울 때엔 손절매만 잘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꼼꼼한 투자 전략을 가지고 과감한 손절매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그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이익치 사장이 물러나게 되자 지난해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계약직으로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상태였다. 주위에선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모셨던 상사가 물러나는 마당인데 자리에 연연해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은 신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게 이유였다.

회사를 나온 직후 그는 투자 컨설팅 회사인 시카고 투자 컨설팅을 창업했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은 투자자들이 매매를 할 때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평가받고 다음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온라인에서도 상담의 장을 마련해 투자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게 김 대표의 꿈이다.


청단 석장 든 패가 최악의 패

김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또 다른 별명은 ‘고점매수 저점매도’다. 그의 투자 좌우명이기도 한 이것은 주가가 오르는 주식을 따라 사고 내리는 주식은 파는 일종의 역발상 투자법이다.

여기서 고점매수는 반드시 최고점에서 매수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투를 잡고 손절매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웬만큼 안 비싸면 사지 말라는 말의 역설적인 표현이다.

또한 정보만 믿고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고스톱에 비유하자면 청단 석 장이 다 든 패가 가장 최악의 패인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청단 석 장이 들어오면 3점은 기본이구나 하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청단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쌍피 내주고, 광 내주고, 고도리까지 내주면서 결국 먹은 것 없이 쓰리고에 피박까지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주식이든 고스톱이든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유달리 고스톱에 대한 비유를 즐겨 사용하는 데 여기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그의 아내와 만나게 된 인연이 고스톱인 까닭이다.

“83년 5월에 이대 기숙사와 서울대 하숙생들끼리 고스톱 대회를 연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를 만나게 됐죠. 비록 도박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애를 쓰다 보니 서로 호감이 가더군요. 그렇게 만나서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유학을 갔죠.”

미국 유학 시절은 가난한 유학생 부부, 특히 아내에겐 힘든 시절이었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생활비는 집에서 부쳐오는 빠듯한 돈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 아내에게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했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벽이랑, 장판이랑 모두 돈으로 도배해줄테니 그때는 무슨 물건이든지 사고싶으면 장판이나 벽지에서 맘대로 뜯어가라’구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넉넉하게 살고 있으니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정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현재 그는 기러기 아빠다. 아내와 두 아이 모두 미국 워싱턴에 있기 때문. 외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을 가족같은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활짝 웃는다.


머리 비우고 욕심 버리면 성공

그는 얼마 전에 책을 냈다. <김지민 박사의 만화로 끝내주는 주식투자>(중앙M&B)가 바로 그 책이다. 투자자들에게 좀 더 읽기 쉬운 투자 지침서를 만들고자 자신의 투자 전략과 투자 클리닉 당시 상담했던 생생한 사례를 만화가 이향원 화백과 함께 엮어냈다.

이 화백은 좀 더 생생한 만화를 그리고자 스스로 주식의 바다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만큼 이 책은 단순한 투자 지침서가 아닌 소중한 체험담이 담긴 생생한 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내년엔 30억대의 투자 자문사를 세울 계획이다.

자신의 전략에 맞춰 가장 안전하게, 꾸준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액이 적은 개미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벌수록 사회에 많은 몫을 환원해야 합니다. 이익을 얻은 주식을 팔때도 50%는 항상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버릴수록 주식 투자는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 김지민 박사의 성공투자 10원칙

1. 기본적으로 오를 때 매수하고, 내릴 때 매도한다.

2. 추세가 생겨 잘 오르는 주식 여러 종목에 분산하여 고점매수한다.

3. 매수할 당시에는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대신, 손절매 계획을 미리 세우고 때가 되면 반드시 지킨다.

4. 큰 이익이 생기고 나면 최고점 대비 상당 부분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저점매도를 계획한다.

5. 벌면 더 싣고 잃으면 줄여 나간다.

6. 너무 많이 올랐거나 변동성이 큰 주식에는 작은 금액만 투자한다.

7. 오로지 가격에만 의존하여 사고 판다.

8. 조금씩 자주 잃을 때 즐거워 한다.

9. 늘 수익보다 생존을 우선한다.

10. 나는 손익관리만 할 뿐이고, 돈은 시장이 벌어 준다고 생각한다

오유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1/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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